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레시피/김종길
청 보리밭 너울위로 바람무늬 파도가 넘실거린다
찬밥덩이 물 한 사발
도리깨질 단내 나던 아부지 굿판
이삭과 까시래기 풍구의 토악질
가난처럼 빛이 바랜 어무이 머릿수건
쪽마루, 옹이구멍 후비며 나는 보았네
거친 것은 가까이 고운 것은 저 멀리
비좁은 마당에 모래처럼 스러지던 빈 대궁의 시체를
검불보다 붉었던 어무이 미소 한 큰 술
아부지 턱수염 흰 막걸리 두 큰 술
주둥이 동여맨 부대자루 세 큰 술
햇살 마디 꺾어 부는 여치울음 아카펠라
크로키로 달려오는 시든 6월 네 박자
출처 : 석가모니불
글쓴이 : 길상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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