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떠나기(출가) - - 법상스님
출가를 하실 법우님께서 지금까지 살아온 그간의 삶을 정리하면서 보내신 편지 중 일부를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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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서울에서 살던 집을 정리 했습니다. 아빠가 월말이면 바쁠 것 같다고, 조금 여유있을 때 정리하자고 해서..
갑작스럽게 살던 집의 살림살이를 정리하게 됐습니다.
출가(出家)는 작게는 그동안에 나를 즐겁게도 하고 슬프게도 했던 물질적인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고, 크게는 나를
고정짓고 규정했던 허망한한 생각들을 놓아버리고 가는 그런 길이라 하셨는데....
그런데, 요즘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의 일상적(日常的)인 것들을 정리하면서 작은 마음 한조각 조차도 놓치못해서
마음 졸이는 내가 보입니다..
은행에 가서 카드정리 및 통장들 정리하고.. 작은 금액이지만 들었던 보험도 정리하고.. 인연지어졌던 소중한 책들
편지와 또 그 외 작은것들.. 어차피 모든 것이 다 내가 가지고 갈 수 없는데도.. 하나하나를 손에서 놓을 때는 온갖
마음들이 다 달라붙습니다..
적금을 해약할 땐 더 조금만 부우면 만기인데.. 좀 아깝다는 생각.. 보험을 해약할 때도 그래도 이 보험 덕분에 어딜가도
든든한 마음이 있었는데.. 출가 후에 내가 갑자기 어찌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더 큰 부처님 빽이 있는데도..^^)
이 화장품은 산지 얼마 안 된 거고.. 이 옷들도 내가 좋아하는 거고.. 이 책을 살 때는 어떤 기분이였고..읽으면서도 좋은
느낌 주어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틈틈이 끄적거렸던 일기장의 내용들도 한번씩 읽어보고..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는 사진들 한번씩 훑어보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거리 정리하는 것조차에도 많은 생각들이 달라붙더라구요..
필요없는 건 버리고.. 그래도 좀은 쓸만한 건 나눠주고.. 내 것이지만 결코 내 것이 아니고.. 내 것이라고도 고집할 필요가
없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인연에 의해서 만나게 되고.. 또 그 인연이 다 되면 헤어지게 되는 것 또한 새롭게 와닿습니다.
짐들을 한차 가득 싣고 내려가시면서 아빠가 하시는 말씀이..
" 니가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한 일도 아니고, 또 이제와서 내가 말린다고 포기할 니가 아니란 거 아니까 반대는 안 하지만..
명절 때마다 집에 와야 하고, 어딜 가든 핸드폰은 꼭 가지고 가야 한다." 고 하시네요..
명절 때도 집에 못 가고, 핸드폰도 곧 해지할 거란 얘기는 못드렸습니다..
그냥 그 때 꼭 얘기 안 해도 시간 지나면 그냥 아실 거라 생각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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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집착하고 매달리던 일체를 버리고 홀연히 떠나가는 출가자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합니다.
법우님들의 심출가(心出家)하는 데도 실천의 좋은 본보기가 될 듯 하여
출가를 위해 떠나신 법우님의 심경을 뒷전에 이렇게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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