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공갈단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2-04-02)
하는 짓이 하도 개 같아서 말을 말자고 하다가도 미친개에게 물리면 물리는 사람만 손해라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지금 바로 그 말이 생각나는 것은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다. 이유는 알 것이다.
왜 사람인가. 왜 사람이 짐승과 구별이 되는가. 바로 양심이다. 개도 잘못을 하면 스스로 꼬리를 사린다.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 가면 낑낑댄다. 그게 바로 개의 방식으로 사죄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친개는 다르다. 물려고 덤벼든다. 무슨 도리가 있으랴. 몽둥이 밖에는 약이 없는 것이다.
박정희 독재 시절 이후 역대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사찰이 있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술집에서 술김에 몇 마디 정부비판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경찰이 기다리고 있더라는 얘기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추운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지를 한마디로 설명한다.
▲ 3월 15일 행방불명된 김주열 열사가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사진 |
4월 11일이면 마산부두 바다에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발견된 날이다. 3.15 부정선거에 저항한 마산 시민들을 총으로 막으려던 독재정권의 만행은 김주열 열사의 시신을 바다에 돌을 달아 던졌다. 김주열 열사의 눈에는 최루탄이 박혀 있었다. 온 국민이 궐기했고 독재정권은 쓰러졌다.
그 4월 11일이 총선 투표일이다. 의미 깊은 날의 의미가 깊은 총선이다. 왜 총선이 시끄러워야 하는가. 조용하게 국민에게 지지를 묻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땅의 선거는 전쟁이다. 무슨 전쟁인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의한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 국민과의 전쟁이다.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만행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왜 죄 없는 민간인을 사찰하는가. 맘에 들지 않으면 뒷조사를 해야 하는가. KBS 새노조가 발표한 명단을 보니 머리끝이 하늘로 치솟는다. 이런 벼락을 맞을 정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사람이 어찌 나뿐이랴.
죄를 지었으면 잘못을 빌고 참회해야 한다.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고 약속을 한 정부가 아닌가. 국민 앞에 거적을 깔고 빌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권이 하는 꼴을 보라. 추하기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일컬어 ‘물귀신 작전’이라고들 한다. 상투적이다. 아니라고 잡아떼다가 통하지 않으니까 꼬리를 자른다. 허나 너무 꼬리가 길다. 이번에는 ‘물타기’다. 도둑놈 식으로 말하자면 넌 도둑질한 적 없느냐는 식이다. 마지막이 함께 죽자는 ‘동반자살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민간인 사찰이란 망국적 범죄는 국민이 모두 알았다. 심판을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여론조사로 나타난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도권에서 전멸한다는 비명이 터진다. 거짓이 아니다. 탄탄한 지지를 자랑하던 홍준표가 민병두에게 뒤졌다는 여론조사다. 새누리 사무총장인 권영세가 앵커 출신의 신경민 민주당 대변인에게 추월을 당했다.
이미 2008년에 민간인 사찰은 들통이 났었다. 그렇다면 바로 그때 잘못을 사과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했다. 지금 박근혜 대표는 자신도 사찰을 당했다고 엄살을 떠는데 왜 그때는 입을 봉하고 있었는가. 이건 지도자의 태도도 길을 가는 정도도 아니다. 지도자는 어느 때 어디서나 당당해야 하는 것이다.
조폭들은 자신이 불리할 때 스스로 몸에 칼을 대고 상처를 내어 피를 흘리며 겁을 준다. 이게 바로 조폭들의 자해다. 지금 새누리당이 하는 작태가 조폭의 자해공갈과 무엇이 다른가. 있지도 않은 참여정부의 사찰문건이라면서 정상적인 경찰의 조사 문건까지 꺼내 흔든다. 이판사판이다. 시정잡배만도 못하다.
국민 연예인인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이 사찰을 당했다. '개념방송'을 하던 방송인들도 KBS와 MBC에서 줄줄이 퇴출당했다. 국민을 바보로 알았는가.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15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장악과 공정언론을 파탄 낸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언론노조 |
지금 MBC를 비롯해서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조중동을 빼고 거의 모든 언론이 파업을 하고 있다. 전두환 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이래도 이명박 대통령은 말이 없다.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을 철저히 신봉하고 있다. 과연 침묵이 금인가. 멀지 않아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언론노조에서 이명박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명진 스님도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다. 봇물처럼 터진다. 거대한 둑이라 할지라도 조그만 쥐구멍으로 무너진다. 작을 때 막아야 한다. 몇십 미터의 쓰나미가 몰려오면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무슨 자신이 있는가. 북풍으로 막으려는가. 이미 국민은 너무나 많은 학습을 했다. 야당인사에 대한 비리폭로로 막으려는가. 국민은 이미 정치권력으로 퇴임한 대통령도 잃었다. 대통령이 투신자살하는 비극을 보았다. 무슨 음모를 꾸며도 다 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있다. 착각하지 않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궁지에 몰리면 조급해진다.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만 그건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 민간인 사찰에 관련된 자들은 지체없이 긴급체포해 엄벌해야 한다. 박근혜도 피해자라고 우겨대는 억지를 버려야 한다. 그건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의 조소만 산다.
자해공갈은 단념해야 한다. 국민이 던지는 한 표에 순순히 응해야 할 것이다. 죄를 지었으면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될 대로 되라는 조폭들의 세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다.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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