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나는 말을 잃어 버렸다

장백산-1 2017. 5. 2. 09:35

나는 말을 잃어 버렸다 / 조오현 스님


내 나이 일흔둘에 

반은 빈집뿐인 산마을을 지날 때 

'늙은 중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더니

예닐곱 아이가 감자 한 알 쥐여주고 

꾸벅, 절을 하고 돌아갔다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 산마을을 벗어나서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사나 했더니 

그 아이에게 감자 한 알 받을 일이 

남아서였다

오늘은 그 생각 속으로 무작정 걷고 있다


- 조오현(1932~)('적멸을 위하여'-문학사상사,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