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비5.ㅡㅡㅡㅡ보궁 자작글
바늘 비/ 김종길
55년생 그녀의 눈썹에도 잔설이 내렸다
앉은뱅이 그녀와 마주앉은 어머니는 침 묻혀 비벼낸 뾰족한 실 끝으로 수도 없이 바늘구멍 쏙쏙 꿰어 내셨다
들들들 드르르륵 누름쇠가 달리면 베갯잇 이불홑청 적삼 두루마기 누비문양 꽃문양이 홍수 되어 쏟아졌다
고독하게 퍼지던 아련한 실내악
그녀는 비였다 그 비에는 귓불고운 어머니가 살았다 시냇물인가 했더니 어느새 강물로, 또 바다 되어 출렁였고 나는 그 비에 흠뻑 젖어 흘렀다
바늘 물고 내달리던 북 실이 끊어지고 박음질 천 따라 어머니도 가셨다
그날처럼 구름에 걸터앉은 손재봉틀은 초록대지에 짧고 굵은 바늘 비를 뿌린다
동갑내기 내 얼굴의 주름 실을 뽑아서 꽃잎은 신부의 눈부신 드레스로 풀잎은 하늘거릴 주름 브라우스로
장마전선 바늘 비가 어머니로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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