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당이 분열로 침몰한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대통령 후보까지 했다. 국민들 보기 민망하지 않은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1-09)
정치인에게 정직하게 살라는 것은
여우에게 닭 잡아먹지 말라는 충고나 다름없다고 한다.
정치인들이야 물어볼 것도 없이 듣기 싫은 소리겠지만
국민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부동의 인식이라고 믿는다.
정직은 고사하고 나쁜 짓만이라도 좀 하지 말라는 것 역시
도둑에게 남의 물건 탐내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왜 비싼 세금으로 풍광 수려한 여의도 강변에 좋은 집 지어놓고
싸움질이나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월급 주느냐.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으냐는 극단의 증오감마저 보이는 국민이 있음을 의원들은 알 것이다.
훌륭한 국회의원도 있다. 존경받는 의원도 있다. 이정희 의원이다.
의사당에 들어오기 전에는 모두 존경받는 의원이 되고 싶었고
반드시 그렇게 되겠다고 결심도 했을 것이다.
어떤가. 지금 남아있는 의원들 말 좀 해 보자.
결심에도 변함없고 현재 존경받는 의원이 되었다고 자신하는가.
그만두자.
국민의 대표라는 의원들 더 이상 참혹하게 만들지 말자.
한 때는 좋은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고
이제는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을 받는 정치인이 있다.
정동영이다.
요즘 정치인 정동영이 언론의 조명과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정동영이지만 배지 다는데
한 번쯤 매달리지만 않았어도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 지금이라도 한 마디 확실하게 선언을 하면 해결된다.
‘나는 복당 신청 안 한다. 내 잘못이 많다.
당의 결정이 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다.’
보기 좋지 않은가. 용서를 빌면 관대해 지는 국민이다.
그러나 정동영은 아니었다. 칼을 간다. 왜 그리도 복당에 목을 매는가.
당명을 어기고 탈당까지 해서 배지를 달았으면 원 풀지 않았나.
왜 조용히 살지 않고 복당한다면서 난리법석을 피우는가.
당당하게 복당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간단하게 과거를 짚어보자.
당은 2007년 총선에서 상징적 의미로 종로출마를 원했다.
당 대표를 두 번이 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한 정치인이다.
노인폄하 발언으로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그러나 종로출마를 거부하고 동작으로 갔다. 겁이 났겠지.
동작구에 뼈를 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몽준에게 떨어졌다.
국민들은 앞으로 정동영의 지역구는
전주 덕진이 아니라 동작구라고 믿었다.
동작구에 뼈를 묻겠다는 공개적 맹세를 어찌 안 믿는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뼈를 묻지 못하게 됐다.
그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전주 덕진으로 갔으니까.
그보다 먼저 2006년 7월 16일 보궐선거가 있었다.
당은 정동영이 성북을에 출마하기를 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권유를 했고 정동영도 비공개 승낙을 했다.
내가 권유한 이유는 이것이다.
‘성북을에 출마를 해라. 당선을 바라지 말고 낙선하기 위해 출마해라.
유권자에게 당당하게 말해라.
난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매를 맞으러 출마했다.
당 의장을 두 번 했고 대통령 후보까지 한 사람으로서
지금 당의 모습에 책임을 느낀다. 종아리를 때려 달라.
당 대표를 지낸 날 응징함으로써 민주당을 용서하고
나를 새로운 정치인으로 태어나게 해 달라.
특히 어르신들 마음 아프게 한 나를 때려달라.’
어떤가. 당락과 상관없이 용서받는 것 아닌가.
사과는 아름답다. 만주당도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낙선해도 좋다. 얼마나 당당한 정동영의 모습인가.
더 추가해 충고했다. 정치도 공부다.
교과서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있다. 살아 있는 교과서가 있다.
노무현이다. 노무현을 배우면 된다.
그러나 정동영은 독일로 갔다. 야반도주가 별것인가.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지난해 2009년 4월 29일, 다시 재보선을 맞았다.
정동영이 출마를 선언했다.
동작에 출마할 때 “동작구에 뼈를 묻겠다”던 정동영이
다시 전주 덕진에 다시 뼈를 묻을 생각을 한 것이다.
“정치적 모태인 전주덕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고상하게 약속했다.
당은 반대했다. 그러자 탈당했다.
무소속연대를 만들고 민주당 후보와 싸워 당선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복당을 신청한 것이다.
탈당과 복당 신청. 당선됐으니 무죄라는 것이다. 완전히 개그다.
이제 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골칫거리가 생겼다.
2010년 지방선거에 이기기 위해 대단합이 필요하다고 한다.
쥐나 개나 다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동영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전북을 움직이는 힘이 정동영이라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수립된 지도부의 결정에 항명하고 해당행위를 한 것을 용인한다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도대체 왜 정동영이 복당에 매달리는가. 당을 위해서인가.
명분이 약하다. 당명을 어기고 탈당까지 하면서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지 않았는가.
분석이 있다.
지금 민주당 안에는 정동영 세력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6월2일 지방선거에 공천을 받기 위해서 반드시 정동영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정동영이 있어야 공천을 받는다.
정동영이 당 의장 일 때 국회의원 공천을 받은 현역들이 열심히 뛴다.
전당대회를 겨냥한 일부 최고위원들은 정세균 당대표를 흔들어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시정잡배들의 야바위판인가.
별의별 분석이 다 있지만 한 가지를 죽자 하고 주장한다.
정동영의 복당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단합을 위해 옳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정리하자.
무슨 낯으로 복당 신청인가. 무슨 기여를 하겠다는 것인가.
정동영이 없으면 전북이 모두 한나라당 지지한단 말인가.
전북인을 모욕하는 망발은 삼가라.
정동영을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후회해도 소용이 없지만 다시 후회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반민주독재세력의 준동을 막아야 할 제일의 과제는
민주세력이 단결해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회창을 제외한 재야 민주인사들과 야당지도자들이
반민주세력과의 결전을 다짐하며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정동영의 복당을 인정해야 된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장애다.
그나마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떠난다.
당의 최고위 당직과 대통령 후보까지 한 정동영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자신의 과오를 속죄했는가.
정동영은 전주덕진 보궐선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갈았다.
“반드시 복당해서 친노 386 세력을 기필코 척결 축출하겠다.”
이 같은 결심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친노나 386 세력은 민주당 안에서 반독재 투쟁과 민주의식이 가장 투철한 집단이다. 이들을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노무현의 민주정치이념을 구현하겠다는 정치인들이 태반이고 이들을 친노 세력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정동영에게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될 것이 아닌가. 민주당에는 누가 남는가.
정세균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어떻게 당당하게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시험대를 내려올 것인가.
당당하게 원칙을 가지고 당헌과 당규대로 처리하면 된다.
늘 하는 말이지만 길이 안 보일 때는 큰길로 가야 한다.
큰길이란 무엇인가. 원칙이다.
정동영에게는 어떤 큰 길이 있는가. 가식 없는 속죄의 모습이다.
‘당의 분란을 원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탈당을 사과한다. 당의 결정 때까지 복당 신청 안 한다.’
자신을 따르는 지지자들에게도 당부를 해야 한다.
당의 분란으로 보일 어떤 행동도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 안에 정동영 지지 세력들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지금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는 불신과 인내를 넘어 증오에 이른다.
국민의 분노가 근거 없는 것인가. 폭발이 두렵지 않은가.
적어도 정동영은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 아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것이다.
2010년 1월 9일
(cL)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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