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문의 쑈

용산 참사를 보는 소시민의 소회(所懷)

장백산-1 2009. 1. 2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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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호 2182737 | 2009.01.25 IP 124.15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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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 mbc뉴스를 지켜보면서 서울도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소시민으로 가슴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언론에 나오던 동영상과는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화면과 당시 다급했던 현장에서의 경찰관의 육성을 접하면서 용산대참사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결과에 대한 국민적인 성찰과 고뇌 그리고 시원(始源)적인 반성이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된다.

     

    우선 오늘 공개된 mbc뉴스 동영상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이번 용산에서의 철거민들이 화염병 시나를 보유하고 건물을  점거 망루를 설치한 행위는 보수언론과 일부 극우인사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도심테러나 공격적 수단에 의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폭력세력이 아니라 철저히 방어적이고 자기보호적인 자위수단으로 그 목적이 대화와 타협에 있다는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면 첫째 압도적 무력을 보유한 경찰을 상대로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힘의 불균형이 명확했다는 점이고 이를 모르지 않는 상황이었고 둘째는 철거민으로서는 더 이상 우리를 상대로 제발 공격하지 말고 제발 제대로 된 보상과 이를 위한 협상으로 나와달라는 절규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 바로 자기살상용이 될 시너로 도배된 건물에서 농성했다는 점이다.

     

    사람에게는 그 누구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생존 본능을 보유하고 있는 데 그 생명을 담보로 아예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경찰력에 맞서는 것은  나에게 목숨을 걸만큼 절박한 사정이 있고 잘못하면 그 목숨을 잃을 만큼 애절한 호소이니 제발 제대로 된 보상과 그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나와 달라는

    몸으로 울부 짖는 사연들이었음이 오늘 mbc뉴스 동영상에서 너무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둘째 도심정비사업에 관한 법률에 대한 정치권의 직무유기도 이젠 돌아보아야 한다. 항상 그랬듯이 정치권 국회의 민생외면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도심정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불공정 불평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재개발 조합원 세입자들에게 부당한 고통으로 다가온다면 그에 대한 입법적 개선책이 진작에 나왔어야 하고 그랬다면 어쩌면 이번 용산참사를 비켜갈 수 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현행법에는 재개발 조합과 세입자 사이에 영업보상 금액에 대한 협의가 완결되지 않아도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고 철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우선 영업보상금액은 세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는 세입자들의 생존권의 문제인 데 어째서 법에는 이것이 조합과의 '협의사항'일 뿐인 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협의와 합의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고 협의는 말 그대로 접촉하고 대화한 시늉만 있어도 되는 것인 데  법이 관리처분계획 인가의 전제조건으로 영업보상금액에 대한 조합과 세입자간의 합의를 요구하지 않고 협의만 하면 된다고 하는 것이

    어이가 없고, 또 그 협의가 완료도 되지 않아도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 바로 철거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만큼 현행법에서 세입자들에게 극히 불리하게 되어 있는 조항들에 대해서 제도권에서 그 법의 개선을 위한 입법적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제2의 용산참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고 이 땅에서 정의와 형평 그리고 실질적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가치는 숨쉴 공간이 없을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 모순이 없나 한 번 돌아보아야 한다.

    세상에 모든 생산물에는 인간의 노동에 의하지 않고 산출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경제학에서 생산요소(노동,자본,토지)의 생산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임금 이자 지대를 받아 가는 데 그 부의 재분배에서 정녕 문제는 없을까?

    이 번 용산재개발로 개발이익이 수조원이라는 말도 있는 데, 땅과 건물소유주들은 수십억을 챙겨가는 데 그 지역에서 생산활동을 하고 부가가치를 창조하던 세입자들은 겨우 몇 천만원을 손에 쥐고 그 곳을 떠나야 한다. 이 땅에 대다수 사람들이 땅투기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그 불로소득이 법적으로 보장된 사회, 이런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몫을 투기세력에 뺏기면서 살아가는 데 결국 이번 용산참사도 이 부동산 자산소득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고 불로소득이 법적으로 당연시되는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우리 경제구조가 처음부터 잉태했던 비극이 아닐까?

     

     합법성의 울타리를 친 그 뻔뻔한 천민자본주의가 고쳐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권력은 그 자본의 이익을 지켜기 위해 그 가공할 무력을 행사할 것이고,열심히 일만하고 이 사회에서 생산활동과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가난한 서민들은 그 노력한 정당한 댓가를 빼앗기면서 제발 다른 데 가서 자식 키우고 인간답게 제대로 먹고 살게 해 달라고 목숨을 걸고 시너를 뿌려 놓고 울부짖다가 맞아 죽거나 불에 타 죽을 것이다. 이 얼마나 잘못된 사회구조인가!!

     

    오늘 mbc뉴스 동영상을 지켜보며 화염병에 의지해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던 고인이 되신 철거민 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그 고통스럽던 불구덩이 속에서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 그 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제발 우리 애기 들어 달라는 그 호소가 이렇게 불에 타 죽을 만큼 잘못된 일일까라는 자괴감일까? 남겨진 가족들의 그리운 얼굴일까? 일생 서럽게 살아온 당신의 그 고난했던 일생일까? 더러운 천민자본주의 이 땅에 태어난 것을 한탄했을까? 탐욕스런 조합에 대한 원망일까? 신자유주의 맹신자로서 서민을 보듬을 줄 모르는 무지막지한 권력자에 대한 원망일까?회한일까?눈물일까?

     

    명절을 앞 둔 혹한의 겨울날에 마음 한 켠이 아리고 괴로운 지방의 소시민이 돌아가신 고인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다음 생은 제발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