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림칼럼] 카르페 디엠
매경이코노미 입력2014.09.01 11:13 수정2014.09.03 15:33노천 테이블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고 있다. 남자 넷이 둘러앉아 입으로 고기를 나르면서 연거푸 소주잔을
부딪친다. 넥타이를 풀어서 호주머니에 찌르고 와이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채. 뭔 말인가를 한마디
하더니 박장대소를 한다.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고 발을 구르며 깔깔거린다. 유쾌하고 감칠맛 나는 남자의 웃음소리다. 뭐가 저리도 재미날까? 나도 그 유쾌한 삶의 한 장면에 끼어들고 싶었다. 퇴근길 서울 어느 골목에서 마주친 광경이다.
얼마 전부터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나는 '인생의 한 장면'을 찍는다면 뭘 택할지 가끔 생각한다.
저무는 들녘에서 추수하는 부부, 굴렁쇠 굴리는 꼬맹이, 면접관 앞에선 취업준비생,
아궁이 불에 저녁밥을 짓는 할머니….
삶의 瞬間瞬間을 진지하게 엮어 가는 모습이랄까, 그런 類의 場面을 想像하던 내게 그 골목길 風境은 딱,하고
정수리를 쳤다. 초죽음이 되도록(번아웃) 일한 뒤에 마음껏 먹고 즐기기. 그 또한 훌륭한 삶의 한 컷이다.
森羅萬象이 '깨달음'의 거울을 들고 있지만 아둔한 衆生이 그걸 들여다보고도 알아채지 못했을 따름이다.
서울 부암동주민센터 옆 고갯길을 오르면 현진건의 집터가 있다. 나는 일 년에 몇 번씩 이곳을 찾는다.
어쩌다 저녁 무렵에 이 빈터를 보게 되는 날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거나하게 취한 현진건이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왔을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다. 주인의 자취가 남아 있는 기와집마저 수년 전 헐린 뒤로는 더욱 휑해졌다.
거기서 더 올라가면 안평대군 집터가 있다. 인근엔 큰 바위와, 나이를 알 수 없는 아름드리나무가 人間事를 지켜보고 있다. 山川은 依舊한데 人傑은 간데없느니….
운수 좋게 돈을 많이 번 남편이 맛있는 음식을 사왔지만 못 먹고 생을 마감한 빈처나, 동생(안평)을 죽이고
하늘을 찌르는 權勢를 누렸지만 쉰을 겨우 넘기고 생을 마감한 수양이나…. 아등바등 살아도 때가 되면 간다.
이 마루턱에 서면 새삼 生의 無常을 느끼게 된다.
카르페 디엠! 거칠게 해석하면 '현재를 즐겨라!'쯤 된다. 우리는 삶을 즐기고 있는가?
現實은 未來를 위해 일하고 내일을 위해 저축하고 오늘을 無限定 留保하는 우리다. 그게 좋은 삶일까?
정답은 5000萬個일 수 있다. 한때는 제 삶을 차갑게 비판하다가, 어느 때부터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무섭게 질주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시간이 자기숙성의 시간이다. 평생 제 삶에 칼을 겨눈 사람은 익을 틈이 없다.
이런저런 궤적을 돌아보면서 문득 '나는 내 삶을 즐기는가?' 하고 묻게 된다.
窮極的으로 人間에겐 '오늘'뿐이다. 축지법을 쓰는 도인(道人)이라도 내일을 살 수는 없다.
오늘 또 오늘 그렇게 무한히 계속되는 오늘을 살다가 '어느 오늘' 삶을 마감하는 게 인생이다.
財産을 움켜잡은 손아귀도 生命이 다하면 스르르 풀린다. 서시(西施)의 예쁜 눈도 땅속에 들어가면
움푹 패이고 그 속에 흙이 들어찬다.
現在를 즐기지 못하는 건 놓지 못해서다. 뒤늦게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貪欲과 過한 目標를 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사람들이 왜 冥想에 몰릴까?
놓아버리기, 포기하기,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1分 冥想도 못 버티고 雜念에 사로잡힌다.
차마 놓지 못하는 것이 많아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움켜쥐고 있다.
現在의 삶을 즐기지 못하는 건 외골수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거기서 벗어나려 조금씩 外道의 길을 걷고 있다.
좋아하는 것에서, 고집하던 것에서, 맛있는 것에서, 옳다고 믿는 것에서 떠나. 그렇게 角度를 틀어 낯선 삶을
들여다보고, 즐기지 못하도록 세팅된 레시피를 희석시키려 한다. '現在를 즐기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지만
이처럼 복수전공을 하듯이 人生을 더블로 살겠다는 生覺도 한 가지 方法이다. 다만 그것마저도 執着은 禁勿이다.
[주간국장 hor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73호(09.03~09.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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