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할 일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았는가. - 지킬 것은 대의(애국)와 명분(민심), 나머지는 버려라.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12-30)
한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위기인가. 야당의 존립도 위기인가.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존립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뿌리인 민주주의와는 비교할 수가 없겠지. 더구나 지금까지 야당인 민주당이 보여 준 정치수준은 국민의 비판을 넘어 비웃음에까지 이르렀고, 한나라당과의 투쟁은 어림도 없다고 평가됐네.
한나라당의 전횡이 오늘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따져보면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고, 그러니 지지율이 눈 뜨고 못 볼 지경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
자업자득이란 말은 민주당에 해당되네. 억울할 것 하나도 없네. 한 마디로 콩가루 정당이라는 평가는 딱 맞네. 당내의 잘난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되는 것도 없으면서 드러나는 것은 반목과 분열이네. 민주당은 이걸 모를까. 알겠지. 모르면 병신이야.
알면서도 못 고치는 이유는 민주당으로서는 희망이 없다는 자포자기와 보신이나 잘하다가 다음 선거에 당선될 맹랑한 요령이나 부리기 때문이 아니겠나. 금배지 달고 놀기나 하자야.
정치가 제대로 안 되면 국민들의 애국심이 사라지네. 국가의 지도자가 제 할 일 못하면 나라가 기우네. 당에 희망이 없으면 당원이 패배주의자가 되지. 집안이 망하려면 자식들이 못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야당인 민주당이 지금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네. 그러나 민주당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한나라당의 전횡과 독주를 막는다면 당은 국민의 지지로 다시 살아나겠지. 이는 바로 집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거 아닌가.
지금 민주당의 지지가 올라가고 한나라당의 지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지. 민주당이 예뻐서도 아니고 다만 그들의 투쟁이 국민의 공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야.
'민주당 잘하고 있다. 야당은 그렇게 싸우는 거다. 민주주의를 지켜낸다는 확고한 대의와 명분으로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을 할 때 국민들은 두말없이 민주당을 지지하며 지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의 소리네.
지금 한나라당이 기도하고 있는 방송악법 개정을 비롯한 반민주적 법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야. 악법을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한나라당이 벌이는 재벌과 거대신문의 지상파 방송 소유를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 찬반을 물었네. 반대가 압도적이야. 특히 방송법 개정은 반대가 82.7%, 한나라당이 내세운 '미디어 산업발전'이라는 이유에 대해서는 찬성이 겨우 25.3%였네.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특히 2-30대의 반대가 두드러졌고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영남지방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많았네.
다른 법안보다 방송악법 개정반대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언론노조 파업의 당위를 입증해 주는 것이네.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일괄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겨우 14.7%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재벌한테 지상파 방송 내주고 조중동에게도 지상파 방송을 허용하면 언론독점이 가져올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사이버 모욕죄니 마스크 법이니 해서 그야말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마저 사라질 판이니 국민은 물론 당연히 야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싸워야지.
대기업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재벌에게 특혜만 주는 것으로 안 된다는 의견이 65.4%네. 특히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야.
FTA 비준안 상정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책임이 40.2%, 양당 모두가 27.2%. 민주당의 책임이 25.7%로 나타났네. 문을 부순 쪽보다 문을 먼저 걸어 잠근 쪽이 나쁘다는 것인데, 국민들이 참으로 알 건 다 알더군.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마음대로 바꿨네. 그들은 헌법재판소에서 방송법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고 했는데 위헌 결정을 받은 적이 없지.
논란이 되는 신문사의 방송 겸영 금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네. 따라서 위헌이기 때문에 연내에 시급히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셈이지.
청와대는 연내 법안통과에 대해서 국민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전혀 근거가 없고, 있다면 제멋대로 해석이네.
경실련이 아주 재미있는 발표를 했더군. 경제 분야의 대학교수와 경제전문가 82명에게 물었는데 이명박 정부 경제팀이 모조리 낙제점수를 받았어.
최고로 나쁜 점수를 받은 꼴찌는 강만수, 물론 교체해야 할 인물로도 1등이네. 몇 점인지 꼭 알아야 하겠나. 5점 만점에 1.39로 최하위네. 시원한가. 경제 수장이 이 꼴이니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거 아니겠나.
다음이 국토부 정종환 장관이 1.69점이야. 다른 장관들도 도토리 키 재기지만 다 발표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 강만수 장관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맞기는 한데 가혹하더군.
'낡은 사고와 시대착오적 상황인식 및 발상'(59%) '잘못된 정책 추진'(29%) '철학과 희망, 비전 부재'(19%)
이런 평가를 받으면서도 버티는 강만수 장관의 심장은 그야말로 강심장에다 철심장이네. 심장도 역시 타고나겠지. 이를 묵인하는 임명권자도 대단하네. 막상막하지.
집권 여당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날이 갈수록 끓어오르는 데 4대 강 삽질은 시작됐네. 내 갈 길 가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것인가.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두고 보면 알겠지. 야당은 이럴 때 필요한 것이네. 그렇지 않으면 해산해야지.
이 정권은 집단사고의 틀 속에 갇혔네. 집단사고란 일종의 집단 착각 현상이 아닌가. 청와대 한나라당, 보수단체, 보수언론 모두가 집단사고에 갇혀 있네.
여론은 귀에 안 들리지, 자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보려고 하네. 방송사 파업은 일시적이고 평정 가능하고 국민 대부분은 내 편이라고 믿네. 한나라당 내부에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들으려 하지도 들리지도 않네. 일부러 귀를 닫아버렸다고 하는 게 맞겠지.
그래야만 속이 편하고 흔들리지 않을지 모르나 이건 집단 최면이고 집단 착각일세.
이럴 때 이들을 최면과 착각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이 야당의 할 일이 아니겠나. 야당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인정하네. 그러나 정치가 어디 힘만으로 되는 것인가.
힘만 믿고 밀어붙이던 정권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한나라당이나 국민들은 잘 알고 있네. 집단사고에 갇힌 정권의 끝은 역사가 보여주네.
이제 국민들은 야당의 투쟁을 주시하고 있네. 힘이 없으니 얌전히 앉아서 죽느냐 당당히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를 하느냐. 야당인 민주당이 국회에서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경호권이 발동되면 쇠사슬로 몸을 묶을 작정이라네.
국민들은 가슴이 타네. 왜 저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국민들의 태반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려고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동의가 아니겠나. 국민의 뜻을 어긴 정부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지. 집단 최면에서 빨리 깨어나야 하네.
정치는 대의와 명분으로 한다는 사실은 야당은 꼭 알아야 하네. 이제 그 정도는 깨닫지 않았겠나.
2008년 12월 30일 ⓒ 이기명 / 칼럼니스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8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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