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그네정권의 방송통신 장악음모

유인촌의 욕설보다 그는 깜냥이 아니다[고재열기자]

장백산-1 2008. 10. 27. 20:46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욕설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유인촌 장관은 10월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정회 시간 동안 취재진들을 향해 “사진 찍지마. ○○,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 찍지마”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가 야당과 언론의 맹비난을 듣고 있다.


나는 유 장관의 욕설 파문이 낯설지 않았다.
내게는 낯이 익었다.
이미 개인적으로 더 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인촌 장관이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있었던 시절의 일이다.
당시 시사저널 기자였던 나는
<‘문화시장’ 위한 서울 ‘쇼쇼쇼’ - 서울문화재단, 홍보성 행사에 돈 ‘펑펑’>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에 항의하기 위해 유인촌 대표가 내게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욕설과 위협적인 표현을 써가며 항의했다.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그 정도로 거친 항의는 거의 받아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아니 평생을, 그때 유 대표로부터 들었던 욕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블로고스피어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표현은 옮기지 않겠다.
유 장관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구체적으로 적시할 용의도 있다.)  


나는 유 대표의 욕설과 위협과 항의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 “정 억울하면 후속기사를 쓰겠다. 그렇지 않아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어서 연락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유 대표는 “후속기사는 필요 없다. 무엇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을 비난해야지, 왜 무엇을 하려고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가”라고 말하며 끊었다. 


잠시 뒤, 서울문화재단 홍보책임자가 사과 전화를 해왔다.
(유 대표는 다른 직원들이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사무실에서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대중 연예인 중에서 그런 사람이 왕왕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때는 장관도 아니었고...
(TV 브라운관 뒤의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다.)

그런 유 대표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려가 앞섰다.
내게 욕설을 한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서울문화재단 대표일 때 보여주었던 ‘관변 예술인’ 행태 때문이었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문화시장’ 이미지를 갖고 싶어했다.
그리고 유인촌씨를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임명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나도 처음에는 유 대표에게 기대를 했었다.
한 해 전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서 이명박 시장은 한류 패션쇼를 열고는 본인이
맨 가운데 곤룡포를 입고 나타나 한류 연예인들을 들러리 세웠던 적이 있었다.
유 대표가 오면 그런 행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똑같았다. 
‘위대한 의자전’에 이명박 시장의 사진이 실리도록 했고
(심지어 그의 사진도 실렸다.)
창동 열린극장에서 개막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연극을 관람하다 이 시장과 함께 도중에 빠져나와서 비난을 들었다.
문화예술을 주군을 위해 복속시키는 졸렬한 행태가 반복되었다.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유시어터 단원의 열악한 처우는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장관이 되어서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연예인 응원단의 올림픽 유랑에 대한 선심성 예산 집행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장관 자리를 내놓고 즐기는 것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뭐라 욕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이제 유 장관은 깜냥이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문화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 유 장관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욕설 파문만 가지고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좀 부족한 감이 있다. 
장관으로서 그가 보여준 문화행정의 결과를 놓고 사퇴를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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