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통령 김두관

또 하ㅏ나의 바보,--'리틀 노무현'의 도전, "리틀에 머물지 않을 것"

장백산-1 2010. 6. 3. 21:18

[정치] MB, 임기 절반 남기고 ‘불도저식 국정운영’ 급…
[사회] 그날 천안함을 절단한 폭발은 없었다
[스페셜] ‘리틀 노무현’의 도전 “리틀에 머물지 않을 것”
[문화] 강원용 목사·김수환 추기경·법정 스님의 교류
[경제] ‘진보교육감’ 곽노현과 한국경제의 미래
[스포츠] ‘몸 만들기’ 나선 이동국 모처럼 웃다

또하나의 바보…‘리틀 노무현’의 도전 “리틀에 머물지 않을 것”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 2박3일 동행 취재기
뚝심과 신념으로 지역주의 바위 깨고 ‘경남발 선거혁명’
한겨레 허재현 기자기자블로그 조소영 피디기자블로그
»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지난 5월 경남의 한 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두관 후보 선대위
2일 저녁 6시. 텔레비전 화면에서 “김두관 후보, 51.5% - 이달곤 후보 48.5%”라고 출구조사 자막이 나왔다. 창원시 팔용동에 마련된 선거 사무실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김두관 경남 도지사 후보는 그제야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지지자는 “이겼다”를 외쳤다. 몇몇 지지자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 당선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지역주의의 벽을 넘었습니다.” 그가 출마 선언을 했던 지난 2월 4일 이후 4개월여의 긴박했던 레이스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경상남도 도민들이 2일 지방선거 역사에 기록될 사건을 만들었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그곳에서 반한나라 성향의 ‘친노’ 인사를 경남도지사로 뽑았다. 1995년 지방자치 선거가 실시된 이후 ‘경남발 선거혁명’이라고 부를만하다. 과반이 넘는 경남 유권자(53.5%·약 80만표)들이 김두관 후보에 미련없이 표를 던졌다.

 

 

 

» 경남 도민들이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김두관 후보 선대위
경남도민들은 왜 반 한나라 성향의 김두관 당선자를 도지사로 선택했을까.

김 당선자는 “15년간 경남 도정을 한나라당이 독점한 것에 대한 반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평소 정치적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말을 서슴없이 털어놨다.

 

평생을 경남 김해시에서 살아왔다는 천병술(46)씨는 “건설업자들만 배부르게 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반감이 크다”며 “견제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창원시 성남 시장 앞에서 김 당선자의 연설을 지켜보던 최아무개(창원시·40)씨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한나라당 후보만 찍어 왔다”는 최씨는 “김두관 후보가 당선돼 경남이 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형준(50·김해시)씨는 “‘우리가 남이가’ 정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인물만 좋다면 한나라당이 아니어도 찍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 텃밭의 바닥 민심에 변화의 기류는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지방선거 개표 영상 보기

그러나 김두관의 당선의 가장 큰 동력은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며 끊임없이 지역주의의 벽에 도전했던 김두관이라는 인물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평가다. 김 당선자는 경남에 뿌리를 두고 착실하게 기반을 닦아 온 정치인이었다. 경남 남해군 출신으로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남해군수를 지낸 것을 시작으로, 2003년 7개월간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것을 빼고 줄곧 경남에서 터를 닦아 왔다.

 

또 2002년, 2006년 모두 경남도지사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경남을 버리지 않았다. 김 당선자는 “도민들이 두 번이나 날 야박하게 대했는데 내가 경남을 떠나지 않으니까 신의를 지키는 사람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반면, 이달곤 한나라당 경남도지사 후보는 경남 도민들에게 ‘양자’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가 창원 출신이긴 했지만 경남 지역에서 쌓은 정치적 경력이 전혀 없었다. 지난 3월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놓고 급히 선거에 뛰어든 ‘낙하산 후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양자’와 ‘적자’. 유세 현장 곳곳에는 이달곤과 김두관 후보를 비교하는 꼬리말처럼 따라다녔다.

 

 

» 문성근씨가 지난 1일 창원시 창원대학교 정문 앞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허재현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 경남도당은 선거기간 내내 공천 잡음에도 흔들렸다. 진주와 양산에서는 애초 공천을 받았던 후보의 공천이 취소되고 다른 후보로 교체되었고, 김해에서는 현직 시장이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역 조직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다.

 

한나라당 선거운동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팽배했다. 경남 양산시 남부시장 근처에서 1일 만난 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줄서기 문화를 통해 공천을 받는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으면 민심은 계속 등을 돌릴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변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뚝심과 서민’. 이 역시 김 당선자의 유세 현장에서 곧잘 들을 수 있는 단어였다. 유세현장에서 만난 경남 도민들은 “김 당선자가 농촌 출신이고, 당선의 욕심만으로 한나라당으로 이적하지 않고 줄기차게 도지사에 도전하는 뚝심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평가는 자연스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언론은 그를 두고 ‘리틀 노무현’이라고 부르고 있다. ‘바보’처럼 떨어질 만한 곳에 나오고 또 나왔기 때문이다. 지역주의의 벽을 뚫어보겠다는 집념이 그를 움직였다.

 

배우 문성근씨는 1일 오후 창원대학교 앞에서 진행한 김 당선자 지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위에 머리를 찧어가며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싸웠던 사람입니다. 김두관 후보는 이 길을 같이 걷겠다고 나선 사람입니다. 김 후보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가 유권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 선대위

그러나 김 당선자는 노무현의 그림자를 넘어서려 한다. 김 당선자는 1일 아침 남해군을 출발해 창원으로 가던 차 안에서 <한겨레> 기자에게 승리를 확신하는 듯 이렇게 말했다.

 

“언론이 저를 ‘리틀 노무현’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영광이지만 저는 ‘리틀’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넘지 못한 지역주의의 벽을 저는 이번에 꼭 넘을 겁니다. 저의 도전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남이 걷지 않는 가시밭길을 걸었기 때문일 겁니다.”

 

남해군에서 불어온 지역주의 타파의 바람이 경남 전역을 휩쓸었다. 남해군에서 불어온 노풍이 먼저 길을 냈다. 경남 최초의 ‘비 한나라’ 출신으로 도지사에 당선된 김 당선자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까.

 

김 당선자는 ‘타협과 원칙’ 두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김 당선자는 당선 인터뷰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도민들의 바람까지 수용하겠다”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도지사가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반대자들과 대화를 하겠지만 ‘할 것은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남해·창원·김해·양산/ 글 허재현 기자 영상 조소영 피디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