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태백산맥> 200쇄 돌파 기념 조정래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 행사 시작 훨씬 전부터 20대 젊은 대학생부터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독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외모는 다양했지만, 그들은 모두 빛바랜 <태백산맥>을 꺼내 놓고 조용하게 조 작가를 기다렸다.
<태백산맥>. 한국문학 다권본 중에서 처음으로 200쇄 돌파를 한 대하소설이다. <태백산맥>(총 10권)은 20년 동안 700만부 이상이 팔리며 분단문학의 대명사가 되었다.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뜨거운 무언가를 느낀다. 생생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다시 되새기는 우리 민족의 쓰라린 역사 때문이다.
뜻 깊은 자리에서 독자들과 마주한 조 작가는 "지금 200쇄를 찍은 게 제가 소설을 잘써서가 아니고 저를 사랑해준 독자들이 만들어준 보람이고 기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빨치산은 악마나 흡혈귀가 아닙니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 작가는 <태백산맥>을 쓰게 된 이유부터 풀어냈다. 그는 "태백산맥에서는 사회주의자들이 또는 빨치산이 반공주의 시대를 통해서 악마거나 흡혈귀라고 선전되어 왔다"며 "통일을 하려면 그런 식으로 모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 백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방대한 이야기를 쓴 까닭. 그것은 민족에 대한 사랑과 통일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자나 빨치산들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다고 하는 것이 태백산맥의 중요한 부분이다."
조 작가는 왜 그렇게 분단의 현실, 분단 문학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는 "민족성원들의 삶과 고통 괴로움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을 문학의 본질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작가로서 대한민국에 살면서 대한민국 국민 전부가 갖고 있는 고통과 괴로움에 대하여 그것을 해결하고 승화시키려고 노력한 소재가 하나 있다, 바로 분단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문학에서 문학평론가들이 정의한 바에 의하면 한국 문학의 원류는 분단 문학이라고 했다. 해방 이후에 식민지 치욕에 벗어나서 우리에 뜻에 의해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시기에 민족이 반토막이 되어 버렸고 이것은 우리삶을 불구화 시켰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다 동의한 정의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분단 극복 문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분단을 극복하는 것, 민족이 민족을 사랑하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에 태어난 사람들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악마와 흡혈귀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태백산맥>이고, 그것을 깨닫게 한 힘이 200쇄를 돌파하게 만들었다.
조 작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남북 관계 쪽으로 흘렀다. 그는 전쟁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현재 남북 관계를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조 작가는 "전쟁을 하면 7천만 중에 2천만이 죽을 지 3천만이 죽을지 모른다, 그래서 평화통일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에게 다시 전쟁이 온다는 것은 그 누구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 용납해서는 안 된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 작가는 "우리의 통일방법은 3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경제적 연합 -문화적 화합 -정치적 통합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을 20~30년 거치다 보면 경제, 문화 일체감이 만들어지면 그때 국민의 투표에 의해 자연스럽게 정권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정치가 앞서가는 바람에 서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조 작가는 "며칠 전 3.1절 기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남과 북이 합의한 사항들을 존중하겠다고 발언는데 그것이 대북정책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잘한 일"이라며 "북한도 이성을 잃고 그렇게 전쟁 운운하는 감정적 발언 자제하고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통일의 문제는 7천만 민족의 미래이면서 운명이 걸려 있다"며 "통일이 안 되는 한 우리의 삶은 불구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4대 강국이 저렇게 힘을 쓰고 있는 한 우리가 통일되지 않는 한 우리의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머리숱이 적어지고 피부에 주름은 늘었지만, 통일을 외치는 그의 눈빛은 빛났고 목소리는 회의실을 울렸다.
"오늘의 문제에 대해서 '이건 내 문제 아냐'라고 하는 국민은 국민의 기본적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통일이 안 되도 괜찮다는 세력들이 젊은 세대로 갈 수록 많아진다고 한다. 불행한 사태이지만, 그들을 다시 설득시켜서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기성세대들의 역사적 사회적 책무다."
조 작가의 작가로써의 삶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이 그의 치열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강연을 마무리할 무렵 조 작가는 "작가로서 태백산맥을 쓴 다음에 태백산맥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리랑을 썼고 태백산맥 이후의 시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한강을 썼다"며 "우리의 역사가 그만큼 쓰라리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해야할 이야기가 많고 그 해야할 이야기 문학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마흔에 시작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끝내고 나니까 60이 되었다, 그게 작가의 삶"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싶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제 생명이 있는 한 우리의 쓰라린 이야기를 써서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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