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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을 괴롭히다니, 진짜 바보같은 것들 다 보네

장백산-1 2010. 2. 27. 15:54

-한명숙을 괴롭히다니. 진짜 바보같은 사람 다 보겠네.
번호 116424 글쓴이 이기명(kmlee36) 조회 2081 등록일 2010-2-27 03:48 누리700 톡톡0


한명숙을 괴롭히다니, 진짜 바보 같은 사람 다 보겠네
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 - 한명숙 출판기념회장의 감동과 분노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2-27)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긴 고뇌의 밤을 보내셨습니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떠나셨습니까?

대통령님.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떠안은 시대의 고역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새벽빛 선연한 그 외로운 길 홀로 가셨습니까?”


단상의 영상화면에서는 한명숙 총리가 울고 있었다. 목이 메어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고 있었다.

옆에 앉은 사람은 자꾸만 손을 눈으로 가져갔다. 문광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영화감독이었다.

난 안경을 벗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국제회의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소리 없이 흐느꼈다.

 

2010년 2월 26일. 6.3빌딩 국제회의장. 한명숙 전 총리의 ‘출판기념식’장은 눈물에 젖었다. 감동이 넘쳤다. 분노가 끓었다.

출판기념회를 많이 다녀 봤지만, 한명숙 전 총리의 책 “한명숙, 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 출판기념회장은 여느 출판기념회장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축하와 함께 분노와 눈물이 넘쳤다.

노무현 대통령을 고통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 끝내 자결로 이르게 했고 이제 한명숙 총리가 고통을 당하며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있다.

결의의 찬 한명숙 총리의 모습이었다.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진실’ 이란 말에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진실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다른 수식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지금 저에게 진실을 설명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이미 제 삶과 명예에 잔뜩 먹칠을 해 놓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진실을 보여줄 것인가. 결국은 제가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명숙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명숙이란 이름에 흠집을 내놓은 사람들을 향한 변명이 아닙니다. 이 글은 저들의 조작과 음해에도 저를 믿어주고 흔들림 없이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향한 대답입니다.

‘세상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가 온몸으로 쓴 책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후원회장인 한승헌 변호사, 이해동 목사, 시인 도종환, 청화스님 그리고 정치인, 각계각층의 민주인사들이 축사를 했다. 모두가 깊은 감동에 젖어 있었다.

도종환 시인은 밤새워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음을 고백했다.

 

“그때 꿈결처럼 아득한 울림이 들려왔다. 그 울림은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목소리가 차가운 겨울바람을 타고 아련하게 울려오고 있었다.

마치 감전이라도 된 사람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점점 또렷해지는 소리를 따라 방 옆에 붙어 있는 악취 풍기는 변소로 들어갔다. 두 손으로 옥창의 창살을 부여잡고 귀를 내 내밀었다.

 

“한명숙 힘내라”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수인번호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 나, 한명숙을 부르고 있었다. 나를 부르는 그 소리는 겨울바람에 실려 새벽의 정적을 깨트리며 나의 귓전을 강하게 울렸다.

동지들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동지들의 목소리였다.

동지들은 성탄 새벽, 교도소 뒷산에 올라 갇혀 있는 우리를 격려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합창했던 것이다.

(중략)

 

나는 평생의 그렇게 아름답고 강한 성찬 메시지를 들은 적이 없었다.

한명숙의 책 속에는 차마 맨정신으로는 읽을 수 없는 내용들이 도처에 보인다.

“안대가 벗겨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거긴 중앙정보부였다. 내가 끌려간 곳이 남산에 있던 대공 분실이라는 것은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갓도 없이 알전구만 달랑 달려 있는 방 안에 내팽개쳐졌다.

체포영장도 없이 불법으로 끌고 온 나를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히고 검은 안대를 풀어주었다. 인상이 신경질적이고 험악한 남자 서너 명이 부산스럽게 드나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윽고 취조가 시작되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나는 이미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무언가 시작되는구나 싶어 정신을 바짝 차렸다. 나를 노려보던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그 노래 니가 만들었지?”

무슨 노래를 내가 만들었다는 것일까? 나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노동자는 기계인가요’, 하는 노래 니가 만들었잖아? 우리가 다 알아봤어.”

‘아, 그거였나. 역시 아카데미 교육까지 금지시키려고 하고 있구나’ 직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잔인한 고문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 시련을 겪고 살아남은 오늘, 정치권력은 그를 다시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청화스님의 의미 있는 축사가 오래 귓전을 맴돈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 총리는 단단한 차돌이 되십시오. 낡은 지팡이를 든 자들이 쎄게 때리면 때릴수록 지팡이는 빨리 부러질 것입니다.”

 

 

한명숙 총리는 쉬고 싶었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짐을 맡기고 좀 쉬고 싶었다고 했다.

"짐을 내려놓으려는 나에게 하늘의 경고 메시지가 신탁처럼 내린 듯 했다"

"역주행하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되돌려 놓을 때까지 나에겐 절망할 권리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이게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뜻을 잇는 길, 나에게 믿음을 보여준 이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봤다."

 

 

6.3빌딩 국제회의장은 모든 민주인사와 야당에게는 의미 깊은 곳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2002년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던 똑같은 장소를 택했다. 김대중 중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행동하는 양심이 돼라’며 마지막 당부 연설을 한 바로 그 자리에 섰다.

“시련을 뚫고 제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겠다. 6월2일 심판의 날, 맨 앞에 서겠다.”

결연한 선언이었다.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할 비장한 결심이 보였다.

 

외람되지만 나는 20여 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며 살아왔다. 그 눈으로 그 귀로 그 가슴으로 한 총리의 출판기념식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한명숙 총리 같은 지도자를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된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계실 때 한명숙 총리에 대해 여쭤봤다.
한마디로 정리하셨다.

“나무랄 데 없는 지도자입니다.”

 

차세대 지도자로 국민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는 민노당의 이정희 의원의 추천사를 읽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80년대, ‘여성학특강’에서 만난 한명숙 선생님, 참 멋져 보였습니다. 그런데 13년이나 옥바라지를 하셨고 당신도 수감된 적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저 눈을 질끈 감아야 했습니다. 다시 사람마다 삶이 무거운 시대, 우리를 감싸 안아 일으켜 세우는 한 총리님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전쟁으로 고향 평양을 떠나 서울로 피난을 왔고 가난과 싸우며 밝게 살았고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남편은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으로 갔다.

그 후 13년이란 남편의 옥바라지와 자신의 감옥생활. 마치 한국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한명숙 전 총리는 다시 시련을 겪고 있다.

야당의 가장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총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상처를 입히려는 것이 정치권력의 음모라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단 말인가. 두들길수록 강해지는 한명숙 총리다. 흠집을 내려면 할수록 믿음을 보내주는 국민들이다.

 

2010년 6월 2일.

우리 국민은 이 땅에 민주주의가 찬란하게 활짝 꽃 피는 것을 볼 것이다. 그날 우리는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님을 찾아가 다시 눈물을 흘릴 것이다.

기쁨의 눈물. 승리의 눈물이다.

 

“대통령님. 비겁한 자들을 국민들이 응징했습니다.”

 

2010년 2월 27일 새벽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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