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동국대 불교학부 박경준 교수 |
불교사회경제를 전공한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지금도 1997년 12월을 잊지 못한다. 당시 한국이 금융위기로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한국사회는 엄청난 격변에 휩쓸려 들어갔다. 많은 국민들이 장롱 속 금반지를 꺼내며 속속 고통분담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작 1차적 책임 당사자인 기업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숱한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고, 비관 자살하는 실업자들이 끊이질 않았다. 박 교수는 당시 구조조정이 최선이었는지, 지금도 기업이 어려울 때면 꺼내드는 구조조정이 정당한 것인지 되묻곤 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데 이른다.
“기업은 이윤추구만을 정당화하고 손해가 된다 싶으면 냉혹하게 해고합니다. 참으로 차가운 자본주의의 모습입니다. 이런 기업문화가 자리 잡은 사회일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행복감은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불행해지는 사회로 치닫는 것이지요.”
박 교수가 불교의 사회·경제사상에 천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불교는 2600년 전 인도에서 유일하게 이자수입을 인정하는 종교였으며, 오늘날 글로벌기업에 비유할 수 있는 자산가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종교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경제활동에 대한 불교의 기본입장도 새롭게 정립했다. 불교에서는 재가불자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돈 버는데 관심을 가질 것과 함께 무엇보다 돈을 바르게 쓸 것을 강조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것이 곧 보시이자 자리이타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마이다스아이티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무(無)스펙, 무(無)페널티, 무(無)성과보상, 무(無)정년이라는 4무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럼에도 어느 회사 못지않게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공동체의식의 강화가 그 회사의 저력이 된 거죠.”
박 교수는 기업들이 이기적 욕망을 추구하는 1차원적 자유에서 이타적 자비를 동반하는 2차원적 자유로 전환하지 않을 때 ‘평등의 도전’을 받고, 타율적 평등에서 자율적 평등으로 바뀌지 않을 때 ‘자유의 도전’을 받을 것임을 경고했다. ‘동국대 인적자원관리의 불교적 리모델링 연구팀’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는 박 교수가 법보신문사와 공동으로 3월14일 학술세미나를 연 것도 우리사회와 국가는 물론 인류가 평화로워지는 방안을 불교에서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박 교수는 “현대 기업은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불확실한 경제적·사회적·제도적 환경에서 다양한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과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경영 모델의 대안을 불교에서 찾아냄으로써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86호 / 2015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