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당처(當處),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성경 내용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복음, 24장 42절),
마테복음 24장 44절은 이렇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에도 이런 게송(偈頌, 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이 있다.
“야야포불면(夜夜抱佛眠) 조조환공기(朝朝還共起) 욕지불거처(欲知佛去處) 어묵동정지(語默動靜止)”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이를 해석하기를, ‘밤마다 부처를 품고 잠에 들고, 아침마다 부처와 함께 일어
난다. 부처가 거처하는 곳이 어딘지 알려면, 말을 하고 있는 당처, 침묵하고 있는 당처, 움직이고 있는
당처, 조용히 있는 당처(當處), 바로 그 자리 당처(當處)를 알아채라’로 풀었다.
시인과 시의 관계도 이와 흡사한 듯하다. 시는 어느 순간 문득 찾아들기도 하는 것이니, 시를 쓰(려)는
시인은 깨어서(잠을 자면서까지), 방심 상태에서조차(깨어서) 시를 쓸 준비를 하고 있으란 뜻이겠다.
-동화 읽는 어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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