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존재
'신'이라는 단어는
수천 년 동안 잘못 사용된 나머지 그 의미가 공허해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아끼는 편입니다.
그 말의 뒤편에 광대하게 펼쳐지는 신성한 세계를 흘깃이라도
엿보지 못한 사람들이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태연스러게 그 말을 사용하곤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신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내가 믿는 신이 유일한 신이고, 당신이 믿는 신은
거짓'이라는 어리석은 주장과 믿음에 빠지게 됩니다.
심지어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명제를 남겨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신' 이라는 말 자체가 닫힌 개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단어를 입 밖에 내는 순간,
인간적인 어떤 이미지가 창조되고 맙니다.
지성으로는 단순히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우리 밖에 있는 누군가를 상상하고,
그럴 경우에 대체로 남성적인 누군가를 상상하게 마련입니다.
'신'이라고 하든 '존재' 라고 하든,
혹은 다른 단어를 쓰든,
그 말 뒤에 숨은 실재를 정의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그 말이 품고 있는 바를 우리가 경험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말 자체가 본래의 뜻을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바람의 누군가를 내세워 우상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는 '존재(being)' 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편입니다.
'존재' 라는 단어는 '신' 이라는 단어처럼 아무 것도 설명해 주지 않지만,
열린 개념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그 단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함을 제한된 것으로 축소하진 않습니다.
'존재'라는 말을 듣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배타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존재' 야말로 당신 자신의 정수입니다.
'존재' 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의 현존 상태를
우선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이것이다.' ,
'나는 저것이다.' 라고
규정하기 이전의 생생한 '있음' 자체를 가리키는 말인 것입니다.
그러니 '존재' 라는 단어는 당신 자신의 존재를 향해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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