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소유하기, 버리고 떠나기

장백산-1 2015. 3. 17. 01:09

 

 

 

 

 

소유하기, 버리고 떠나기

 

 

제가 아는 한 비구니 스님께서 出家를 하시기 前에, 오랜 기간 職場生活을 하셨습니다.

出家하기 前에 이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出家를 위해 오랜 세월 함께한 자취방을 정리하면서 하나하나

정리할 때마다 온갖 物件들과 關聯된 生覺과 執着들이 올라오더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整理하는 것

自體가 그대로 出家의 意味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지요. 먼저 그 내용 중 일부를 읽어드릴까 합니다.

 

어제는 자취집 정리를 했습니다. 出家는 작게는 그 동안의 삶에서 나를 즐겁게 슬프게 했던 物質的인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고, 크게는 나라는 存在를 固定 지었던 生覺 觀念 槪念 相 이미지 等을 놓아버리고

가는 그런 길이라 하셨는데 그런데, 요즘은 주위의 日常的인 것들을 整理하면서 작은 마음조차도 놓치

못해서 마음을 조리는 내가 보입니다.

 

은행에서 카드정리 및 통장들 정리하고 작지만 들었던 保險도 정리하고 因緣 지었던 소중한 책들 편지와

또 그 외 작은 것들, 어차피 다 내가 가지고 갈 수 없는데도 하나하나를 손에서 놓을 때는 온갖 마음들이

다 붙습니다. 적금을 해약할 땐 조금만 부우면 만기인데 좀 아깝다는 生覺, 保險을 해약할 때도 그래도 이

보험 덕분에 어디를 가도 든든함이 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어찌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

(더 큰 부처님 빽이 있는데도..^^).

 

이 화장품은 산지 얼마 안 된 거고, 이 옷들도 내가 좋아하는 거고, 이 책을 살 때는 어떤 기분이였고

읽으면서도 좋은 느낌 주어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는데, 틈틈이 끄적 거렸던 일기장의 내용들도 한 번씩

읽어보고,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는 사진들 한 번씩 훑어보고, 냉장고의 음식거리 정리하는 것 조차에도

많은 생각들이 달라붙더라구요. 필요 없는건 버리고 그래도 좀은 쓸만 한 건 나눠주고 내 것 이지만 결코

내 것이 아니고 내 것이라고도 固執 할 必要가 없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사람이든 物件이든 因緣에 依해서

만나게 되고 또 그 因緣이 다 되면 헤어지게 되는 것 또한 새롭게 와 닿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들도 우리 집안 곳곳을 돌아보게 된다면, 特定한 所有物들을 볼 때마다 그것이 어떻게

나에게로 오게 되었는지, 그것을 가질 때 내 기분은 어땠는지,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 이것은 어떻게 다른

것이고 얼마나 더 좋거나 나쁜 것인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意味였는지 등 온갖 多樣한 觀念 槪念 과 感情과

欲求들까지 그 하나의 物件 속에서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 앞에 있는 모든 對相들은 各各

내가 意味를 부여 했던 갖가지 槪念들이 總合인 分別 妄想 幻想인  一切唯心造  皆是虛妄 입니다.

 

卽, 이처럼 우리는 그것 自體에 重要性이나 價値가 絶對的으로 부여된 어떤 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내 스스로 意味를 賦與 하고 있을 뿐입니다. 내 스스로 만들어 놓은 家値에 스스로 묶여서

執着하고 괴로워하면서도, 끊임없이 家値를 부여하고 그렇게 價値賦餘된 것들을 더욱 더 가지고 싶어하고,

소유하려고 안달하는 이 끝나지 않는 所有와 執着의 虛妄한 장난에 휘둘리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꼭 出家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賦與한 價値와 執錯이라는 것이

實體的인 것이 아니며 虛妄한 것이라고 自覺함으로써 所有의 굴레에서 自由로와지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되면 所有하면서도 所有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이지요.

비로소  所有物에 얽매이지 않는 自在自由로운 精神이 깃드는 것입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