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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이 가시는 길에....

장백산-1 2009. 5. 23. 11:09

노 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편지
번호 43833  글쓴이 시대정신 (bysun0011)  조회 1340  누리 325 (330/5)  등록일 2009-5-23 10:18 대문추천 17   참고자료

노무현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이제 저희는 당신을 지켜드리지 못한 짐을 죽을 때까지 안고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을 스스로 지시고 언제나 곤고한 자리에 서셨던 당신의 일생이 당신같은 강한 분에게도 너무도 곤고한 길이었나 봅니다.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에는 김구선생님의 피도 필요했고  당신의 피도 필요하였나 봅니다

기왕 가신길이시니 하늘에서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 주시옵소서. 저는 영원한 당신의 지지자가 되겠습니다.

너무도 황망스러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당신을 향한 수구들의 공격이 극에 달하였던 날 당신께 드렸던 글을 다시 펼쳐 읽어 봅니다.

수년전 서프 대문에 걸렸던 글입니다.

2006년 6월에 쓴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티브이를 통해 보이는 당신의 최근 모습은 전에 없이 지쳐 보이셨으며, 그 모습이 하루 종일 잊혀지지 않아 한줄 적게 되었습니다.

2002년 희망찬 노풍이 불 때, 당신은 이전에는 대부분 정치적 냉소주의자들이었던 우리를 당신의 정열에 녹여 지칠 줄 모르고 응원하게 만들었으며, 이듬해 당신의 취임식에서는 우리의 힘으로 당신을 대한민국의 지존의 자리로 밀어 올렸다는 자부심으로 뿌듯해 하였습니다. 당신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자 긍지였습니다.

그런 당신이 더러운 정치꾼들에 의해 억울하게 탄핵되자 우리는 분노로 마음을 끓였으며 우린 당신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로 뛰쳐나가지 않을 수 없었으며, 다시 복귀하시는 모습을 보며 우린 대한민국의 정의를 지켜내었음에 다시 긍지를 머금고 가슴을 펴게 되었습니다.

2003년 겨울 Remember1219 행사 후 당신을 지지하는 우린 당신을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게 내주고 다시는 그 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린 그러한 긍지가 있었기에 결코 섭섭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우리의 그 긍지를 배반하시고 자꾸 스스로 낮아지려 애를 쓰시며, 수십 년간이나 일제와 독재권력에 매 맞고 재갈 물려 먹이에 굶주린 채 제 구실 못하던 조중동문 등등 한줌도 안 되는 싸구려 언론들에게 자신을 스스로 내어놓아 그들이 포만감을 느낄 만큼 자신의 힘을 과시하게 하시더니, 급기야 단군 이래 나랏님에게 억눌려 인간대접 받아보지 못하고 단 한 번도 가슴 펴고 살아보지 못한 이 땅의 갑남을녀 민초들에게도 자신을 내어놓아 언론과 더불어 당신을 마음껏 물어뜯는 역사의 사육제가 벌어져 유사 이래 한으로 곱 삭여온 멸시, 천대, 무시, 냉대, 굶주림, 강압, 폭거, 버림받음 등 등 온갖 서러운 심정을 담은 한을 당신 한 사람에게 쏟아내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단군 이래 단 한 번도 나랏님을 향해 육두문자를 공개적으로 써보지 못한 한을 한꺼번에 쏟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살아온 불쌍한 백성들 이었고, 숨죽이고 비겁하게 목숨을 부지해온 중생들이었습니다. 아마도 5000년 묵힌 한을 한꺼번에 풀듯이 앞 다투어 경쟁하니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 땅을 떠돌던 온갖 악귀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그들의 입을 빌어 한을 쏟아낸 한판의 살풀이 굿이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그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낮은 이름으로 만들어 버렸으며, 시정잡배들은 대통령의 이름을 더러운 음담패설과 함께 배설하고 싸구려 나체 사진마냥 취급하여 바다 건너, 왜국인들마저 그 이름을 비웃는 실정이 되어버린 것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무절제 해져 버렸습니다. 

그러니 이건 그간의 이 땅에 벌어졌던 그 어느 사건 보다 신기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당신 덕분에 이제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당당하게 기 펴고 사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이 건 스스로 한없이 낮아지기로 작정한 당신이 선택한 결과입니다.

반면 그간 당신을 지지하고 높이고저 하였던 우리 모두의 긍지는 당신과 더불어 상처입고 땅에 쳐박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와서 당신과 같은 길을 걷겠다고 약속한 152명중 그 누구도 당신의 비난을 대신 들으려 하지 않았고, 고작 두세 명만이 당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몸으로 막으려 하였으나 당신 스스로 그들을 뒤로 물리시며 빗발치는 비난 속에도 그저 뚜벅 뚜벅 걷고 계십니다.

그 와중에 당신을 지지한다고 앞장서서 외치던 자들 중 누군가는 심지어 당신을 짓밟고 가자고 덤비는 실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어지러운 중에도 당신이 뚜벅뚜벅하는 동안 내리막으로 향하던 한국경제의 향방이 오르막으로 꺾이고, 연일 불안한 소식만 들리던 남북 휴전선도 왕래가 늘고, 감 놔라 콩 놔라 하던 대국들의 눈치도 덜 보게 되고, 특히 바다건너 왜국의 억지에는 맘 놓고 일갈할 수 있을 만큼 되었으며, 비정상적인 국부 비대증으로 앓고 있던 대한민국 국토의 주름살도 펴지게 될 수 있는 단초가 놓여지고, 무엇보다 막힌 입을 뚫어 놓으니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세계에 나가 마음껏 그 발랄한 재주를 인정받게 되며, 많은 부문들은 희망적인 전망을 내 놓고 있습니다.

원래 살풀이의 순서는 이렇듯 처음에 맺힌 한을 풀며 모든 욕설과 비난을 쏟아내다 결국 한 맺힌 울음으로 이어지게 되고 끝으로 부둥켜안고 용서하게 되는 것이 통상의 모습이며, 이는 민초들의 술자리 주정도 같은 순서로 진행이 되더군요.

민초들은 5000년간 맺힌 살풀이를 500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마음 놓이는 나랏님을 만나 비로소 풀어놓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반면 그 많은 원망을 받아 들은 당신은 상념과 부담감이 늘어나게 되겠지요. 민초들의 마음이 풀어지는 대신 당신의 마음의 상처는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장담컨대 민초들은 머잖아 울음을 쏟아 내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용서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당신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역사의 한 켠에서 휴식할 수 있게 되겠지요.

차기 대선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신데 저는 걱정 안합니다. 역사가 순리대로 흐른다면 역사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정직한 사람이 이어가겠지요.

오늘 지쳐 보이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너무 안타까워 우왕좌왕하다 마음을 다잡으려 이글을 올립니다. 오늘만큼은 잠시 고민을 잊으시고 편안히 쉬십시오.

당신을 지켜보는 이름 없는 지지자가 드립니다.

                                                                                                ©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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