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에서 펼쳐 보인 선명상 “내려놓음으로 얻는 평안의 지혜”
진우 스님, 10월 11일 미국 예일대서 ‘선명상’ 주제 강연
모든 순간 내려놓는 ‘방하착’ 제시…7가지 명상법도 소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예일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소장 김환수)의 초청을 받아 ‘방하착’의 원리와 선명상의 가치를 전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진우 스님은 방하착의 개념을 불교의 연기법과 연결해 설명하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평안과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예일대 학생들과 교수진 앞에서 이루어졌으며, 선명상 실습을 포함한 실질적인 방법론도 함께 제시됐다.
진우 스님은 10월 11일 오후 5시, 예일대 헨리루시홀에서 ‘불교수행자의 명상 여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에는 월킨슨 예일대 맥밀런연구센터, 동아시아연구소의 김환수 소장, 파비 안드릭슬러 소장과 교수·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또한 진우 스님과 함께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조계종 종회의장 주경 스님을 비롯해 동국대 이사장 돈관, 교구본사 주지 무공·등운·허운·정덕 스님, 한국카이스트 연구소장 미산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 윤재웅 동국대 총장, 정용욱 문체부 종무실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스님은 먼저 자신을 수행자로 소개하며, 모든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방하착’을 제시하며 “삶에서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가지고 가는 것보다 이 둘을 모두 떠난 평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핵심은 바로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는 마음가짐에 있다.
진우 스님의 강연은 연기법과 인과법에 기반한 설명이 특징적이었다. 스님은 모든 현상이 상호 의존적이며,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연기법의 원리로 설명했다. 따라서 집착할 필요가 없고, 방하착을 통해 좋고 싫은 감정을 내려놓으면 자연스럽게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님은 자신의 수행 경험을 토대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여 좋고 싫은 분별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강연 중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중 하나는 석축 작업 중 손가락을 크게 다쳤던 사건이다. 극심한 고통으로 병원을 찾은 스님은 의사의 느긋한 태도에 분노를 느꼈으나, 자신에게 분노의 감정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내려놓자 즉각 평안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스님은 "의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내 내면의 분노가 원인이었다"며, 이러한 감정을 내려놓았을 때 평안을 찾았음을 강조했다.
또 다른 경험은 선방에서 좌선 중 졸음과의 싸움 이야기였다. 스님은 졸음을 극복하기 위해 몸을 고정시키고 좌선에 몰두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졸음과의 싸움을 내려놓는 순간, 고요한 선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방하착이란 굳이 싸울 필요 없이 내려놓음으로써 평안을 찾는 것이라는 교훈을 전했다.
강연 후반부에서 스님은 방하착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 수행법을 제시했다. ‘5초 우선멈춤 선명상’, ‘5분 무시로 선명상’, ‘지나가리라 선명상’ 등 짧은 시간에도 실천 가능한 7가지 명상법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스트레스와 고통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하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감정이나 생각을 내려놓았을 때, 그에 연결된 부정적인 요소들도 함께 사라진다”며 “마음이 평안하면 행동과 말,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비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강연은 5분간의 명상 실참과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됐다. 스님은 참가자들에게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모든 감정과 생각을 놓아 보내는 연습을 하도록 유도했다. “찰나찰나, 순간순간 방하착하면 평안이 끊기지 않는다”는 스님의 안내에 따라, 참석자들은 화두 하나에 집중하며 순간의 평안을 경험했다.
스님은 선명상과 방하착이 종교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수행 방법임을 강조하며, “불교의 선명상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이자 마음의 습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면의 평안을 찾는 여정에서 방하착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도 방하착 수행을 통해 최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유엔 방문과 ‘세계 명상의 날’ 제정을 제안한 사실을 언급하며 “하루 5분 선명상을 통해 세계가 평화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후 스님은 학생들과의 즉석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불교수행과 명상의 의미에 대한 예일대 학생들의 궁금증에 불교적 지혜와 실천 중심의 답변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뉴욕=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48호 / 2024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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