맑은 거울은 언제나 조작이 없다

맑은 거울은 언제나 조작이 없다

우주만물인 우리는 본래 이미 진리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주만물은 텅~비어 공(空)하므로 우주만물,

이 세상 모든 것이 이미 완벽한 길이다. 이 사실을 지식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이해해서 알려

고 하면 결코 알 수 없다. 수행을 통한 어떤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실제로 이 세상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절대이고 이 세상 모든 것들 사이에는 어떤 

경계선(境界線)도 없으며, 따라서 나의 모든 행위, 생각 하나 마음 씀씀이 하나,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그 순간 순간 이 세상 모든 것을 향한 큰 사랑과 자비라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사실, 본래의 '나'라고 하는 영원불변하는 실체는 없으므로 다른 중생을 위한다는 말조차도 한참 어긋난 

말이다. 진리의 세계엔 '나'와 '남'의 경계(境界)라는 어떤 분리 분별 구분도 없으니 말이다. 막힌데가 전혀

없어 원래 이미 확연하게 탁 터진 완벽한 길인 이 세상 모든 것 그 길에는 생각도 없고 고통도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텅~비어 空하므로 아무 것도 방해하는 것이 없다. 이렇게 되면 순간 순간의 할 일이 명확

해진다.

순간 순간의 모든 행위는 진리이며 각각의 모든 행위는 완벽하게 다른 중생의 고통과 맞닿아 있다.

"어떻게 내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그를 도와줄 수 있을까?" 이것이 진정한 

인간의 길이며 완벽한 길이며 진리이다.

이런 자비 어린 행위는 어떤 관념이나 개념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 자비행은 본질 그 자체이며, 이것이 

보살의 길이다. '나'라는 것은 본래 무아(無我,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로서 없기 때문에 우주만물과 

나는 따로 따로 분리 분별 구분된 둘이 아니다. 우주만물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며 그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나는 단지 모든 사람들을 포함해서 우주만물을 위해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대자대비심>, 위대한 사랑의 마음, 자비의 마음, 즉 절대 자리의 길이다. 이 세상 모든 것,

우주만물, 우리는 똑같이 우주의 실체이며 기본적으로 텅~비어 空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다음 이 우주 만물에 붙어있는 수많은 이름과 모양이 텅~비어 空하므로 '나'라는 것도 본래 고정불변

하는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제법무아(諸法無我)이며, 中道이며, 진리의 길, 

바른 길(正道)이다. 이 진리를 알고 난 여기서부터는 어떤 법칙, 어떤 이름, 어떤 모양이든지 모두 진리

아닌 것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떤 장애도 방해도 없는 이런 무애(無碍)의 마음에 도달하면 사람들의 생각 마음, 말, 행동이라는 모든 

행위는 있는 그대로 진리이며 깨달은 자, 즉, 붓다의 행위이다. 순간 순간의 행위가 이 세상 모든 존재와 

사물과 함께 나누는 우주적 본질에 맞닿아 있다. 더 이상 '너'와 분리된 '나'는 없다. '나'와 분리된 '너'는 

없다. 이미 사람들의 모든 행위, 즉 생각 마음, 말, 행동은 대자대비(大慈大悲) 그 자체다.

어느 날 제자 한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대승불교(大乘佛敎)의 주요 가르침 중 모든 것이 空하다는 말과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眞理라는 말이 무슨 의미입니까? 이 세상 모든 것이 空한데 그게 진리란 

말입니까?"라고.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답은 쉽다. 집에 가서 거울을 한 번 봐 라. 거울 속엔 아무 것도 없다. 거울은 완벽

하게 텅~비어 空하다. 거울 앞에 붉은 공(球)을 갖다 대면 거울 속엔 붉은 공이 나타나고, 하얀 공을 갖다 

대면 하얀공이 나타난다. 거울은 지금 거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줄 뿐이다.

붉은 공을 거울 앞에서 치우면 거울 속에는 더 이상 붉은 공이 없다. 오로지 어떤 것을 거울 앞에 갖다 

댈 때만 거울 속에 허상(虛像), 즉 그림자(幻影)가 나타난다. 깨끗하고 맑은 거울은 언제나 완벽히 空

해서 거울 속에 비치는 어떤 것에도 執着하지 않는다. 거울은 그 무엇도 붙잡아 집착할 수가 결코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울은 어떤 것도 아무런 장애 없이 비추어낼 수 있는 것이다.

거울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 모든 것은 텅~비어 空한 우주라는 무한하게 큰 거울 앞에서 있는 그대로 

왔다갔다하면서 우주 거울 속에 비추어진다. 우주 거울은 아무 것도 덧붙이지도 빼지도 않는다.  이

세상 모든 것, 삼라만상만물을 비추어 주는 우주 거울도 텅~비어 空하고, 텅~빈 우주 거울 속에 비친 

허상(虛像), 즉 그림자(幻影) 역시 텅~비어 공(空)하므로 이 세상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진리이다.

그러나 이 세상을 상대로 시비 분별하고 비교 판단하고 해석하기를 즐기는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거울 

같지 못하다. 인간 마음의 거울에 붉은 것을 갖다 대면 인간 마음의 거울 역시 붉은 것을 비추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붉은 것을 치운 뒤 하얀 것을 갖다 대면 인간 마음의 거울은 여전히 '붉은 것'을 '생각'

하고 기억하고 있다.

'붉은 것보다는 하얀 것이 낫지 않을까 ?' 생각하고 혹은 '다음에 다시 붉은 것이 나타날까?' 생각하고

혹은 '지금 앞에 있는 하얀 것은 좋지 않아. 붉은 것이 더 좋아. 아니야, 아니야. 하얀 것이 더 좋아....

아,잘 모르겠다.'하고 ' 이리 저리 복잡하게 생각에 생각을 한다.

하얀 것이 인간 마음의 거울 앞에 있지만 인간 마음의 거울은 언제나 하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혹은'그대로' 비추어 주지 않는다. 붉은 것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 거울은 이처럼 언제나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주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 거울은 아주 

강한 욕심이나 집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순간 순간 다른 사람을 위해 자비롭게 행동하는 대신 이 세상의 

좋고 나쁨이라는 분별에 집착한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전부 다 인간의 마음 거울 스스로 만든 분별의

세상, 환영(幻影, 그림자)의 세상이다. 이것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는 말이다. 일체유心조에서 

마음(心)은 인간의 분별하는 마음, 분별심일 수도 있고 모든 존재의 근원인 근본성품일 수도 있다. 유생

물이건 무생물이건 이 세상 모든 것, 우주삼라만상만물은 있는 그대로 본래부처(本來佛)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空해서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이 평등하고 같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삶은 모두 중생을 위해서 사는 삶이며, 그것이 바로 부처의 삶이다.

깨달은 이런 상태에서는 자비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대보살의 삶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모두 본래부처(本來佛)이다. 우주만물이 '공'(空)해 결국 우주만물이 분리 불가한  '하나

라고도 할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인간의 삶은 모든 중생을 위한 삶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부처의 삶이다. 그 때 자비심은 저절로 우러나온다.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있으면 탐욕심, 욕심이 일어나고 이 세상 모든 것과 내가 분리된다.

그러나 '나'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사라지면 이 세상 모든 것과 나는 분리 분별 구분되지 않는다.

수행을 통해 이런 진실을 깨달으면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런 장애나 방해가 없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거울에 

장애가 없으면 자비로운 대보살의 행동은 저절로 나온다.

반야심경에 나오듯 '얻을 지혜도 없으며, 얻을 것도 없다.' 순간 순간 중생을 돕는 일만 있을 뿐이다.

<숭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