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철이 지났지만 '블라인드' 라는
범죄 스릴러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는 '오감추적 스릴러' 라는 장르로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범죄수사물이다.
사건의 첫 목격자인 여자 주인공은 시각장애인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눈으로 볼 수 없으므로
목격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현장에 있었던 여주인공이
사건 현장에서 직접 냄새 맡고, 만져보고,
듣고, 느껴서 알게 된 사실들을 시각과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사건을 묘사한다.
이 때 오로지 '눈' 으로 본
사실 만으로 진술하는, 말 그대로
'목격자(目擊者)' 인 남주인공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처럼 두 주인공이 하나의 대상을 두고
상반된 판단을 이끌어 내게 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시각' 이라는 감각기관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소리와 냄새, 맛,
촉감을 통해 외부세계를 인식하지만,
일반인들은 여기에 시각이 포함된
다섯 가지 감각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불교에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마음까지도 감각의 한 종류로 인정한다.
곧 불교에서 인간의 감각이란
눈(眼),
귀(耳),
코(鼻),
혀(舌),
피부(身),
마음(意)으로
구성된 여섯 가지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물질적인 다섯 감각기관과
정신적 지각 능력으로 마음을
인식의 기관으로 파악한 것이 특징이다.
눈 귀 코 혀 피부 마음으로
존재의 실상 파악할 수 있어
우리들이 경험하는 현상세계의
모든 존재는 이 육근에 의해
각각의 대상을 분별하여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가 인간의 인식 영역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인식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그 실재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여주인공의 진술을 살펴보면 비가 오는
밤에 고급시트로 된 모범택시를 탔다.
합승하고 있던 다른 손님은 소독약냄새가 났고,
오른손에 시계를 차고 있던 기사는 커피를
권해지만 사양하자 기사가 화를 냈는데,
그 순간 무언가 차에 부딪히며
사고가 났다고 진술을 한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의 택시가 아닌 외제차라는
한 마디에 모든 진실은 한 순간에 무너진다.
그녀가 모범택시라고 믿었던 진실은
귀, 코, 피부를 통해 경험한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모든 정황과 경험된 사실을 기반으로,
그 순간 모범택시로 인식한 그 차량은
그녀가 알지 못한 새로운 차량이다.
우리가 실로 진실이라고 믿는 사실은
우리의 인식범위에 한정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많은 6가지 감관 가운데
'시각' 의 부재는 존재의 실상을 왜곡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6근을 통해 알아야하는 존재의 실상은
'일체의' 형성된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며,
이를 경험하게 되면서 야기되는 고통,
그리고 변화하는 물질을 넘어 부단히 정신의
조합인 '자아' 를 부정하는 무아를 아는 것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불교에서는 3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오온과 6근(根), 6경(境), 6식(識)으로
구성된 12처(處). 18계(界)이다.
오온은 이미 이전에도 많이 언급되었으므로
앞으로 6근(根)의 구체적인 능력과 각각에
대응하는 6가지 외부 대상(境)과 관계를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6가지 인식의 과정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존재 방식에 이해하고자 한다. 관세음보살
[글 : 양경인 불광교육원 연구원 / 불교신문 자료 발췌 (감사합니다)]
'가장 행복한 공부' 無量光明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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