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로마가 세상을 호령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그 시대를 가리켜 팩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칭한다.
그런가 하면 한때는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도 있었다.
바로 팩스 브리태니카(Pax Britanica)의 시대였다.
지금 세계 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모든 길은 팩스 어메리카나(Pax Americana)로 통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에 이르러 미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벌써부터 호사가들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를 주도할 나라가 어딘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런데 갈수록 중국을 점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가 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부터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세계 경제에 '불황 쓰나미'를 몰고 오고 있다.
여기서 자유로운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금융안정대책을 마련하고
후속 조치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을 발표했지만
그때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증시는 비웃기라도 하듯이 추락을 거듭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뒤 중국이 대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을 필두로 세계 증시가 일제히 폭등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
사실 모든 경제지표로 볼 때 미국경제가 중국경제보다 한 수 위인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중국경제의 변화 조짐에 대해 세계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잘 알다시피 중국은 최근 10년 넘게 매년 10% 수준의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은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맘먹고 나설 경우 약발이 받을 가능성이 미국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중국은 아직도 산업화라는 활화산이 한창 활동기에 있다.
조금만 불을 지펴도 금방 분출할듯한 뜨거운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만일 중국 정부가 대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여 대대적인 인프라 스트럭쳐를 구축할 경우
토목 및 건설부문을 시작으로 가공할 규모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이는 미국을 비롯하여 동맥경화 상태에 있는 제조업 생산에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또 있다.
미국의 경우는 주로 자국의 금융 및 주택시장 안정과 내수 촉진이 핵심이어서
다른 나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는 반면에
중국의 경우는 실물경제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쳐
'차이나 효과'가 전세계 경제에 큰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격동의 와중에 있다.
격랑의 파도는 점점 거세지고 언제 어떤 국가의 배가 침몰할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여차하면 영국호도 침몰할 위기에 처해 있을 정도다.
이 격동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세계경제질서는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아마도 포커판을 돌리는 딜러가 바뀌어 있지 않을까?
그때는 바로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중국이 카드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는 팩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도래할지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전열을 점검하고 가다듬기는 커녕 시계바늘을 한참 과거의 시절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1970년대식의 개발정책은 지금 우리 경제의 체질과는 전혀 맞지 않는데도 말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일 수도 있다.
우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우리 하기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새로운 국운승천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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