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스크랩] 아함경 이야기 25 - 욕망의 허망함을 가르친 수바비구니

장백산-1 2013. 6. 7. 01:13

아함경이야기 - 경전속의 여성들 11

욕망의 허망함을 가르친 수바 (Subha)비구니

 

 

장노니게366~399에서 수바 (Subha)비구니가 난봉꾼을 만나 교화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때 부처님의 주치의면서 최고의 명의인 지바카의 망고 숲에 수바비구니는 수행거처로 삼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처 주변 망고 숲을 거닐다 어느 난봉꾼을 만나게 된다.

 

그 난봉꾼은 수바비구니를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해 버린다. 사슴같은 아름다운 눈에 반하여 욕망이 치밀어 올라 수바비구니에게 자신과 함께 살 것을 요청한다. 이에 대하여 수바비구니는 감각적 욕망이 허망함을 알려 주는 장면이 장노니게에 자세히 설해져 있다. 내용이 너무 좋아 사족을 달지 않고 그대로 옮겨 본다.

 

아름다운 지와까의 망고 숲을 비구니 수바가 걸어가고 있는데 한 남자가 길을 가로 막았다. 수바 비구니가 말하였다.

 

[수바 비구니] “그대는 왜 길을 막고 있습니까? 내가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출가 비구니에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나의 스승께서는 계율을 정하셨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존중하고 따릅니다. 나는 티 없는 청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대는 왜 길을 막고 있습니까? 그대는 마음을 절제하지 못하고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평온합니다. 그대는 왜 길을 막고 있습니까?”

 

[남자] “당신은 젊고 아름답습니다. 청정한 삶에서 무엇을 구합니까? 가사를 벗어 던지고, ! 어서 꽃이 만발한 이 숲에서 즐깁니다. 숲에 혼자 들어가서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맹수들이 출몰하는 인적이 드문 두려운 숲에 당신은 동행 없이 혼자 들어가려는 것입니까? 금빛 인형처럼, 천상정원의 여신처럼 당신은 걷고 있습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까시산의 옷을 입으면 당신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여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그대보다 더 사랑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녀의 시중을 받으며 궁전에 삽시다. 온갖 금은보화로 당신을 입혀드리겠소.”

 

[수바 비구니] “결국은 부서질 이 육신은 시체로 가득 찬 무덤의 묘지리만 하나 더 늘려 주겠지요. 그런데 그대는 이런 육신에게 무슨 가치를 보았기에 나를 그렇게 쳐다보는 것입니까? 그대는 정신이 돌았습니다.”

 

[남자] “그대의 눈은 어린 사슴과 같고, 산 속의 요정과 같소. 당신의 눈을 보면 나의 감각적 쾌락은 더욱 더 솟아납니다. 티 없는 금빛 얼굴위에 당신의 눈은 연꽃 봉우리 같이 청초하고 빛납니다. 그대가 설령 멀리 있다 하더라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대의 긴 눈섭, 청순한 눈빛, 그대의 눈보다 더 사랑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수바 비구니] “그대는 길이 없는 곳을 걸으려 하오. 달을 잡으려 하고, 수메르산 뛰어 넘으려 하고 있소. 그대는 부처님의 자녀를 쫒고 있습니다. 천상에서도 이 지구상에서도 나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에 의하여 욕망은 뿌리째 뽑혔습니다. 마치 그릇 속의 독이 증발하듯이.

 

이런 것을 성찰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스승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유혹 하시지요. 그러나 이런 것을 아는 사람을 유혹한다면 그대는 괴롭기만 할 것입니다. 내 마음은 괴로움이나 즐거움, 칭찬이나 비방에도 흔들림 없이 굳건히 마음챙김(sati)에 머뭅니다. ‘인연 따라 생긴 것을 부정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나는 부처님을 따릅니다. 그리고 훌륭한 팔정도를 타고 갑니다. 번뇌의 화살은 뽑혔습니다.

 

나는 막대기와 줄로 만든 화려하게 색칠한 춤추는 꼭두각시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만일 이 꼭두각시의 막대기나 줄들을 떼어내고 던져 버리면 흩어져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꼭두각시의 형체를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까요?(어느 것을 꼭두각시라 하겠습니까?)

 

나의 몸도 이와 같습니다. 육신의 특성(현상)을 떠나서 육신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육신의 특성들을 제거하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까요? (어느 것을 육신이라 하겠습니까?)

 

어리석은 이여, 그대는 사라진 신기루 같은 꿈속의 황금나무 같은, 군중 속에서 보여주는 마술 같은 있지도 않은 것을 맹목적으로 쫒고 있습니다.

(그대가 그렇게 찬탄하는)눈은 구멍 속의 작은 구()로서 중앙에 거품이 있고 눈물도 나고 눈곱도 낍니다. 다양한 양상들이 눈의 모양에서 만들어 집니다.”

그때 그토록 아름다운 눈을 수바 비구니는 아무런 애착도 없이 뽑았다. 그리고 말하였다.

 

여기 이 눈을 가져가시오.”

그리고 그것을 그 남자에게 주었다. 그 남자의 욕정은 즉시 사라졌다. 그리고 용서를 빌었다.

 

그대의 눈은 원래대로 복구되기를 빕니다. 청정한 삶의 여인이여.

이런 일은 두 번 다시없을 것입니다.

그대와 같은 사람을 해치려는 것은

마치 불길을 끌어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마치 독사를 움켜쥔 것 같습니다.

그대의 눈이 원래대로 복구되기를 빕니다.

나를 용서해 주십시오.”

수바 비구니는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 온전히 깨달으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의 거룩한 공덕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은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부처님은 신심일여(身心一如)라고 가르쳤다. 즉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뜻이다. 몸이 있기에 마음현상이 있고, 마음현상이 있기에 몸이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오로지 몸에만 관심을 가지고 마음현상은 깨달으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 과학에서는 몸과 마음은 양방향성이라고 한다. 즉 뇌에서 도파민이 나오면 즐거운 마음이 되고, 또한 반대로 즐거운 마음을 먹으면 뇌에서 도파민이 나온다는 뜻이다.

 

수행을 통해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경지에 가지 못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과학적 임상실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뇌 과학에서는 명상수행이나 요가, 걷기(경행)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흐트러져 있는 마음구조를 바르게 하고, 그렇게 하면 뇌구조가 바뀌게 된다고 한다. 뇌 특히 전두엽의 제어 기능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완전히 이성이 마비되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이럴 때의 지원군이 바로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탁월한 조절기능이 있어서 평상심을 되찾고 이성적 판단을 하 수 있게 해 준다. 충동이나 공격성을 불러일으키는 노르아드레날린과, 강한 쾌감을 동반하지만 중독 위험이 있는 도파민 및 엔도르핀의 폭주를 조절해 준다.

 

이런 탁월한 조절기능이 있는 세로토닌이 바로 명상수행이나, 기도, 주력, 사경, 절 수행을 하면 나온다. 물론 올바른 이론과, 수행의 과정을 배우는 것은 필수적이다.

원효스님은 어리석은 자의 수행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蒸沙作飯, 증사작반)과 같고 지혜로운 사람의 수행은 쌀을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蒸米作飯, 증미작반)과 같다고 했다.

 

조금만 노력하면 과학의 힘을 빌려서 저 수바비구니스님처럼 당당하게 세상의 탐욕, 성냄, 어리석음과 싸워 이길 수 있다. 우리들의 욕망이 다만 정자, 난자의 일일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잘 다스려 나와 남이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육신의 허무함이 마치 질그릇 같음을 깨달은 사람은

마음을 잘 다스려 튼튼한 성곽처럼 만든다.

그는 이렇게 마라(번뇌)를 정복하고 마음을 잘 보호하여

더 이상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법구경40)

 

 

출처 : 옥련암
글쓴이 : 산빛노을(원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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