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4. 고성제 ⓛ

장백산-1 2011. 3. 14. 12:50

[서광스님의 치유적 불교읽기] 4. 고성제 ⓛ

마음의 변화 없다면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무엇’에 대한 의문보다 ‘왜’에 관심 가져야


사성제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시고 나서 최초로 설법하신 내용이다. 사성제는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①고(苦, suffering), ②집(執,the origin of suffering), ③멸(滅, the cessation of creating suffering), ④도(道, the path that leads to the cessation of creating suffering)의 4가지 거룩한 길, 방법이다.

치유적 관점에서 보면 사성제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진리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사성제쯤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또 쉽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성제는 고집멸도로서 각각 삶은 괴로움이고 괴로움에는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을 제거하면 괴로움은 사라진다.

괴로움의 원인을 제거하는 길에는 여덟 가지가 있다. 여기까지 알면 사성제를 공부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치유적 불교읽기는 불교교리를 공부함에 있어서 ‘무엇’에 대한 의문보다는 ‘어떻게’, ‘왜’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갖는다고 했다. 먼저 고(苦)에 대한 가르침부터 치유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왜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불교심리치료에서는 통각(pain)과 괴로움(suffering)을 구분한다. 전자는 순수 그대로의 일차적 고통이다. 이를테면 몸이 불에 데면 뜨겁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아픈 그런 고통이다. 반면에 후자는 주관적 반응에 의해서 생겨난 이차적 고통이다. 불로 인한 뜨거움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함으로서 오는 고통에 더해서 누구 때문에, 왜 하필 내가 그런 고통을 겪어야 되느냐,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등등, 무엇인가 일어난 사실을 수용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대신 거부하고 부정하는데서 생겨난 고통을 말한다.

우리들이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일차적 고통이 아니라 이차적 고통에서 비롯된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지 않고 거부하기 때문에 제2, 제3의 괴로움을 발생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큰 괴로움을 겪게 된다. “시간이 약이다”는 말이 있듯이 일차적 괴로움은 시간과 함께 생주이멸(生住離滅)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고 나면 괴로움의 크기는 갈수록 감소되고 종국에는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이차적 괴로움은 시간과 함께 소멸되지 않는다. 자연적 괴로움이 아니라 마음이 만들어낸 주관적 괴로움이기 때문에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괴로움도 사라지지 않는다.

고성제에서는 일차적 괴로움과 이차적 괴로움을 구분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괴로움을 겪는 이들은 자신의 괴로움이 얼마만큼 일차적 고통이고 얼마만큼이 이차적 고통인지 알아야 한다. 또 이차적 괴로움은 일차적 괴로움을 거부하고 수용하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괴로움의 순간, 괴로움을 알아차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둘째는 그 괴로움이 일차적 고통인지, 일차적 고통에 대한 반응, 거부로 인해서 생겨난 이차적 고통인지를 차별적으로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셋째 이차적 고통에서 스스로 거부하고 수용하고 있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거부하는 마음의 존재에 대한 자각을 증진시킨다.

누구나 고통의 순간을 맞게되면 일단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지, 고통을 맞이해서 직면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일차적 고통을 피하고 하는 마음은 이차적 고통을 만드는 강력한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에너지는 변명, 부정, 합리화, 투사 등의 다양한 심리적 반응기제를 통해 불안과 갈등,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제2, 제3의 고통이 가중되어 삶은 그만큼 더 힘들고 괴롭게 된다. 그러므로 일차적 괴로움은 삶을 성장과 깨달음으로 이끌지만 이차적 괴로움은 삶을 피폐시키고 파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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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 스님(동국대 겸임교수)은 미국 보스턴 서운사 주지로 이화여대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1993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마음의 치료’,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불교상담심리학’, ‘알몸이 부처 되다’ 등이 있다.

출처 : 옥련암
글쓴이 : 갠지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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