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 이토록 타락했는가. 그러나 믿는다. - 재벌언론이 나라를 망친다는 이탈리아의 생생한 사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12-28)
"방송법 개정안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폭압적 법안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시민들과 함께 정권퇴진 투쟁에 나서겠다."
"언론이 정권에 무릎 꿇고 굴종하면 힘없는 자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이들의 분노와 한숨이 거리에 핏자국으로 남게 된다."
"광주 항쟁, 부마항쟁, 멀리는 4.19 혁명까지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들이 거리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간 과거를 답습하겠느냐"
겨울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때리는 여의도에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의 토해내는 피 맺힌 절규네.
저 절규를 자네가 듣는다면 분명 뜨거운 눈물을 흘릴 것이고 눈물은 비가 되어 언론압살을 기도하는 자들의 마비된 양심도 녹여 내지 않을까.
수천을 헤아리는 참가자들 중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고 빨갛게 뺨이 언 여성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렀네.
악법을 만들면 만드는 대로, 억압을 하면 하는 대로 조용히 있으면 양심은 상처를 입어도 몸만은 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지금까지 선배들이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들 사는데 왜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을까. 더 이상 견딜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네. 더 이상 양심을 속일 수 없었기 때문이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언론관련 7대 악법을 다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네. 이미 한나라당의 저의는 모두 드러나지 않았나. 방송을 장악해야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는 확신은 도처에서 드러났네. 무엇으로도 검은 속셈을 감출 수가 없네.
언론 개악이 자행되면 정국은 파국이야. 경제를 살리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은 방송을 장악해야 가능한 것인지. 방송이 경제발전을 방해했는지. MB에게 묻고 싶은 것이 국민들이고 홍준표에게, 고흥길에게, 정병국에게, 나경원에게, 박희태에게 묻고 싶은 것이 국민의 솔직한 심정이네.
방송법이 개악되면 이 땅의 공정방송 민주방송은 사라지고 재벌과 족벌언론의 밑을 닦아주는 앵무새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네. 언론인은 영혼이 없는 무골충으로 그저 월급이나 받아먹는 동물로 전락하겠지. 이것을 못하겠다는 것이 바로 방송파업이라네.
방송인들의 결의가 무섭네. 불퇴전의 모습이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KBS 깃발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네. 1990년 4월의 투쟁으로 이 땅에 민주방송을 정착시켰던 자랑스러운 KBS는 눈 씻고 보아도 안 보이네.
2008년 8월 17일 일요일 밤 8시, KBS 1TV는 황응구 PD가 취재 제작한 이탈리아의 '언론과 민주주의'를 방영했지. 충격적이었네. 이탈리아 최초의 3선 총리자 미디어 황제인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왕국을 취재해 재벌언론의 폐해를 낱낱이 고발했네. 그런 KBS의 모습은 파업 시위현장에서 볼 수가 없었네.
이유를 말하라고 하나. 설사 백 가지 이유가 있더라도 이렇게 타락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정권의 시녀로 언론인의 자존심을 매장한 KBS노조는 이제 역사의 죄인을 면할 길이 없어졌네.
방송사에 추악한 이름을 영원히 새길 박승규 노조도 가는 세월을 잡지 못하고 꺼지네. KBS노조가 다시 부활을 하는가. 영원히 사멸하는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네.
이제 얼마나 타락을 계속할 것인가. 더 이상 타락하도록 KBS의 양심이 허락할 것인가. KBS 구성원들은 KBS의 게시판이나 노조 게시판을 들어가 보겠지. 거기 무슨 글들이 올라 와 있는지 아는가. 하나만 소개하겠네.
"KBS 노조원들은 앞으로 밖에 나오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대들의 안녕이 걱정됩니다."
강동구 최재훈의 새로운 노조가 탄생했네. 얼굴이 부끄러운 KBS 조합원들이 치욕의 세월을 감수할 것인가. 난 절대로 그렇지 않으리라고 믿네. 왜냐면 90년 4월 언론투쟁과 민주언론 쟁취의 빛나는 자부심이 가슴 어느 구석엔가 살아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일세.
'하나 되는 대한민국. 함께 하는 KBS'는 국민들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 것이네. 그래서 KBS가 방송악법을 저지하는 대열에 반드시 함께 하리라고 믿네.
## 재벌언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실태
추악한 언론과 자본, 권력이 한 몸 되어 여론을 독점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반드시 썩는다. 생생한 실례가 바로 이탈리아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미디어 재벌은 없다. 족벌언론만 존재한다. 조중동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에는 미디어 재벌이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다.
그는 방송과 출판, 광고, 영화사 등을 소유한 말 그대로 언론재벌이다. 삼성이 TBC를 그냥 소유하고 있었다면 미디어 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절치부심, 방송을 소유하기 위해 기 쓰는 것을 국민은 다 안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의 썩은 재벌이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은 건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그는 1994년 정계에 진출했다. 언론과 돈, 그 앞에 모든 것이 추풍낙엽이다.
그는 정계에 진출한 지 두 달 만에 이탈리아 총리가 된다. 재벌 총리. 이탈리아에는 총리가 대장이다. 그는 총리에 오르자 떡찰이 아닌 검찰의 부패 추방 조사를 중단시킨다. 마니폴리테(깨끗한 손)는 정치권력의 부패를 조사했고 베를루스코니도 해당자다. 따라서 총리의 숙청 대상 목록 제1호는 검찰이었다.
그는 조세포탈과 뇌물 사건에 얽혀 있었다. 그가 부패추방 조사를 중단시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자신의 소유인 언론이었다. 언론이 주인을 지키기 위한 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1994년 언론은 부패를 조사하는 검사를 무차별 비난하기 시작했다. 과장 허위 왜곡 언론은 마음대로 썼다. 그전까지는 국민들은 모두 검사의 편이었다. 그러나 썩은 언론의 비난이 이어지자 등을 돌렸다. 언론의 위력이었다."
마니폴리테 담당 검사 '다비고'의 고백이다. 또 다른 검사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도 털어놓았다.
"언론의 힘을 가진 사람이 진실을 위해 언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 왜곡을 위해 이용했다."
2001년 재집권에 성공한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공영방송에 손을 댄다. 그리고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다. 한나라당이 따라 배운 것인가. 북한의 속도전을 배우더니 이미 베를루스코니한테 장기집권의 수법을 배웠던 것이다.
지난 5월, 이탈리아의 새로운 총리가 취임했다. 상업방송과 신문, 영화, 광고, 금융까지 가진 이탈리아 최고의 미디어 재벌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총리직을 세 번째 맡게 됐다. 그는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말한다. '당신들도 성공할 수 있다.' 그가 바로 '베를루스코니'다.
그러나 그의 취임 후 이탈리아의 '나보나' 광장에는 베를루스코니의 언론 통제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베를루스코니는 집권하자마자 자신을 위한 면책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도둑이 스스로 면죄의 법을 만든 것이다. 그 배후에는 총리가 장악한 언론이 있었다.
"방송이 권력자의 손에 놀아나면 국민은 그가 말하는 거짓된 진실 속에 살게 된다."
시위현장에서 듣는 소리다. 어쩌면 우리와 이렇게 같은가. 이탈리아 국민들은 지금 정부의 방송 장악을 우려하고 있다.
2004년 베를루스코니는 일명 '가스파리법'이라는 것을 추진했다. 그는 이 법을 통해 공영방송 RAI의 이사 3분의 2를 정부와 여당이 선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이다. 이후 이탈리아의 이라크 파병 결정 때 시민 3백만 명이 모여 반전 시위를 벌였지만, 공영방송에서 이 뉴스는 나가지 않았다. 3백만 명의 시위대, 한국의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자의 수는 얼마나 됐을까.
방송시장의 90%를 손에 넣은 베를루스코니는 신문까지 거머쥐기 위해 방송사업자가 점유율에 상관없이 신문사를 사들일 수 있도록 법을 고쳤다. 법은 고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우파 연합이 이 법안을 통과시킬 때 내세운 논리는 경색돼 있던 언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언론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들어 본 소리가 아닌가.
"우리는 광장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 신문에서 더 이상 언론에서 원하는 기사를 읽을 수 없고 자유로운 방송을 하는 방송국도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한국으로 바꾸면 그대로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이탈리아는 세계 6대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가스파리법' 통과 후 언론자유의 순위는 세계 7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YTN사태 이후 우리의 언론자유 순위는 몇 등이나 될까.
베를루스코니 집권시기의 이탈리아의 경제는 가장 낮은 성장을 보였지만 어떤 언론도 그를 비판하지 못했다. 언론의 힘이 막강한 것인가. 약한 것인가. 권력의 힘이 강한 것인가. 베를루스코니를 보면 해답이 있다.
2008년 12월 28일 ⓒ 이기명 / 칼럼니스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8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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