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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친박의 원로 홍사덕과 최고위원 정두언, 원희룡 등이 ‘이명박 책임론’을 거론하기 시작하던 바로 그 순간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노무현 FTA 광고’가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육성, 영상, 어록 등이 일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에 대해 노무현재단에서는 초상권 무단사용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손발이 오글거렸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43초 동안 재생되는 광고는 노무현 대통령 육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 내용 등의 스크랩이 등장한다. 재생된 지 24초, 화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대문짝만 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나머지 19초 동안 이명박이 등장한다. 순간 멍한 기분,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누구나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한 정권인 줄 착각했을 것이다. 물론 기억하고 있듯이 이명박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살인정권이다. 시골에 낙향해서 조용히 잘 지내고 있는 전직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서 탄압하고 결국 못 견디게 만들었던 비열한 권력이었다. 그 사실은 태산과 같아서 지울 수가 없는 것이지 않은가. ‘노무현 계승 정부’ 영상을 접한 트위터의 생생한 여론 또한 혁명 전야다. 분노가 봇물 터지듯이 거침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젊은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인간’이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광고를 내보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비단 그런 반응은 노무현 지지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왜 하필 노무현 영상, 육성을 써야만 했을까? 이명박은 이 건에 있어서 타협을 모르는 확신범 아니었던가. 한∙미 FTA는 미국이 처리했기 때문에 우리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며 여∙야 간에도 정략이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던 것이 이명박이었다. 이명박 말처럼 한국에게도 그리고 미국에게도 윈-윈이라면 야당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처럼 자신 있게 처리하면 될 일인데, 왜 갑자기 노무현 영상을 내보내야 했는가.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노무현이라도 이용하는 차원이었을까?
단순 사실에 분노하기 이전에 ‘의도성’까지 의심해야 이 정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맘대로 정권’이 적당할 것이다. 그걸 바꿔 말하면 ‘독재’다. 국민들이 아무리 반대를 하든 말든 4대강 정비라는 명목으로 보를 만들어 강을 막았다. 촛불 들면 때리고 잡아갔다. 많이 모이면 산성을 쌓았다. 자신의 18범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랬는지 국무위원 조건으로 위장전입과 땅투기를 포함시키고는 눈 하나 깜빡 안 했다. 그뿐 아니라 국민들이 반대하고 야당에서 거세게 반대했어도 종편방송은 물리력을 동원해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집권 4년 동안 국민은커녕 야당 눈치 안 봤다.
독재에서 끝이 아니다. 부패도 질이 낮은 것들이 많이 등장했다. 최근 사례로는 ‘내곡동 게이트’가 있다. 대통령 사저 터라는 것을 개발계획이 있는 곳으로 정해놓고는 (이 사실도 대단히 놀라운데) 자기 아들 이름으로 계약해 버렸다. 이 사실에 국민 여론이 들끓으니까 ‘시끄러운 나라’라고 말했다. 그뿐이었다. 대통령의 아들이 명백하게 부동산과 관련된 실정법을 위반했는데 미안하거나 부끄러운 기색도 없다. 이 부분은 끝까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야당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명박이 그동안 어떤 자세로 국민을 대했는지 살펴본 이유는 ‘노무현 FTA 광고’의 의도를 분석하기 위함이다. 모든 ‘내 맘대로’ 했다. 소수의 주장을 설득하고, 타협해 온 정권이 아니었다. 이런 정권이 국민 여론과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서 혐오하고, 조롱하고, 저주를 퍼부어댔던 노무현을 대승적 차원에서 등장시켰다? 동의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을 등장시킨 것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논하기 이전에 왜 등장시켰을까, 그 정치적 의도는 없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정권이 노무현에 대한 일말의 예의가 없는 정권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또한 광고가 방영된 시점이 ‘이명박 책임론’이 한나라당에서 노골적으로 부각되는 시점임을 감안한다면 광고의 정략성과 의도성에 주목하게 된다. 자신의 업적(FTA)을 위해서 노무현을 링 위로 불러냈다고 단순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 이명박의 원래 스타일이 그냥 밀어붙이기 때문에 굳이 손발이 오글거리는 영상을 내보낼 이유 없었다.
이명박과 그의 세력들은 지금 정치판이라는 링 위로 다시금 노무현을 불러 냈다고 해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아직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해 생물처럼 살아 있는 건이 있다. 조현오가 언급한 노무현 비자금 건이 그것이다. 이명박 지지세력들은 끊임없이 노무현 비자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조현오에 대한 고발사건에 대해 형사소송법까지 무시하면서 종결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그 카드의 폭발성과 유혹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조현오 발언을 한나라당 대표인 홍준표가 지지했던 발언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잊을만하면 노무현 비자금을 등장시켰다.
이제 잔여 임기 1년이 남은 이명박은 의지할 곳 없는 궁색한 처지가 됐다. 국민적 거부감이 명확히 확인된 지금 한나라당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한나라당이 이명박을 살려둔 채 이 상태로 내년 4월이 되면 2008년 총선의 재판이 될 것이다. 그때와의 차이라면 승리한 정당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인 이명박의 대반격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그에 대한 지지율 보도 자체가 나오지 않은 지 오래됐다. 사실 나와도 관심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직 꺼트리지 않고 만지작거리고 있던 ‘노무현 카드’를 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노무현 FTA 영상’을 보면서 뇌리를 강타했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듯한 목사가 서울시장 패배를 노무현 비자금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 역시 이런 음모적 시각의 연장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오세훈을 보수의 꼬깔콘으로 전락시키면서 무참히 전사하게 만든 ‘무상급식 주민투표’도 청와대에서 박근혜를 견제하기 위해 기획한 건이라는 의견이 많다. 10.26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 역시 청와대에서 낙점하려고 노력하다가 포기했다는 설도 들린다. 요약하면 이명박은 끊임없이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했다. 그런 그가 서울시장 대패의 책임론에 휩싸여 있을 무렵 돌연 ‘노무현 영상’을 등장시킨다. 왜?
정황과 시점을 종합해 보면 여러 가지가 석연치 않다. 정녕 그가 FTA 우호적 여론을 위해서 노무현을 계승하는 듯한 영상을 방영했다는 사실에만 주목해서 분노하면 안 될 듯싶다. 한나라당이 깨지기 전에 이명박은 당에서 쫓겨나지 않고 당을 장악할 마지막 대반격 카드를 찾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노무현 FTA 영상’이 공개됐다.
만일 이와 같은 정략적 분석이 정확하다면 저들은 분노한 야권의 반격까지 예상하고 이에 대한 재반격 카드도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한 사실에만 분노해서는 상대의 의도에 말려들 듯싶다. 분노는 하되, 자원을 더욱 집중해서 의도성까지 파악해서 대응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노무현 재단, 민주당, 참여당에게 드리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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