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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워하는 마음을 없애려고 애쓰지 말라

장백산-1 2024. 1. 28. 16:19

괴로워하는 마음을 없애려고 애쓰지 말라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괴로워하는 마음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누구나 한번쯤 가슴 미어지는 고통을 겪어 봤을 것이고, 또한 가슴 속에 묻고 살고 있으리라. 지난 주 법회할 때 어떤 대목에서 어떤 사람이 유난하게 눈물을 글썽이며 흐느꼈다.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삶의에서 생기는 어떤 아픈 마음을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 파묻고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아픈 마음을 아무리 놓으라고 비우라고 해도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더라도 놓아야 하고 맑게 비워야 텅 빈 가슴으로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바로 아픈 마음을 놓고 비울 수 있는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번뇌 욕심 집착심을 놓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왔다. 그러나 번뇌 욕심 집착심을 비우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하나가 바로 번뇌 욕심 집착심을 놓고 비우고자 하는 바로 그 마음도 놓아버려야 할 망상일 뿐이며, 깨닫고자 애쓰는 마음 또한 내적인 분리와 혼란을 가져올 뿐이란 사실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가 괴롭다고 느끼는 주체인 '나', 괴로움이란 실체에 대해 살펴보자. 이 ‘세상’,  ‘괴로움’,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자.

이 세상, 괴로운 마음, 나라는 존재는 모두가 오직 인연 따라 만들어졌다. 고통도 아픔도 업(業)도 그것들의 본성은 텅 비어 있을 뿐이다. 이 세상은 자신 스스로 지은 행위 즉 업에 의해 잠시 잠깐 꿈, 환영 물거품, 신기루, 그림자 처럼 만들어졌다가 사라질 뿐이다. 인연 따라 온갖 사물이 생기고 인연 따라 온갖 사물이 사라진다. 내 행위에 따라 온갖 사물도, 이 세상도, 고통도 만들어지고, 내 행위에 따라 그 모든 것이 소멸된다. 인연 따라 만들어 진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허망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실체가 아닌 것에 괴롭게 살 필요는 없다. 실체 아닌 것에 집착하고 얽매여 괴로워하고 아파하고 답답하게 살 필요는 없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인연 따라 만들어진 실체가 없는 것이기에 세상 모든 것은 다 공(空)하다고 하는 것이다. 물질도 공하고, 사람도 공하고, 괴로움도 공하며, 아픔도 슬픔도 공하다. 사랑도 미움도 공하며, 수행도 열반도 공하고, 부처며 깨달음도 다 텅 비어 공하다. 삼라만상 일체 모든 것이 다만 내 마음 말 행동이 지은 행위인 업에 의해 잠시 꿈처럼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마치 사막을 가는 여행자에게 갈증으로 인해 꿈처럼 오아시스가 보이듯, 이 세상으로 여행 온 우리들에게 갈애(渴愛)로 인해 이 세상 온갖 존재라는 오아시스가 보이는 것뿐이다. 이 세상 온갖 것들은 사마의  오아시스일 뿐. 실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실체가 아닌 거기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다. 아픔도 슬픔도 즐거움도 우리가 지어낸 허깨비에 불과할 뿐이니 이 세상 모든 것들의 본연에는 털끝 하나 움직인 일도 없고, 일어난 것도 없다. 그러니 괴로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대 자유를 꿈꿀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본래 자리에 늘 그렇게 여여(如如)하게 있을 뿐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일체 모든 관념의 울타리를 놓아버리고 지금 여기 이 곳에 있는 이대로의 세상을 바로 보기만 하면 된다. 일체를 다 놓는다는 것은 애를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애쓰고 노력하면 벌써 어긋난다. 애쓰고 노력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바라는 일이며, 그랬을 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온전한 성품을 놓치고 만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내 안의 분별심을 그냥 내려놓고, 내 안에 켜켜이 쌓인 관념의 틀을 그냥 버리기만 하라. 내려놓으려고 애쓰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붙잡으려고 애쓰는 일만 버리면 된다. 참마음을 찾고자 애쓸 것이 아니라, 본래 환한 참마음을 그냥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억지스레 분별해 놓고 다시 놓으려고 애쓰지 말고, 억지를 부리는 마음만 놓아버리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본래 자리를 찾는다. 여여하게 물 흐르듯 흘러간다. 아주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그것이 우리들의 본성이고, 이 세상의 본성이다.


2015.04.06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