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28일 (금) 11:52 연합뉴스
경찰, 대운하반대교수 `성향 조사' 파문(종합)
"일상적 정보 수집" vs. "심적인 압박 가하려는 의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경찰이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교수모임에 대해 모임의 성격이나 정치 성향 등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 이모 경위 등 정보과 경찰 3명은 26일 오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공동대표 A교수를 찾아가 모임의 성격과 참여 교수의 성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 모임이 정치와 연관됐는지 특정 정당과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으며 A교수는 약 10여분에 걸쳐 이 모임이 정치색을 배제해 정당과는 무관하고 교수들이 각자 학자적 소신에 따라 활동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대전 서부경찰서 정보과 경찰이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목원대 교수를 며칠 전에 방문해 대운하 반대 모임을 왜 만들었고 구성원이 누구이며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교수모임측은 밝혔다.
목원대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도 이 교수에게 연락해 모임에 대해 물어 볼 것이 있어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거절당했다고 교수모임측은 덧붙였다.
한남대에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에게도 이날 관할 경찰서 형사가 방문했으며 경기도 부천대 교수협의회에는 학내에 대운하 반대 모임이 있는지 여부와 동향을 묻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들은 대책 회의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단체 메일을 보내 "이제 대학에 정보과 형사까지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5공으로 회귀하는 듯한 사태를 어찌해야 하냐"며 대응을 촉구했으며 교수모임측은 다른 대학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실태 파악에 나섰다.
교수모임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간 학교를 담당하는 경찰이 교수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며 "비록 경찰이 일반적인 상황을 물어봤다 하더라도 갑작스런 접촉에 당사자는 심적인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모임은 언론을 통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있는데 굳이 개별 접촉을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일상적 정보수집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심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적인 실태를 파악한 뒤 조만간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수모임 공동대표를 찾아갔던 이 경위는 "모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었더니 답변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고 일상적 정보수집 활동이다. 특별한 의도나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A교수에게 인사하러 간 차에 대화를 나눈 것 뿐이다"며 "기회가 있으면 모임에 참여하는 다른 교수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경찰이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교수모임에 대해 모임의 성격이나 정치 성향 등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 이모 경위 등 정보과 경찰 3명은 26일 오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공동대표 A교수를 찾아가 모임의 성격과 참여 교수의 성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 모임이 정치와 연관됐는지 특정 정당과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으며 A교수는 약 10여분에 걸쳐 이 모임이 정치색을 배제해 정당과는 무관하고 교수들이 각자 학자적 소신에 따라 활동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대전 서부경찰서 정보과 경찰이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목원대 교수를 며칠 전에 방문해 대운하 반대 모임을 왜 만들었고 구성원이 누구이며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교수모임측은 밝혔다.
목원대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도 이 교수에게 연락해 모임에 대해 물어 볼 것이 있어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거절당했다고 교수모임측은 덧붙였다.
한남대에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교수에게도 이날 관할 경찰서 형사가 방문했으며 경기도 부천대 교수협의회에는 학내에 대운하 반대 모임이 있는지 여부와 동향을 묻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들은 대책 회의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단체 메일을 보내 "이제 대학에 정보과 형사까지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5공으로 회귀하는 듯한 사태를 어찌해야 하냐"며 대응을 촉구했으며 교수모임측은 다른 대학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실태 파악에 나섰다.
교수모임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간 학교를 담당하는 경찰이 교수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며 "비록 경찰이 일반적인 상황을 물어봤다 하더라도 갑작스런 접촉에 당사자는 심적인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모임은 언론을 통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있는데 굳이 개별 접촉을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일상적 정보수집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심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적인 실태를 파악한 뒤 조만간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수모임 공동대표를 찾아갔던 이 경위는 "모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었더니 답변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고 일상적 정보수집 활동이다. 특별한 의도나 상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A교수에게 인사하러 간 차에 대화를 나눈 것 뿐이다"며 "기회가 있으면 모임에 참여하는 다른 교수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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