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
촛불집회의 시작…주한미군을 바꾼 미선·효순 추모집회
입력시간 | 2017.02.04 08:00 | 김관용 기자 kky1441@edaily.co.kr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설 연휴로 한 주 쉬었던 촛불집회가 4일 재개됩니다. 이번에는 ‘2월에는 탄핵하라’는 주제를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단체의 맞불집회도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계속된 촛불집회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촛불집회는 이제 한국의 대표적 집회 및 시위 문화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촛불집회에서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위를 밝게 비춘다는 점에서 희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또 약한 바람에 꺼지면서도 여럿이 모이면 온 세상을 채운다는 점에서 결집을 뜻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새벽을 기다리는 불꽃이라는 점에서 꿈과 기원도 의미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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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촛불집회의 시작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천주교와 기독교 등 종교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집회들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적 의미의 촛불집회의 시초를 2002년 6월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주한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두 여자 중학생의 사인 규명과 추모를 위해 시작된 촛불집회가 현재의 촛불집회와 형태나 의미 면에서 가깝다는 것 입니다.
사고로 사망한 미선 양과 효순 양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집회는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촛불집회는 미군 교회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당시 사고 가해 부대였던 미2사단 군인들은 두 여중생을 기리기 위해 촛불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촛불시위 제안이 확산되면서 11월 처음으로 서울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개최됐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추모집회의 성격이었지만 미군 법정이 사고 장갑차 운전병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반미(反美) 시위의 성격으로 바뀌어갔습니다.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시위문화로 정착돼 이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통과 반대집회와 2008년 미국 광우병 소 수입 협상 반대 시위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촛불집회가 시위문화 뿐 아니라 우리 군(軍)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줬다는 것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미군들은 우리 한국군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로만 친구지 사실상 무시하는 수준이었다는 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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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촛불집회가 반미 시위로 번지고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미군들의 설자리가 좁아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군에 대한 이미지가 극도로 악화됐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주한미군은 친(親) 한국 정책을 내놓고 한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주한미군의 ‘굿네이버’(Good Neigbor)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미군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해 상호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한·미간 우호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군과 미군이 습관처럼 외치는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구호도 미선이 효순이 사건 이후 양국 군의 핵심 슬로건이 됐습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미연합사령부 본청에는 주한미군이 한국 사회와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 온 흔적들을 전시해놨습니다.
주한미군 간부들에게는 ‘하이웨이 56 레슨’(highway 56 Lesson)을 교육 한다고 합니다. 하이웨이 56은 미선·효순 양이 장갑차에 깔린 경기 양주시 광적면 56번 지방도를 의미합니다. 당시 사건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교육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장관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3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매티스 장관은 우리 말로 “함께 갑시다”를 외쳤습니다. 지난 60여년 동안 동맹관계를 이어온 한국과 미국이 미 트럼프 신행정부에서도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갈지 주목됩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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