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통령 김두관

김두관의 결정적 장면 !!!

장백산-1 2010. 6. 8.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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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10.06.07 23:39 인쇄하기

김두관의 결정적 장면

2010.06.08.화요일

임종금

 

 

 

1. 상황

 

2010년 지방선거. 김두관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였다. 3번째 도지사 도전이었다. 처음 그와 맞선 것은 이방호였다.

 

그러나 이방호는 어떤 사람인가? 친박의 최대 숙적이다. 아예 친박계열은 대놓고 김두관을 지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려온 사람이 바로 이달곤이다. 이달곤은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이방호를 압박해 나갔다. 친박계열은 이달곤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결국 이방호가 물러서고 이달곤이 한나라당 경남 도지사 후보가 되었다.

 

이달곤 후보의 선거광고

 

이달곤이 도지사 후보가 되자, 친박계열은 잠시 후보를 내는 듯 하였으나, 곧 이달곤 지지를 선언하였다. 한편 김두관은 민주노동당 강병기 후보와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8~9%의 꾸준한 득표를 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1:1 구도가 된 상태에서 선거전에 돌입하였다. 4월부터 김두관의 지지율은 이달곤에게 5%내외에서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서 엎치락 뒤치락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노풍도 천안함 발표도 팽팽한 무게추를 꺾지 못했다. 여론조사 발표는 사람의 피를 말렸다. 0.2% 앞서거나, 0.4% 뒤서거나, 양측 모두 불안과 초조 그 자체였다.

 

그러다 여론조사 발표 마지막 날, 방송 3사의 여론조사 발표가 나왔다. 4.9% 김두관 우세. 적극 투표층에서는 1% 이달곤 우세. 4.9%는 5월 한 달 동안 발표된 여론조사 가운데 가장 큰 격차였다. 그만큼 경남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대혼전지였다.

 

그리고 5월 28일. 마지막 방송토론이 있었다. 창원 KBS에서 열린 마지막 토론. 이 토론은 부동층이 사실상 양쪽 후보를 선택할 마지막 정보였다.

 

이달곤은 자기가 약간 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나 보다. 이달곤은 수십 년 전부터 한나라당이 써온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빨갱이 낙인 찍기. 이달곤은 김두관을 빨갱이로 낙인 찍어 보수적 성향이 강한 경남의 유권자들에게 ‘김두관은 빨갱이래요.’라고 선전하고 싶었다.

 

그날 이달곤은 민주노총, 한총련, 공무원 노조, 민주노동당, 전교조 등 소위 ‘빨간색’과 관련지을 수 있는 것을 총동원해서 김두관을 몰아세웠다.

 

그렇게 결정적인 장면은 시작되었다.

 

 

2. 질문

 

아래 이달곤 질문에 대한 정답을 써 보길 바란다.

 

이달곤: 민주노동당이 김두관 후보를 밀고 있다는 것은, 경남의 투자 기회를 굉장히 축소시키고, 틀을 꺾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오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민주노동당, 어떤 당입니까?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는 노동당입니다. 그리고 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도 동의 하십니까?

 

김두관: 그 이전에 해외자본 유치는 한반도 평화가 보장 될 때만이 가능한데, 지금 천안함 사건 이후에...

 

이달곤: (말을 끊고) 아니 제가 질문 드린 것은, (문맥상 공무원 노조)노조의 정치적 목표를 위한 활동과 보안법 폐지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김두관: ................................................

 

참고로 이달곤은 검사 출신이 아닌데, 몰아 세우는데는 상당히 능했다. 김두관은 천성이 순한 사람이기에 이달곤의 재촉에 결국 궁지에 몰렸다.

 

필자가 당시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간에 빨갱이 낙인 만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답: 국가보안법 폐지는 경남의 지역의 현실과는 무관한 낡은 이념 공세입니다. 우린 경남 도정을 맡으로 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이념 공세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노조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보장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도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대충 이렇게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초박빙 승부고, 말꼬리 하나라도 안 잡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또한 경남은 보수적 정서가 강한 한나라당의 본진이다. 최대한 중도적이고 중립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김두관은 달랐다.

 

 

3. 김두관의 결정적 장면

 

김두관은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김두관: (묵묵하게) 저는 보안법 폐지에 동의하고요, 노조의 정치적 활동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요. 민주주의 사회니까.....

 

이 대목에서 필자는 놀랬다.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 초박빙의 상황에서 속이 뻔히 보이는 그 질문에 너무나 덤덤하게, ‘당연한 것을 왜 묻냐?’라는 느낌으로 답하는 김두관에게 많이 놀랬다. 왜 노무현 대통령이 김두관을 보면서 자신을 많이 닮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김두관은 마음에 있는 것을 그대로 내놓는 사람인 것이다.

 

솔직히,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 가운데 초박빙의 상황에서 저런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뒤에 이런 말 저런 말 붙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당연히 없애야지요. 당연히 정치활동 보장해 줘야 하지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 사람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꼴통 동네라 불렸던 경남의 도지사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 씨파, 오늘 고백한다. 나 창원 시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한 문장은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 적어도 경남에서는 이제 더 이상 빨갱이 낙인 찍기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김두관은 당당하게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내가 뭘 잘 했다고...." 당선증 받는 날, 순박한 김두관.



입력:2010.06.07 23:39 임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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