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고3 수험생 입니다. [88]
- SUMM
어디에 글을 올려야 할지 잘 몰라 여기에 이렇게 쓰네요.
며칠전 故여운계씨의 타계소식을 당일날 듣고 '아 또 한 별이 지는구나....' 막연이 이렇게만 생각했었습니다.
고3 자연계학생인지라, 언제나처럼 머리를 싸매며 수학과 싸우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잠결에 어른들이 말씀하시는데 들려오는 소리가 유서, 비석 이런 이야기 길래
故여운계씨의 이야기를 하는 줄만 알고 비몽사몽간에 아침밥상에 앉았더랬지요.
근데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무슨 기겁할 소리랍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니.... 그렇게 큰 충격은 여태 19년 살아오며 없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저는 얼마전까지 비리에 관련된 명목으로 조사를 받던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면서, 정치인들이 다 그렇지뭐 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깨달은건 그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네요.
스스로 깨달았어요. 대한민국 청소년이란 이렇구나...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어떤줄도 모르고 교실에 앉아 '입시', 결국엔 '취업'이라는 맹목적인 목적을 위해
수업을 듣는, 아무런 자유도 없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썩어빠진 국가에서 살아가는 고3으로서 할수 있는 일이 고작 이런 작은 글 하나라는게 너무나도 슬픕니다.
정치란 아무것도 모르던 한낱 청소년으로서 이제 와서, 뒤늦게 모든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이......
그분은 역대 대통령 중 몇 안되는, 정치를 깨끗이, 바르게 하려던 분이셨고 유일하게 국민들게 바른말씀을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수능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온 정계가 한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이 사회에서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들어가 의학도가 되면 무엇합니까.
더럽고 추악한 세상 한줄기 빛이셨던 그분이 사라졌으니 더이상 살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서 뭐합니까?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그분에 대한 애도라니 기가찹니다 정말
그분같은 분이 이 사회에 또 나올까요.
그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더러운 사람들이 고작 돈 몇푼에 대한 의심으로 그분을 내몰았는데, 이 사회는 점점 어떻게 변해갈까요?
그사람들 주머니 다 까보라고 그래요, 지들은 얼마나 깨끗하다고 그럽니까?
'애'가 이런말 쓴다고 뭐라하지 마세요.
어른에 대한 예의? 누가 어른입니까? 요즘 청소년들보다도 더 못한 사람들이 어른인가요?
요즘 청소년들의 대부분의 예의가 없고 버릇이 없는것이 사실입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요?
항상 '정의'를 말하던 분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청소년들 사이에서 조차 '정의'를 말하면 왕따를 당하는 사회가 된겁니다. 아무도 '정의'를 논하지 않는데 예의가 없고 버릇이 없는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이사회의 현실을 이렇게 뼈저리게 느낄 줄 몰랐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 근처 덕수궁에선 그분에 대한 추모행렬이 끝없이 이어질 텐데
저는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들어야 합니까? 그게 옳은 것인가요?
청소년은 공부만 해야합니까?
대한민국에서 아무런 권리도, 발언권도 없는 국민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이 자꾸 생각나요.
도무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아버지. 부디 편히 쉬세요....
'노간지의 사람 사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무현 대통령 서거,BBC에 보낸 이메일 (0) | 2009.05.25 |
---|---|
노무현 대통령과의 추억 2군장병 (0) | 2009.05.25 |
[노무현 대통령 서거] 어느 중국 네티즌의 글 (0) | 2009.05.25 |
[스크랩] <盧전대통령 서거>北김정일, 조전 전문 (0) | 2009.05.25 |
봉하빈소와 대한문앞 빈소의 다른점 같은점 (0) | 2009.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