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명구] 무비스님이 가려 뽑은 불교 명구 365 ㊤ - 1월1일
연꽃의 속성과 유마거사
높은 지대나 평평한 마른 땅에는 연꽃이 자라지 못하고
낮고 습한 진흙탕 속에서 이 연꽃이 자라난다.
高原陸地 不生蓮花
고원육지 불생연화
卑濕淤泥 乃生此花
비습어니 내생차화
-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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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예로 들어 불교의 사상을 표현할 때는 언제나 연꽃을 예로 든다. 연꽃의 속성 중 몇 가지가
불교의 사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유마경에 있는 이 시(詩)에서는 높은 언덕이나 잘 다듬어진
화단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연꽃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연꽃은 낮고 습하고 더러운 진흙탕 습지에서 잘 자라난다. 불교가 이끄는 이상적인 삶은 살기가
힘든 이 세상을 벗어나서 조용한 산속이나 신선 같은 삶이나 귀족이나 부유한 집안의 삶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렵고 힘들고 고통받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삶 속에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연꽃은 낮고 더러운 슾지에서 피어나지만 연꽃은 언제나 깨끗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움을
유지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속성을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불교적 인생이란 출가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속의 모든 사람들의 공유물이라는
의미이다. 인간의 온갖 희로애락이 뒤범벅이 되어 있는 현실세계에서, 서로서로가 서로서로에게
온갖 치다꺼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연결된 이 삶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보람을 꽃피워야
한다는 뜻이다.
『서장(書狀)』의 저자 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 스님은 세속의 거사들에게 출세간의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권하면서도 위에 있는 『유마경』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특히 『유마경』을 보면, 유마거사가 주인공이 되어 엮어 가는 스토리가 아주 극적이다. 연꽃이 뜻하는
것과 같이 세속에 사는 유마거사가 출세간에 사는 출가인들의 견해를 모두 뒤엎어 놓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십대제자들에게 큰 가르침을 내리는 이야기는 매우 생동감이 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유마경 속의 연꽃과 유마거사. 출세간에는 세존(世尊)이 계시고 세간에는 유마 거사가 있다. 연꽃으로
또 한 분의 세존, 즉 세속의 어른인 유마거사를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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