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시민민주주의

박원순의 경고, 국정원사찰 멈추어라

장백산-1 2010. 3. 6. 16:09

 
그것 봐요 (박원순씨의 따끔한 회초리)
추천 : 44 반대 : 0 신고 : 0 조회수 : 1022 등록일 : 2010.03.05 11:57
산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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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씨의 따끔한 회초리/명예훼손은 국민이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 봐요

2010년 03월 05일 01시 11분 (by 박원순)


그저께 청와대의 시민사회비서관과 행정관 등이 나를 면담하러 왔었습니다.
청와대 사람들 만나본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저만 만나러 온 것은 아닐 터이고-
다른 시민단체나 시민사회 인사들을 전반적으로 면담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이지만 어쨌든 면담을 하러 다니는 것은 탓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과거와는 조금 다른 태도여서 긍정적으로 볼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만남은 늘 대화와 소통, 화해와 일치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국정원의 민간사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국정원의 사찰 이야기는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지요.
얼마전에는 같은 한나라당의 친박계  정치인들에게까지 사찰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었죠.

저를 국정원이 사찰한다고 했더니 저를 국가이름으로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은 온 국민이 아는 바인데요. 그런데 참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에도 계속 저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가 저가 광주에 강연차 가는데 그 전날 희망제작소 연구원에게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내일 광주 강연차 내려 가는 것 맞냐고 확인하더니 다시 그 다음날 나와 그 연구원이 기차를 타고 광주로 가고 있는데 또 전화를 해서 지금 내려가고 있는 것 맞냐고 확인전화가 왔던 것입니다.

아니 국정원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인데 사찰대상자와 그 주변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는 것이 무슨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오히려 아예  내놓고 양지에서 활동하는 것이지요. 노골적으로 사찰대상자에게 "우리가 당신 사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사찰은 하면 안되는 불법적인 행위이고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설사 사찰을 하려 하더라도 몰래 하는 것이 정보기관의 특성과 사명에 맞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 국정원은 참 미숙하고 엉터리라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노골적으로 상대에게 알려서 위축시키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그 비서관은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가 그 비서관과 일행을 상대로   "그런 것은 조금만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인데 문제는 그런 것을 제대로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동시에 그것을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따졌습니다.

 

사실 대통령 주변의 핵심적인 비서관들이 제대로 상황을 보고하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임무의 배신이고 역할의 기피임에 다름아닌 것이지요. 제가 제대로 모시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라고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기야 이런 일이 일어난게 한두번이 아니고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게 한두번이 아닌데 계속되는 것을 보면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고 이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우려조차 듭니다.

오늘 그나마 청와대의 비서관의 방문은 이런 상황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람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일로 봐서는 그런 변화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그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 정권의 책임자들이나 우리 사회에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권력은 영원히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정권의 종말이 오고 이런 엄청난 사실들이 모두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법정을 오갈 때면 그 때는 저는 그 분들에게, 언론에, 아니 이 사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봐요. 제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하지 않았던가요?"라고 말입니다.



출처 : 박원순 블러그
링크 :
http://www.sisain.co.kr/blog/blogOpenView.html?idxno=12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