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메일

바늘 비 - - 김종길

장백산-1 2013. 6. 19. 14:48

 

 

길상거사 | | 조회 3 |추천 0 | 2013.06.19. 00:11 http://cafe.daum.net/sejon/MkAq/1802

 

 

 

바늘 비/ 김종길

 

55년생 그녀의 눈썹에도 잔설이 내렸다

앉은뱅이 그녀와 마주앉은 어머니는

침 묻혀 비벼낸 뾰족한 실 끝으로

수도 없이 바늘구멍 쏙쏙 꿰어 내셨다

 

들들들 드르르륵

누름쇠가 달리면

베갯잇 이불홑청 적삼 두루마기

누비문양 꽃문양이 홍수 되어 쏟아졌다 

 

고독하게 퍼지던 아련한 실내악

 

그녀는 비였다

그 비에는 귓불고운 어머니가 살았다

시냇물인가 했더니 어느새 강물로, 또 바다 되어 출렁였고

나는 그 비에 흠뻑 젖어 흘렀다

 

바늘 물고 내달리던 북 실이 끊어지고

박음질 천 따라 어머니도 가셨다

 

그날처럼

구름에 걸터앉은 손재봉틀은

초록대지에 짧고 굵은 바늘 비를 뿌린다

 

동갑내기 내 얼굴의 주름 실을 뽑아서

꽃잎은 신부의 눈부신 드레스로

풀잎은 하늘거릴 주름 브라우스로

 

장마전선 바늘 비가 어머니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