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등 IT업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늘 '변방' 취급을 당하던 SW산업을 '중심'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던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부재에 SW업계도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영세한 중소SW업체가 대다수인 국내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해결방안 마련에 고심했다. 국산 패키지SW 살리기는 물론 SW 제값받기 등 직접적인 정책 대안까지 제시할 정도로 SW산업에 조예가 깊었다는 평가다.
그는 또 'SW강국 코리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재임 기간동안 SW산업 육성 의지도 강력히 피력했다.
실제 2005년 12년 1일 '소프트엑스포' 행사 개막식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당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SW산업 발전전략 보고회'가 열렸다.
이 날 노 전 대통령은 20여분의 발언에서 "IT코드를 SW코드로 바꾸겠다"며 "SW산업 육성에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눅스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본 경험이 있는 대통령은 제가 처음일 것"이라며 "프로그램 개발도 직접 해본 대통령인 만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시고, SW산업을 키울 방안을 모색해보라"며 웃으며 말했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했던 한 SW업체 사장은 "SW업계에 몸 담으면서 SW육성에 그토록 애정을 보였던 대통령은 없었다"며 "그날 SW산업 지원 육성에 앞장서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SW 산업인들의 마음 속에 희망이 꿈틀거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시종일관 흥분된 분위기였다"며 "아마 정보통신업계에 몸담으며 환희에 벅찼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 순간일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노 전 대통령은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IT분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지난 1994년 정치인들의 명함과 일정을 관리하는 인맥 관리 프로그램인 '한라 1.0'을 개발했으며,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을 제안했다.
임기 첫 해인 2003년,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보통신의 날'에 참석해 IT산업인을 독려했다. IT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관심은 2006년 발표된 IT 육성 정책 'u-IT839'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특히 전자정부에 관심이 많아 정부의 IT시스템 도입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또 다른 SW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의 날 '여러분 잘하십시오. 적극 지원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투가 생생히 기억난다"며 "IT사령탑인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IT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현실에서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는 "SW산업인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애통해 하는 분위기"라며 "그의 의지가 SW업계에 대한 정부 예산 및 정책적 지원으로 직결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정부가 SW산업에 시그널을 부여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