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화존자 요령을 흔들며 가다
보화존자는 세칭 허무승(虛無憎)의 비조(鼻視)다. 마조의 법을 이은 반산 보적(寶情) 선사의 제자로 크게 깨달은 도인이다. 당시 사람들은 보화를 평하기를 「머리는 있어도 꼬러가 없고, 처음은 있어도 끝이 없는 사람이다.」 하였다. 평생을 세상에 두목을 나타내지 않고 갖가지 도화(道話)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면 당나라 때의 신승(神憎)임이 틀림없다. 임제스님이 전북 진주땅에 계실 때 보화는 극부(克符)라는 동학과 함께 그곳에 와서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뒤 얼마 안 있다가 거리에 나타나 요령을 흔들면서 노래 불렀다.
「명두래(明頭來)면 명두타(明頭打)하고 암두래(暗頭來)면 암두타(暗頭打)하며 사방팔면래(四方八面來)면 선풍타(旋風打)하고 허공래(虛空來)면 연가타(連加打)하라.」
이것이 무슨 말씀인지 아는 사람은 아나 모르는 사람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아는 사람은 알아서 좋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좋다.」 하였다. 그런데 그는 의종 황제 함풍원년 어느 날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에게 옷 한 벌을 보시하시오.」 사람들은 평소에 친면이 있는 사이였으므로 각기 가세를 따라 옷 한벌씩을 해다 주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아니오, 나에게는 이런 옷이 필요 없소, 이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시고 나에게 필요한 옷을 주시오.」 사람들은 모두 멍하였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임제선사가 그 말씀을 듣고 원주(院主)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관(梧) 하나만 짜오너라.」 존자가 외출하였다가 들어오자, 스님은 곧 관을 내놓으며 말했다. 「자, 귀공을 위해서 새로 의복을 하나 만들었으니 맞을지 모르겠소.」 존자는 희색이 만연하여 웃더니 그만 관을 짊어지고 나갔다. 「임제스님께서 나에게 이런 훌륭한 옷을 만들어 주셨소.
이제 동문으로 가서 이것을 입고 열반에 들겠소.」 사람들은 수근거리면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사람들은 늘 기이한 행동을 하던 보화존자가 관을 메고 나가는 것을 보니 너무 신기하여 너도 나도 따라 나섰다. 거리는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존자는 東門에 이르러 힐끗 하늘을 쳐다보더니, 「어허, 오늘은 일기가 좋지 않는걸. 내일 남문 가서 입는 것이 낫겠는걸―」 하고 돌아섰다. 군중들은 내일로 기약하고 흩어졌다. 그러나 다음날도 남문에 이르러서 일기탓을 하고 「내일 西門에서 죽겠다.」 고 선언하였다. 사람들은 자못 실망하였다. 다음날 서문에 이르렀을 때는 전날의 반수 정도가 모였다. 그런데 또 서문에 이르러서 일기를 핑계하고 「내일 北門에서 죽겠다.」 고 선언하였다. 사람들은 「중이 거짓말 한다.」 고 욕을 퍼붓고 돌아갔다. 따라서 이튿날 北門에는 한 사람도 모이지 아니하였다. 보화존자는 棺속에 들어가 드러누우면서 지나가는 행인더러 관 뚜껑에 못을 꼭꼭 쳐 달라고 하였다. 行人이 못을 쳐 관이 움직이지 않게 하여 놓고 마을에 내려와 이 말을 하니 사람들이 듣고 새떼처럼 몰려왔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보화존자의 관을 바라보며 그분에 대한 설화를 이야기하자 한 거사가 나타나,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관 뚜껑이나 한번 열어 봅시다.」 하고 관을 열었다. 어찌나 단단히 못을 박았는지 관을 거의 부수다 시피하여 겨우 열었다.
그런데 棺속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없었다. 「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신비에 쌓였다. 그때였다. 하늘 위에서 요령 소리가 났다. 「명두래(明頭來)면 명두타(明頭打)하고 암두래(暗頭來)면 암두타(暗頭打)하고 사방팔면래(四方八面來)면 선풍타(旋風汀)하고 허공래(虛空來)면 연가타(連架打)하리라.」
한줄기의 밝은 빛이 서쪽 하늘에 무지개처럼 뻗어 있었다. 「보화스님 만세, 보화스님 만세!」 사람들은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그 모습이 멀리멀리 사라질 때까지「아미타불」을 불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