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3. 읽기 전에③

장백산-1 2011. 3. 14. 12:45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3. 읽기 전에③

마음공부도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평가 필요
말·행동·생각의 유익한 변화가 평가의 기준


불교공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부와는 달리 이론과 실천이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머리로 하는 이론적 앎과 몸으로 하는 실천적 앎이 하나가 되어 가슴에서 만나는 마음공부라고 했다. 그러므로 마음공부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 잣대 또한 일반 학습평가 방식과는 당연히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달라야 한다는 그 사실을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야하는지, 왜 달라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일에 관심을 두는 이는 흔하지 않는 것 같다.

마음공부도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의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부분의 평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마음공부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음공부가 얼마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타당하고 신뢰롭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천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중물”이라고 하는 말을 얼마나 출가수행자다운가를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한다. 여기서 “중물”은 실천적 측면이기 때문에 이론적 측면인 경전의 가르침에 근거해서 출가수행의 목적에 부합하는 개념으로서의 “중물”을 분명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수행자다움을 평가하는 잣대로서의 “중물”은 이론과 실천적 측면을 동시에 내포하게 된다.

치유적 불교읽기에서는 평가의 기준을 마음공부를 통해서 얼마나 그릇된 생각이 치유되고, 안정되고 조화로운 정서상태를 회복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또 대인관계 속에서 얼마나 말과 행동과 생각이 조화롭고 균형있게 드러나는가에 관심을 둔다. 우리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크게 개인적 수준과 전문영역 수준의 두 측면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 수준에서는 마음공부를 함으로서 얼마나 적게 화내고 정서적으로 조화롭고 일관된 인격으로 변화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인지적으로는 자신의 마음구조와 반응행동, 인간관계 패턴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해하게 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내면의 정서적 조화로움과 자신에 대한 이해가 타인과의 관계를 얼마나 더 유연하게 하고 관계의 갈등을 줄여주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전문영역 수준에서는 마음공부가 얼마나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전문적인 일과 경력에 도움을 주고 유익한가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한다.

마음공부에서는 이론과 실천수행이 서로의 불안전한 앎을 탁마하면서 함께 녹아져 있지 않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는 그것을 올바른 앎, 공부라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마음공부는 알다시피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함께 닦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공부를 하기 전과 마음공부를 하고 난 후에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달라야 한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뭔가 그만큼 더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너그러운 말, 행동, 생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치유적 불교읽기는 바로 이와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말과 행동과 생각을 치유하는데 그 일차적 목표를 둔다.

마음공부를 하는데 왜 평가가 필요한가? 사실 어떤 의미에서 평가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다만 평가의 기준이 공부의 방향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평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의 시험출제 방향이 학교공부의 내용과 방향을 좌우하듯이 마음공부 또한 바로 공부와 수행의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적 불교읽기에서의 평가는 마음공부가 나와 이웃들, 그리고 주변환경을 병들게 하는 해로운 말, 행동, 생각들을 얼마나 유익한 말, 생각, 행동으로 전환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밝혀둔다. 학습하는 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전에 무엇을 평가하는지를 안다면 학습자는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를 보다 자연스럽고 쉽게 파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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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스님은 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로 이화여대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마음의 치료’,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불교상담심리학’, ‘알몸이 부처 되다’ 등이 있다.

출처 : 옥련암
글쓴이 : 갠지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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