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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선 5대가 서서히 끌고가.. 반잠수선에 피말리는 선적 작업

장백산-1 2017. 3. 25. 11:33

한겨레

예인선 5대가 서서히 끌고가..

반잠수선에 피말리는 선적 작업

김소연 입력 2017.03.24 20:56 수정 2017.03.25 00:46



반잠수선 적재 공간 길이 160m
세월호 145m로 여유 15m뿐
균형 유지 등 고난도 작업

24일 오전 11시 수면 위 13m 올려
자정께 반잠수선 중앙에 자리잡아

[한겨레]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반잠수선박이 세월호를 선적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멀리 위쪽으로 재킹바지선에 실려 이동하는 세월호가 보인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3년 만에 물 위로 올라온 세월호 인양이 ‘9부 능선’을 향해 가고 있다. 큰 고비를 넘긴 세월호가 24일 목표치인 13m까지 떠오르면서 목포신항까지 옮겨줄 반잠수식 선박으로 힘겨운 첫발을 뗐다. 세월호 인양 성공이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조류가 강한 맹골수도조차 사흘째 숨죽인 듯 잔잔하다. 세월호 인양은 날씨가 가장 큰 변수였는데, 본격적인 인양이 시작되고 날씨는 세월호 인양을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소조기가 끝나는 자정까지 세월호를 반드시 반잠수식 선박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은 마지막까지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들이 튀어나오면서 지켜보는 이들을 초조와 긴장감에 빠뜨렸다.

■ 오전 6시45분, 12시간 사투 끝에 ‘램프’ 제거 세월호 인양의 최대 고비는 선미 좌측에 있던 램프였다. 이철조 단장은 지난 23일 밤 10시 진도군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세월호의 좌현 선미 램프가 원래는 닫혀 있어야 하지만 아래쪽으로 열린 상태로 발견돼 잠수부가 제거 중”이라고 말했다. 램프는 선박에 자동차 등이 드나드는 다리 구실을 하는 구조물이다. 뒤늦게 발견된 램프 문제로 자칫 인양이 중단될 수 있는 위기까지 치달았다. 정부는 23일 오후 6시부터 잠수사들을 대거 투입해 무게가 50t이나 되는 램프를 제거했다. 인양단은 숨 돌릴 시간도 없이 세월호를 13m까지 들어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 오전 11시10분, 수면 위 13m까지 떠올라 오전 11시10분 드디어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수면 위 13m로 떠올랐다. 해수부가 애초 예고했던 시간은 23일 오전 11시였다. 꼬박 하루가 더 걸린 셈이다. 순조로웠던 인양은 재킹바지선과 세월호의 부딪힘, 램프 파손으로 계속 늦어졌다. 12m까지 떠오른 게 이날 오전 6시다. 마지막 1m를 남겨두고 선체 들어 올리기와 고박 줄을 팽팽히 당기는 2차 고박을 동시에 진행했다. 세월호 선체와 바지선 간 충돌로 선체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폐타이어 등 완충재도 설치했다.

■ 오후 4시55분, 3년 만에 ‘항해’ 수면 위 13m까지 떠오른 세월호 선체는 고박 작업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했다. 애초 이날 오후 2시에 출발하려 했으나 조류 방향이 맞지 않아 출발 시점이 늦어졌다. 세월호는 2대의 재킹바지선에 와이어로 묶인 상태였다. 반잠수선 대기 장소는 세월호 북동쪽 1㎞ 지점에서 세월호 동남쪽 3㎞로 바뀌었다. 이곳이 더 안전한 지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재킹바지선 2대 사이에 단단히 묶인 세월호 선체를 주황색 예인선 1대가 앞장서 끌었다. 다른 예인선 4대는 재킹바지선 주변에서 보조 역할로 힘을 보탰다. 세월호는 시속 약 1.5㎞로 사람이 걷는 속도인 시속 4~5㎞보다도 느리게 움직였다. 맹골수도의 빠른 조류 속에서 8천t이 넘는 세월호 선체를 운반하기 때문에 함부로 속력을 높이기 어려웠다.

■ 25일 0시, 세월호 반잠수선 거치 임박 반잠수선 위에 세월호를 올리는 작업은 하늘과 바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는 물결이 잔잔한 소조기에 세월호 올리기 작업을 끝내려고 총력을 쏟고 있다. 소조기는 자정까지다. 예정보다 3시간 늦게 출발한 세월호는 저녁 8시30분 반잠수선 인근 200m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25일 0시, 반잠수선 선박 정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되기 위한 위치 조정에 성공한 것이다. 반잠수선에 선박을 싣는 공간의 길이는 160m, 세월호 길이는 145m다. 15m 여유 공간 범위에서 오차 없이 세월호를 올려야 한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도 잘 잡아야 한다. 세월호가 반잠수선 안쪽에 자리를 잡으면 재킹바지선과 세월호 사이에 연결된 와이어를 푼다. 바지선도 분리하게 된다. 반잠수선이 위로 오르면서 세월호를 안전하게 떠받치게 되면 ‘세월호 올리기’가 성공하게 된다. 이 작업이 끝나면 25일부터 반잠수선에 세월호를 묶어 물 빼기 작업이 진행된다. 물속에 있던 세월호 선체 부분이 해수면 위로 올라온 뒤 물을 배출하는데, 이때 기름으로 해상 오염이 되지 않도록 방재작업도 병행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유류품 등의 유실을 막기 위해 배수 작업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며 “작업을 끝내는 데 사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진도/박수진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