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하 건설에 관한 국토해양부의 내부 문건이 유출되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문건을 보면, 운하 건설은 올해 3~5월에 민간 사업자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은 뒤 8월에 법령을 만들고 2009년 4월에 첫 삽을 뜨는 것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이 중에서 백미는 (가칭)한반도운하건설특별법(이하 운하특별법)의 제정이다.
운하특별법은 각종 개별법에 의한 추진의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예외적인 절차와 방안들의 제시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특별법의 매력은 중독성이 높은 마약과 같지만, 4대 강 중심으로 형성된 한반도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이란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특별법은 이 점에서 이 시대 우리가 만드는 최고의 악법이 될 수 있다.
우선, 특별법은 자연 물길을 운하라는 ‘인공 물길’로 바꾸고, 또한 그로 인한 강의 생태문화성과 역사성의 훼손을 정당화해 준다. 한반도 생태계의 근간인 4대 강을 인공 물길로 바꾸는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다. 이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인지 정부는 경제성을 앞세우는 ‘자본의 손’에 운하 건설을 맡기려 한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운하사업이 돈이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특별법은 바로 이 소임을 위해 태어난다. 문건을 보면, 물류 운송만으로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에게 물류기지, 관광단지 개발, 도시 개발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제시할 예정이다.
둘째, 특별법은 기존법 적용을 예외화하는 다양한 특례 조항을 담고, 그 결과 나타날 ‘사실의 조작과 왜곡’이란 문제를 은폐하게 된다. 각종 관련법이 규정하는 정상적인 절차와 방식을 통해 추진하면 운하는 사실상 ‘할 수 없고 또한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해서 운하 건설은 상식과 기존법 틀을 벗어나는 방식에 의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기존법 적용을 배제하는 대신 특별법에 의한 절차를 밟아 신속하게 형식적으로 추진토록 하는 것이 특례 적용의 구체적인 예다. 특례 적용은 결국 강의 생태성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꼼꼼히 검토해야 할 ‘공공의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 된다.
셋째, 특별법은 개별법에 명기된 다양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하천의 생태적 보전을 포기하고, 또한 사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주게 된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려면, 하상 굴착, 준설, 제방 축조, 부대시설 설치, 수질 관리 등에 관한 기존법에 의한 인·허가를 하나하나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운하 건설은 부지하세월이다. 특별법은 인·허가를 이미 받은 것으로 간주해 이러한 번거로움을 일거에 해소해 준다. 유출된 보고서를 보면, 골재채취법, 농지법, 하천법 등 현행 19가지 법률에 따른 각종 인·허가 사항을 이미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면밀한 검토를 통해 개발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강의 생태환경은 그만큼 무분별한 훼손의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세제감면, 행정지원, 대규모 이권사업 등은 사업구간 전체를 ‘투기와 개발부패의 장’으로 변질시키게 된다.
넷째, 특별법은 형식적인 여론수렴 절차와 추진기구의 운영을 규정함으로써 절차의 비민주성을 정당화해 준다. 특별법은 여론수렴 절차를 규정하고, 또한 주요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추진기구(예: 건설청)를 만들어 운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임기 안에 마쳐야 하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여론수렴은 형식적으로 될 것이고, 추진기구도 운하 건설을 지지하는 명망가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 뻔하다. 따라서 특별법은 운하 건설의 비민주적 과정, 나아가 개발독재식 사업추진을 정당화하는 구실만 하게 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