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복지예산 역대 최고?, 자연증가이 대부분으로 눈속임 장난"

장백산-1 2010. 12. 25. 17:59

"복지 예산 역대 최고? 자연증가분으로 눈속임"

오마이뉴스 | 입력 2010.12.25 10:41

 

[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





이용섭 민주당 의원

ⓒ 유성호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복지 예산은 매년 최대일 수밖에 없다. 공적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은 법적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늘게 돼 있다. 전체 복지예산 증가액 5조1000억 원 중 이 같은 자연증가분을 빼면 순수하게 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늘린 것은 8049억 원뿐이다."

재경부 세제실장, 국세청장,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국회내 대표적인 예산·세제 전문가로 꼽히는 이용섭 민주당 의원(기획재정위 소속)은 "내년 복지 예산은 역대 최대다,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눈속임"이라고 단언했다.

24일 국회에서 만난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경쟁에서 낙오한 빈곤층에 대해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시혜적 복지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이라며 "1990년대 초반까지 산업화 시대 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다, 그들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할 때는 복지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분석했다.

"전월세 22달 연속상승, 주택바우처도 없는데 무슨 복지국가?"

이 의원은 "한 나라의 복지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비지출 규모"라며 "2007년 기준으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19.8%인데 우리는 7.5%로 1/3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전체 예산 대비 복지예산 증가율도 2014년까지 계속 떨어지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의식주 중 현재 가장 중요한 항목이 주택 분야인데, 전월세 가격이 22달 연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주택세입자들의 전월세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주택바우처 시범사업예산 50억 원도 삭감해 버렸다"며 "이 제도가 없는 나라는 OECD 중 우리나라 포함 2나라뿐인데, 이런 나라가 무슨 복지국가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이용섭 의원 인터뷰 전문이다.

"정부가 의지로 늘린 복지예산 증가액은 8049억 원뿐"

-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일단 체감으로도 한참 거리감이 느껴진다. 어떻게 느꼈나.

"이명박 정부의 복지에 대한 철학은 최소복지주의다. 시장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에 대해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는 시혜적 복지, 다른 곳에 돈을 쓰고 남는 돈으로 지원하는 잔여적 복지다. 산업화 시대 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인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 CEO 하던 시절에는 복지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니까 복지가 잘 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 이 대통령이 말한 근거는 전체 예산 중 복지 예산이 올해 27.7%에서 27.9%로 높아지고 내년도 복지예산이 역대 최대라는 점인데.

"한마디로 눈속임이다. 복지 예산이 최대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최대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대비 내년도 복지예산 증가율은 6.3%다. 금액으로 따지면 5조1000억 원이 늘어난다. 그 중 공적연금 대상자 확대에 따른 자연증가분이 2조2000억 원, 법적 의무지출 증가분이 6848억 원, 보금자리 주택 등 주택관련 예산이 1조3000억 원이다. 이것들은 제외하고 이 정부가 순수하게 의지를 가지고 늘린 복지 예산은 8049억 원밖에 안 된다."

- 국내총생산(GDP) 중 복지예산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한 나라의 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비를 얼마나 지출하고 있느냐다.

 

2007년 기준으로 OECD 27개 회원국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 평균이 19.8%다.

 

우리나라는 7.5% 정도다.

 

각 나라별로 봐도 프랑스 28.4%,

 

스웨덴이 27.3%,

 

독일이 25% 정도 된다.

 

비교적 복지가 약하다는 영미권의 경우도 영국이 20.5%, 미국이 16.2%다.

 

또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복지 예산 비중이 올해는 7%였는데 내년과 2012년에는 6.9%, 2013년 6.8% 등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대통령이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 복지예산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들인가.

"2005년부터 보건·노동·환경 분야 예산을 따로 떼내 새로운 복지예산 기준을 만들었다."

- 복지예산 증가율도 중요한 지표중 하나인데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해 이명박 정부는 어땠나.

"새 기준이 적용된 이후부터 따지자면 2006년 10.2%, 2007년 9.6%였다. 평균으로 따지면 9.9%였다. 2008년도 사실상 참여정부가 편성한 것인데 12%가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2009년부터인데 16.8%가 늘었다. 그런데 당시는 국제적 금융위기를 겪던 시절이라 정상적인 예산이라고 보기 어렵다. 올해 증가율은 1%로 뚝 떨어졌고 내년에는 6.3% 늘어난다. 3년 평균으로 따지면 8.0%다. 참여정부 시절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더구나 2014년까지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증가율은 계속 하락하게 돼 있다."

- 청와대에서는 2011년 중앙부처 86조 원에 지방 정부 15조 원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복지 관련 지출액이 100조 원이 넘는다고 했는데.

"복지를 국가가 해야 하나 지방정부에서 해야 하나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중앙 부처에서 담당했던 복지 지출을 예산까지 딸려 지방 정부로 내려보낸 게 참여정부 시절이다. 복지는 현장성이 중요한데 중앙 정부보다는 지방 정부가 현장의 수요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부에서 그렇게 했다면 지방 정부에 넘겨서 중앙의 복지 예산 증가율이 낮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복지는 투자, 시장경제 지속 위해서도 양극화 해소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 2011년 업무계획을 보고 받았다.

ⓒ 청와대

-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총평해 본다면?

"GDP 대비 복지 예산 비중도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고 복지 예산 증가율도 매년 하락하고 있다. 전체 예산 중 복지 예산 복지 예산 비중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공적연금 지출 증가 등 자연증가분을 반영한 것이다. 어느 지표를 보더라도 낙제점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주택 분야를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게 주택인데 전월세 가격이 22개월 연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주택 세입자들의 전월세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주택바우처 시범사업예산 50억 원도 삭감해 버렸다. 주택바우처 제도가 없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두나라뿐인데 이런 나라가 무슨 복지국가냐."

- 지적한 지표들이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한참 못 미친 것은 참여정부 시절도 마찬가지 아닌가.

"50점을 맞던 학생이 90점까지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은 복지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고 지금 수준의 복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그 10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OECD 국가 평균에라도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복지 예산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뭔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제도이긴 하지만 단점은 양극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양극화를 수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걷어서 없는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는 양극화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국가 성장력을 높이는 투자로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소득재분배 채널이 망가졌다.

우리나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이다. 물론 기업들이 기술 개발 등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중소기업과 국민들의 희생이 컸다. 바로 환율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환율이 1달러에 949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환율은 1100원대이고 한때는 1500원까지 올라갔다. 반면 우리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가치는 30%가 올라갔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고 국민들은 물가상승의 고통을 겪는다. 때문에 수출 기업의 호황이 중소기업과 중선 서민층에까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재분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 정부는 부자 감세를 하면서 그나마 걷은 세금은
4대강 사업에 대거 투입하고 있다."

- 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와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이 쉽게 수정될 것 같지는 않은데.

"예전의 경제는 톱-다운(Top-Down)이었다. 소수의 수출기업이 벌어들이면 그 효과가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에 의해 서민 계층까지 퍼진다는 개념이었다. 산업화 시대의 철학이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철학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학은 바틈-업(Bottom-Up) 상향식이다. 소수의 상층이 아니라 넓은 아래층을 강화하는 정책을 통해 그 효과가 국가 전체로 퍼져가게 하는 것이다. GDP 성장율을 높이는 데는 톱-다운 방식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 높이는 차원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이다. 이명박 정부도 상향식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복지 지출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