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한글반야심경

장백산-1 2009. 1. 16. 22:11

반야심경이라고 하면 흔히 한문으로 된 것만을 생각하겠지만 알고보면 한글 반야심경도 있다. 물론 '한글 반야심경'이란 말은 잘못된 말이다. '한국어 반야심경'이 정확한 말이다. 자꾸 불교에서는 한문으로 된 불경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한글로 번역한 불경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다. 한국어로 번역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 된다.

아무튼 한번 한국어 반야심경을 보도록 해보자.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密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모두 공함을 비춰 보고 일체 고액에서 벗어 났느니라.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 색은 곧 공이고 

공은 곧 색이다. 수, 상, 행, 식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사리자여, 이 모든 법의 공한 모양은 생기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은 것이며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것이며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드는 일도 없느니라.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이러한 까닭에 공에는 색이 없으며 수, 상, 행, 식도 또한 없느니라.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

(이 공의 세계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사유작용 등 감각작용도 없고 빛깔과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비감각적 대상도 없으며 눈의

영역도 없고 의식의 세계까지도 없느니라.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이 공의 세계에서는) 무명도 없으며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내지 늙고

죽음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의 다함도 없느니라.

 

無苦集滅道 無智亦無得
무고집멸도 무지역무득

(이 공의 세계에서는) 괴로움도 없고 괴로움의 원인도 없고 그 원인의

소멸도 없고 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방법도 없고 또한 지혜도 없고

깨달음을 얻은 것도 없느니라.

 

以無所得故 菩提薩陀 依般若波羅密多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到夢想

究竟涅槃
이무소득고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얻을 것이 없는 까닭에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고 뒤바뀌고 잘못된 생각을 멀리 떠나 마침내는 열반에 이르렀느니라.

 

三世諸佛 依般若波羅密多故 得阿褥多羅三邈三菩提
삼세제불 의반야바라밀다고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최상의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故知 般若波羅密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그러므로 알라. 반야바라밀다는 가장 신비한 주문이며 가장 밝은 주문이며

최상의 주문이며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주문이니라.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故說 般若波羅密多呪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고설 반야바라밀다주

능히 일체의 괴로움을 소멸시키며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설하노라.

 

卽說呪曰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세번)
즉설주알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한국어 반야심경을 읽어봐도 사실 뭔 소린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선 한문을 우리말로 번역했음에도 용어가 여전히 어렵다. 그렇다. 반야심경은 절에서 일반 신도들부터 고위의 승려들까지 예불때마다 조석으로 널리 사용되는 것이지만 사실 초보자가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색수상행식이라는 5온이 뭔지 알아야하고 안이비설신의(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의식), 색성향미촉법(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의식이 알아차리는 모든 대상)이란 용어를 모두 알아야 한다.

그럼 간략하게 6가지 감각인 안이비설신의와 6경이라고 일컬어지는 색성향미촉법을 들여다 보자.

불교에서는 안이비설신의가 색성향미촉법과 만나 삼라만상을 이룬다고 본다. 예를들면 시각은 시각 그 혼자로서만 기능을 할 수 없다. 어떤 대상이 있어야 한다. 시각은 예쁜 여자라는 형상과 만나 스파크를 파바박 일으키며 욕망을 일으키고 삼라만상을 구현시킨다. 후각은 어떤 냄새와 만나 스파크를 파바박 일으키며 욕망을 일으키고 세상의 삼라만상을 구현한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은가? 그렇다. 이는 바로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오던 가상현실의 공간 매트릭스와 똑같은 것이다.

근데 반야심경에서는 말한다. 안이비설신의도 없고 색성향미촉법도 없다고 말이다. 이것은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매트릭스의 비밀을 깨달은 것과 똑같은 것이다. 매트릭스의 비밀을 깨달은 네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여러 숫자와 글자로 조합된 그런 형상의 컴퓨터속 세계이다. 그리고 이렇게 매트릭스의 비밀을 깨달은 네오는 생사를 초월하게 된다(심지어 막 날라댕긴다). 네오는 매트릭스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상 공(空)이자 무(無)임을 깨달은 것이고 그것을 깨닫자 그는 초인이 된 것이다.

결국 반야심경이란 것도 초보자에겐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몇몇 용어만 이해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서양의 근대철학에서 현대철학에 이르기까지 고민해오던 인간에 대한 실존의 문제와 인식의 문제 등등을 모두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매우 수준 높은 철학서라고 볼 수 있다.

근데 한국불교는 이 반야심경을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매우 인색해 왔으며(최근에야 간신히 한국어 반야심경을 배포했다), 이걸 신도들에게 뜻도 모르는 한문으로 중얼중얼 염불이나 하게 만들며 삼천번, 일만번 암송하면 병도 낫고 복도 받고 죽으면 좋은 곳에 태어난다며 혹세무민을 해왔으며, 결과적으로 심오한 철학서이자 자기수양의 입문서를 천박한 주술/주문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즉, 반야심경에 담겨있는 진짜 알짜배기 교리와 사상, 정보는 승려만이 독점하고 일반 신도들에겐 그 진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채 주술적 신앙의 대상으로서만 대중에게 가르쳐 온 것이다. 이렇게 진짜 정보/고급정보는 일부 상위계층만이 독점하고 하위계층에겐 그것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은 종교나 학문세계에서도 매우 극도로 타락한 엘리트 중심의 행태이며, 대승을 표방한다는 대한민국 불교의 진짜 정체인 것이다.(그리고 바로 이렇게 극도로 타락한채 신도들에게 기복과 주문으로 전락한, 엘리트 중심의 불교가 결과적으론 구한말 기독교 세력의 침투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이러한 부분에서 나의 개인적인 가정사를 예로 들어보자면, 불교에 대한 신앙심이 깊으시던 나의 할머니는 암으로 와병을 하시는 와중에도 어느날 홀연히 절에 다녀오시더니 자기 죽으면 관속에 넣어달라며 내 어머니께 뭔가를 건네주었고 그것을 건네주고 몇 개월이 안지나 돌아가시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그것을 어머니께 받아서 가만히 보니 경면주사로 작성한 반야심경이었다. 그리고 그거 하나가 무려 몇백만원이 넘어가는 엄청 비싼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절간에 중놈들이 참으로 부처님 팔아서 엄청난 장사를 해쳐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보여주는 꽤나 수준높은 철학이자 자기수양의 입문서를 신도들에게 뜻도 모를 한문으로 중얼중얼 염불하게 만들며 그거 몇백만원 내고 예쁘게 경면주사로 부적처럼 만들어서 지니고 있으면 병도 낫고 복도 받고 죽어서 좋은 곳 간다고 혹세무민 하는 절간의 중놈의 새끼들이 자기들이 기독교의 종교편향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며 길거리로 나서는 작태들을 보여주고 있으니 부처님이 대한민국 중놈의 새끼들을 보면 참 뭔 소리를 하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불교는 종교편향 운운하기 이전에 반야심경이라도 제대로 한국어로 번역하여 일상의 불교의례에서 한문 반야심경 대신 사용하도록 해라. 이미 기독교는 찬송가까지도 다 한국어로 번역하여 포교해왔다. 불교 의례를 벌일적에 기독교의 찬송가 부르듯이 늘 부르는 반야심경도 제대로 한국어화 하지 못한 주제에, 그리고 기껏해야 수준높은 반야심경을 천박한 주술/주문으로 전락시키고 그거 팔아서 무지한 할머니들께 몇백만, 몇천만원씩 챙겨먹는 주제에 대한민국 중놈들이 무슨 놈의 포교를 말하고 종교편향을 문제삼고 있는지 정말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중놈의 새끼들은 앞으로 절대 종교편향이란 말은 입에 담지도 말것이며 종교편향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열심히 젊은 층을 상대로 어떻게 포교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도록 해라. 젊은이들 상대로 포교하는 것도 너무 간단하다. 한국전통 양식의 구질구질하고 된장 구린내나는 듯한 사찰양식을 전면 쓰레기통에 쳐박고 서양식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사찰양식으로 거듭나는 한편 최소한 반야심경 정도는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어로 의례화 할 것이며 그래도 반야심경의 세계가 영화 매트릭스와 상통한다는 점이 있다는 최소한의 설명만이라도 해줄 수 있다면.... 젊은애들한테 포교하는 것은 쉬운 일이며 기독교의 종교편향따위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밥상을 차려줬는데도 못 떠먹으면 그건 병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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