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연기
원인 규명하여 고통 극복한 정신세계
불교는 연기(緣起)의 도리를 깨달은 부처님에 의거하는 종교다.
부처님은 연기의 이치를 깨달음으로써 중생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인간인 각자(覺者)가 됐다.
지혜로운 사람으로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과 전혀 다른
특별한 존재로 바뀐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기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한 내적 정신세계의 변화,
의식의 질적 전환을 이루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와 같이 질적 변화된 내면의 의식세계에 의거해,
부처님의 모든 언행이 나타나게 됐다.
의식의 질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연기가 12연기설이다.
차연성은 '연기의 법칙' 으로
12연기의 상호관계 표현한 것
12연기설은 인간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과 그 원인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곧 중생으로서 고통 받는 정신적인 현실과
그것의 원인을 알고 극복한 부처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이것은 노병사(老病死) 등의 고통은 그 원인이 12개의 단계로
다음과 같이 깊은 원인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려준다.
노. 병. 사 등 → 생(生. 태어남) → 유(有. 생존) →
취(取. 소유욕) → 애(愛. 애욕) → 수(受. 감수작용) →
촉(觸. 접촉작용) → 육입(六入. 여섯감각기관) →
명색(名色. 심신일체) → 식(識. 의식작용) → 행(行. 정신작용) →
무명(無明. 근본번뇌). 곧 노. 병. 사 등의 인간의 고뇌는
그 원인을 추구해가면 근원적으로 인간의 근본번뇌인 무명에 닿는다.
이것을 불전(佛典)에서는
"무명에 연하여 행이 있고, 행에 연하여 식이 있고......
생에 연하여 노병사가 있다" 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노병사의 고뇌가 생겨나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이럴 때의 연기를 연기의 순관(順觀)이라고 한다.
근본번뇌인 무명으로부터 고통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는 법이란 의미이다.
그리고 진리를 알아 근본번뇌인 무명이 없어짐으로써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불전에서는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노병사가 멸한다" 고 말한다. 이것은 무명이 사라져
더 이상 고뇌가 없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이럴 때의 연기를
연기의 역관(逆觀)이라 한다. 무명의 소멸을 통해 고통이
소멸하는 관계로 연기를 반대로[逆] 살핀 관찰법이란 것이다.
부처님은 12연기를 순역(順逆)으로 관찰해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의 현실과 고통의 원인이 소멸하는 진리를 체득했다.
그리고 12연기의 순역의 관계를 관찰하며
부처님은 연기의 근본 이치를 게송으로 표현했다.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길 때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은 없고, 이것이 멸할 때 저것은 멸한다."
이것은 연기의 법칙을 표현한 것으로,
게송은 후대 차연성(此緣性)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이것은 12연기 상호의 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12연기가 존재와 생성,
비존재와 소멸에 있어 일정한 원칙이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이 시간적인 관계와 공간적인 관계 속에 있듯이,
12연기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차연성은 12연기뿐만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삶 속에서 생겨나는 연기의 일반적인 원칙을 나타낸다.
12연기와 차연성 원칙은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의 이치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즉 연기를 깨달아 진리를 체득했다는 것은
우리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번뇌인 무명이 소멸돼 더 이상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는 의식세계를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연성은 연기가 우리 삶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 속에서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있음을 보이며, 부처님께서 삼세(三世)의 인과(因果)나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일정한 원칙을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로 알게 된 것을 뜻한다. 12연기와 차연성 원칙에 의거한 연기를
기본바탕으로 하는 불교는 지구상 그 어떤 종교보다
인간과 삶에 대해 세밀하고 합리적. 이성적으로 설명한다.
[글 : 이태승 위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 불교신문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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