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골프시설을 ‘초소’라고…경호처·현대건설, 왜 거짓말했을까
현대건설 공사 사실 뒤늦게 인정
관저 재감사서 뇌물 의혹 조사 전망
정진석 · 김성훈 국회 위증 고발 불가피
“창고로 알고 있다. 직접 오면 확인시켜 드리겠다.”(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창고가 맞다. 제가 증인 선서까지 했다.”(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지난해 11월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의 존재를 폭로했다. 골프 시설 공사를 발주하는 현대건설 박아무개 책임매니저의 이메일도 공개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령 건물에 대해 “창고”라고 단언하며 “아주 검소하고 초라한 대통령 관저”라고 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 역시 현대건설 이메일에 대해 “모르는 내용”이라면서도, 골프 시설은 없다고 단언했다.
현대건설이 22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골프 시설 공사를 사실상 인정했다.
내란 국조특위 증인으로 출석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대통령 관저 골프 연습시설 공사와 삼청동 안가 리모델링을 한 것이 맞느냐’는 윤 의원 질문에 “공사를 한 것은 맞다”고 했다. 공사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발주처인 경호처와의 보안각서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내란 국조특위에 참석한 김성훈 차장은 골프 연습시설을 지은 사실이 없다고 재차 단언했다. 윤건영 의원이 “마지막 기회”라며 “앞선 위증과 거짓말을 번복할 생각이 있느냐”고 했지만, 김 차장은 “답변은 동일하다”고 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경호처-현대건설 계약 내용.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윤 의원은 이날 경호처와 현대건설 사이 2건의 계약을 공개했다. ①‘경비시설 및 초소 조성공사 1억3천만원’(2022년 7월7일) ②‘OO지역 경호시설 개선 공사 2억6200만원’(2022년 8월26일)짜리 공사였다. 윤 의원실은 ①은 관저 골프 연습시설 ②는 삼청동 안가 리모델링 계약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쪽이 골프 연습시설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다면 계약명을 ‘관저 시설’ 등으로 적어도 충분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부에선 뇌물 가능성을 제기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23일 “현대건설이 무상으로 골프 연습시설을 지어주고, 경호처는 다른 경비시설 공사 계약서를 마치 골프 시설 계약서인 것처럼 제출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골프 연습시설을 ‘창고’라고 거짓말한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성훈 차장은 국회 위증죄 처벌이 불가피하다. ‘건물 용도를 몰랐다. 창고로 알았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지만, ‘모른다’고 답하지 않고 창고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며 호도한 것은 위증이라는 것이다. 관저에 골프 연습시설이 지어지던 2022년 하반기, 김 차장은 경호처 예산 업무 등을 담당하는 기획관리실장이기도 했다. 두 사람에 대한 고발 주체는 국회 운영위원회다.
70㎡짜리 단층건물인 관저 골프 연습시설은 대통령 부부 침실 바로 옆에 지어졌다. 지어진 지 2년 넘게 미등기 유령 건물로 숨겨져 있었다. 감사원 역시 이 건물만 빼놓고 관저 이전 의혹 감사를 진행해 불법 의혹을 키웠다. 현재 골프 연습시설이 남아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저 이전 의혹이 제기된 뒤 경호처나 비서실에서 철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는 17일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9월 나온 감사원 감사 결과를 믿을 수 없으니 다시 감사하라는 취지다.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연합뉴스
사실상의 재감사에서는 1차 감사에서 부실·봐주기 비판을 받았던 △김건희 여사 후원업체였던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따낸 과정 △김건희 여사의 공사업체 추천 여부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골프 연습시설을 ‘경비시설·초소’로 속여 계약·공사한 이유 △현대건설 공사비 대납·뇌물 가능성 등 아예 감사에서 누락된 유령 건물이 감사 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건설이 리모델링을 인정한 삼청동 안가는 12·3 내란사태를 모의한 주요 장소로 이용됐다. 한겨레 등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안가에서 계엄 해제 이후 법적 대응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삼청동 안가에서 내란 모의 관련 잦은 회동이 있었던 이유를 보안 외에 유흥설비 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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