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작권 입장’ 확 바꾼 이유는 ‘돈’?
주한미군 주둔 부담비 증액, MD 가입, 미국 무기 구입?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회수 연기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연기’가 거의 합의단계에 이르렀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다. 미국은 그동안 일관되게 “연기는 없다”고 밝혀왔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대포동 미사일을 쏘아 올렸을 때도, 그리고 천안함이 침몰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달랐다. 정권 출범 때부터 친이 보수진영에선 “노무현의 작품인 전작권 회수를 백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하지만 미국이 워낙 단호하게 “No”라고 하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다시 봇물 터졌고, 막후협상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는 아직 확인할 길 없으나 미국의 입장에 뚜렷한 변화 조짐이 읽히고 있다.
전작권 회수는 노무현 정부 때 최종 확정된 것이나,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된 역대 정권의 오랜 숙원이었다. 유사시 작전권을 자국 군대가 못 갖는다는 건 보수-진보를 떠나 최고 군 통수권자인 역대 대통령 모두에게 국가적 자존심은 물론, 개인적 자존심도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등 보수대통령들도 한결같이 이를 추진해왔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회수가 최종 결정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만 해도 지난달 24일 천안함 대국민담화 때 “북한 도발 시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위권’이란 ‘전작권’보다 상위개념이다. 전작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뭐라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자위권을 우리가 즉각 행사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호언과 달리 물밑에선 미국에 대해 전작권 회수 연기 협상이 진행됐고,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 측의 전언이다. 미국이 입장을 확 바꾸게 만든, 어떤 물밑거래가 있었던 걸까.
지금부터 열흘 전인 지난 16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중대선언을 했다. 미국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향후 5년간 미국의 국방예산을 1천억 달러 절감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국방예산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을 치르면서 폭증해, 지난 2001년에 3천160억 달러였던 예산이 올해에는 6천93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게이츠 발언을 접한 일본언론들은 즉각 “일본 측의 주일미군 주둔비 부담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일각에선 “아프간-이라크전 전비 부담액 증액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똑같은 압력이 한국에도 가해질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미국이 종전 입장을 확 바꿨다. 재정파탄 위기에 몰린 지금의 미국정부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돈’이다. 때문에 미국의 입장 변화에 ‘돈’이 중대 매개체가 된 게 아니냐는 추정은 결코 억측이 아니다. 앞으로 열릴 연례 한미국방장관 회담을 보면 그 실체가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MD(미사일방어)’ 참여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부시만 그랬던 게 아니다. 오바마도 마찬가지다. MD는 미국의 군수산업을 먹여 살리는 젖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압력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강고히 맞서왔다. MD에 가입하면 천문학적 군비 추가부담이 뒤따를 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급랭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부와 군 일각에서 “MD에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최근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천안함 외교에 딴지를 걸고 있는데 더 이상 이들 눈치 볼 일 없는 것 아니냐”는 감정 섞인 얘기까지 들린다. 혹여, 전작권 회수 연기와 MD 가입이 거래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예측게 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을 대폭 삭감했다. 참여정부 때도 8%였던 예산 증가율을 3%대로 대폭 깎았다. 이 대통령은 “납품비리만 줄여도 충분하다”며 군의 반발을 일축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 후 기류가 확 바뀌고 있다. 지금 기류대로라면 내년도 국방예산은 대폭 증가할 게 분명하다. 이 예산의 상당 부분은 첨단무기 구입에 쓰이고,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 될 게 분명하다.
참여정부 때 전작권 회수를 놓고 장기간에 걸친 치열한 논란이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마찬가지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상황은 “논의는 필요 없다”이다. 또 하나의 밀어붙이기인 셈이다.
출처 :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4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