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개헌보다 정당 개혁이 시급한 이유
입력 2017.06.02. 02:50 수정 2017.06.02. 06:22
여당부터 공천 완전경선제 해야 의원들이 당론 정치에서 해방돼
정당 내부 분권화가 이뤄져야 대통령의 야당 설득도 쉬워진다
이를 협치와 소통의 정치라 한다
내각제화의 또 다른 근거는 현역 의원들의 장관 겸직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4개 부처의 장관직에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들을 지명했다. 이로써 여당에서 잔뼈가 굵은 이낙연 총리를 포함해 행정부처 장관 후보자의 절반 이상이 현역 의원들로 채워지게 됐다. 야당과 언론이 후보자들의 온갖 사소한 흠집까지도 (물론 평범한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반칙을 거듭하면서 살아온 후보자들도 분명 있다) 캐내는 지금의 인사청문회 관행 속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여당 의원들을 대거 지명하는 현실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제의 내각제화를 목격하면서,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레 정당정치로 쏠릴 수밖에 없다. 내각제 정부 운영의 중심은 곧 정당이며, 우리 대통령제가 내각제화하고 있는 현실은 민주주의의 성패가 정당정치의 수준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문재인 정부가 정치·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닥치는 첫 번째 관문은 정당 개혁이 될 것이다. 정당 개혁 없이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검찰 개혁도,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 생태계의 개혁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의 경우에도 다수의 전문가가 협치를 위한 대통령의 설득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여기서 종종 미국과 한국의 정당정치의 중대한 차이가 간과되곤 했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야당에 대한 설득의 힘을 발휘하는 결정적 기반은 정당들의 내부 분권화에 있다. 미국의 의원들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 정치자금 조성에 있어서 중앙당이나 정당 보스들로부터 거의 완전하게 자유롭다. 후보 공천은 유권자들과 당원들이 좌우하고, 정치자금 역시 이들에게 주로 의존한다. 따라서 당론보다는 지역구 여론과 의원들 개인의 상식과 소신이 중요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면서 검찰 개혁 등을 향한 협치를 해 나가는 선결 조건은 바로 여야 정당의 내부 분권화에 있다. 이를 위해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정당 개혁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 먼저 대통령 후보 경선제를 도입하자, 한나라당 역시 마지못해 이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새천년민주당의 후보 경선제는 노무현 현상이라는 폭발적 변화로 이어졌었다. 달리 말해 문재인 대통령의 여당이 먼저 의원들을 당론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의원 후보 완전경선제를 도입하고 이를 아예 법제화할 때에 정당 분권화는 야당들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분권화에 따라 당론이 무력화되고 의원들이 자율성을 가질 때 문 대통령의 야당에 대한 설득은 용이해진다. 우리는 이를 협치와 소통의 정치라고 부를 수 있다.
장 훈 본사 칼럼니스트 ·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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