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이것'은 무엇인가?

아는 '이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온갖 소리들이 소음들이 왔다가 사라진다. 소리가 날 때는 즉각적으로 애쓰지 않더라도 어김없이 그 소리가 거기에 있음을 안다. 햇살이 구름 뒤에서 뛰쳐나와 쨍하고 비칠 때는 햇볕의 눈부심을 바로 안다. 어디에 부딪치면 아프다는 것을 바로 안다. 살을 꼬집으면 바로 통증이 느껴진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온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안다.

 

이같은 앎을 우리는 알려고 애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안다. 무엇이 그것들을 아는가?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아는 이것은 무엇인가? 살을 꼬집으면 통증을 아는 이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아는 이것이 내 몸이거나, 내 생각이거나, 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오온(五蘊) 중에서 아는 ‘이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것은 하나의 생각이고 관념일 뿐이다. 몸이 있으니까 당연히 느끼는 거 아니야? 라고 하겠지만 그건 그렇다고 여기는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그것을 아는 의식이 있으니까 아는거지라고 하겠지만 그것도 하나의 생각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을 아는 ‘이것’은 몸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몸 바깥에 있는 것도 아니다. 소리를 듣는 ‘이것’은 귀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귀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이것은 ‘이것’이라고 불릴 만한 무언가로 정해져 있는 것은 더욱이 아니다. 이것은 어떤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 추울 때 추운 줄 알고 더울 때 더운 줄 안다. 때리면 아픈 줄 안다.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것에 대해 추측하거나, 머리를 굴려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논리적인 생각으로 과학을 들먹이며 증명해내려고 애쓴다면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다만 이것이 뭐지를 모를 뿐이다. 분명하게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있기는 분명히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깥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들을 다 듣고 있지 않은가? 듣고 있는 ‘이것’은 분명히 있다. 이것은 내 안에 있거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크거나 작은 것도 아니다.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직 이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뿐이다.

 

이것에 대해 도무지 알 수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불가에서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나이며, 본래면목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참된 나의 본성이고, 이것이 곧 우주다. 이것을 마음이라고도 부른다. 다양한 이름으로 이것을 부르고는 있지만 그 어떤 이름도 이것을 대변해 주지 못한다. 그것은 다만 우리끼리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한 하나의 명칭에 불과할 뿐이다.

 

여전히 이게 뭔지 우리는 모른다. 이렇게 늘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이것과 이렇게 매 순간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어떻게 해야 이게 뭔지 알 수 있을까? 이것은 아는 알음알이의 대상이 아니다. 알려고 하는 모든 인위적인 노력으로는 알 수가 없다. 생각으로는 파악해서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을 인식으로 알려고 하면 알 수 없다. 아예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계합하는 것, 통하는 것, 확인하는 것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것에 계합하기 위해서는 그냥 그저 몰라야 한다, 모르지만 알고자 하는 발심과 목마름만 있는 것이다. 확인하고자 하는 간절한 발심은 있지만, 방법도 없고, 이해되지도 않고, 노력해도 안 되기에 넋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모를 뿐’의 꽉 막힌 벽 속에 갇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은산철벽에 갇힌다고 한다. 이처럼 은산철벽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꽉 막힌 곳에서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확인되는 때가 반드시 있다고 하니, 어떤가, 우리 모두 꽉 막힌 모를 뿐인 이 감옥에 다 함께 갇혀 보는 것이.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