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집사변호사' 인사자료엔
"법조 생불" "MB때 벼락성장"
서영지 입력 2017.02.21 05:46 수정 2017.02.21 08:36
박대통령 취임 한달 전 작성
"그분께 누가 된다" 위험행동 안듯
대법관 · 3대 사정기관장 후보
새정권 충성 · 정치성향 · 품성 등
안팎 풍문 섞어 구체 · 노골적으로
[한겨레]
“정권 초기 인사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그분께 누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분께 후보군 인물들의 평가를 진정 전해드릴 필요성이 있다고 사모님께서 생각하신다면, 기간을 좀 주시면 일선과 조직 내 평가를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최순실씨의 측근 법조인 중 한명으로 알려진 맹준호 변호사는 최씨를 “사모님”으로 깍듯하게 부르면서도, 최씨의 부탁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맹 변호사는 정부 인사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최씨를 위해 실행 여부와 상관 없이 작성 자체 만으로도 ‘인사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대법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후보 19명의 인사평가 자료를 만든다. “그분”으로 지칭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여 전인 2013년 1월29일의 일이었다.
“법조계에서 생불(살아있는 부처)로 불릴 정도로 인품이 훌륭해 존경받는 분입니다. 그분의 성품과 비슷합니다. MB정권이 고려대 출신 대법관을 만드느라 전임 대법원장과의 갈등 과정에서 아직 두드러지지 못했을 뿐입니다.” 20일 사정기관 쪽 말을 종합하면, 맹 변호사는 자신의 사법연수원 은사라는 한 현직 법조인을 최씨에게 대법관 후보로 ‘단수 추천’하며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법리에 밝다’ 는등 기본적 평가도 없이 자신과의 ‘관계’에 기반한 지극히 주관적 내용이다.
반면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3대 사정기관장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노골적이었다고 한다. 자체 분류한 검찰총장 후보 8명에 대해서는 “고령에 독특한 성품으로 화합에 부적당”, “원만하고 의리가 있음. 정부 출범 초기 MB정권이나 기존 비리에 엄정한 대처와 개혁 가능. 차기 총장으로 제일 무난”, “정권에 대한 의리·충성은 다소 떨어짐”, “정권에 충성할 인물이고 MB정권과도 인연 없음. 다만 지역적으로 정권 초기 기용은 부담”, “MB정권에서 벼락 성장. 대표적 MB맨”, “총장감으로 약함” 등 특정 인사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으로, 일부 인사는 매우 신랄하게 평가했다고 한다.
국세청장 후보 5명에 대해서도 “MB맨인데 새 정권에 충성 얘기를 하며 주변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풍문”, “야전이라 할 수 있는 일선 세무서장 · 지방정창 경험 없음”, “주요요직 거치지 않음”,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빛 본 것은 없음”, “동료들로부터 신망. 지역적으로도 부담 없음. 차기 청장으로 적임이라는 대다수 평가” 등의 인사평 꼬리표를 달았다고 한다.
경찰청장 후보 5명 역시 “경찰은 정치권력이 교체되더라도 새 정권에 충성하는 경향”, “업무추진력이 있으나 주관이 강하고 호불호가 분명. 포용력이 부족해 추종자만 생긴다는 평이고 일선 하위직 경찰의 평가는 낮은 편”, “한직을 거치며 사실상 끝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회생한 탓에 그분의 의중이 실렸다는 풍문”, “MB계와 인연 적음”, “정권 초 기용은 부담”, “동급 경찰 중 고령” 등 조직 안팎의 평가와 정치 성향, 이명박 정부와의 관련성,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관련한 풍문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맹 변호사는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냥 인터넷 블로그나 주변의 평을 주워들은 것들을 적은 것이다. 이런 거 하는 것이 주제넘기도 하고 부끄러워 최씨에게는 전달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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