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시민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적은 통진당이 아닌 '부정선거 세력'이다

장백산-1 2013. 11. 21. 23:26

 

 

 

민주주의의 적은 통진당 아닌 ‘부정선거 세력’이다

누가 민주적 기본질서 훼손하나-통진당 해산제소의 문제점

                                                                                                김종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래연 홈피에서 보기 http://www.futurekorea.org/ilist.php?bid=column&blist=&mode=r&id=423&pg=)


박근혜정부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그동안 그 절차적 성급함과 위험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최종심판은 헌재에 맡겨졌다. 현재 시민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제소가 부당한 목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그 헌법적 의미를 분명히 하는 한편, 헌재가 올바른 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객관적 원칙과 그 적용의 방향을 공론화하는 것이다. 

정당해산 유일한 헌법 요건은‘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정당해산의 요건으로 헌법이 유일하게 특정한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이다. 민주적 기본질서의 구체적 의미에 대해 논란이 없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정치적 다원성에 기초한 민주주의 정치제도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바탕한 기본적 인권,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법권의 독립 등을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입하고 있는 유럽평의회의 베니스위원회(Venice Commission/European Commission for Democracy through Law)가 2000년 제시한 정당해산가이드라인은 무엇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라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 제도와 원리에 대한 거부자세를 가진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폭력을 수반하는 위배행위의 적극적 공격성과 지속적 계획성, 위법행위의 결과 실제적으로 위험이 대두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민주적 기본질서 요건의 적용은 헌법수호의지를 빙자하여 자유민주체제를 오히려 민주주의의 적으로 오도할 수 없도록 헌정제도를 충분히 활용한 후 최후적·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진보’‘민중’같은 통진당 이념, 헌법정신 배치된다고 볼 수 없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통진당의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주권주의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이념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가능하므로 이것만으로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인 정당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해야 할 해산사유로 단정하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진보적 민주주의라거나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이라거나 하는 것은 다원적 민주주의에서 통상 용납되는 것이고, 특히 민주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정신과 배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들 용어를 북한에서 사용했다고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우리가 북한세습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시대착오적인 독재체제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이나 북한이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민주체제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상이나 정치적 견해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의 주장이 헌법이고 우리 헌법은 휴지조각인 것과 마찬가지라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논리이다. 역으로 북한의 주장을 잣대로만 판단한다면 북한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어서 오히려 그런 논리가 반헌법적인 민주질서 위배이고 그런 주장을 하는 정당이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한다는 의혹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정당해산에 필수적인 ‘최후성’‘보충성’ 요건도 결여한 것 

정당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사실관계의 파악을 전제로 하므로 헌재의 증거조사와 심리에 최종적인 판단을 맡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법무부의 보도자료에 나타난 결론적 주장만을 보면 이번 제소의 성급함을 비판할 여지가 적지 않다. 

우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확인된다면 민주적 기본질서 위반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해산결정을 위해 정부는 이석기 사건이 통진당 전체 조직의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연계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베니스 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당 전체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이 증명되지 않는 한 일부 정당원의 개별돌충행위만으로는 정당해산의 사유가 될 수 없다. 즉 관건은 통진당이 이석기 사건과 조직적으로 연계되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그 사실관계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고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질서유지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구체적 위험으로 제시되는 비례대표부정경선 또한 일부 법원에서 부정경선여부 자체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데다가 차후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지 재판을 통해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사안이다. 이런 사안이 정당해산사유라면 현금공천논란이나 민주적 대표성이 약한 공천심사위를 통해 공천하는 것도 정당해산사유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논리이다. 국회본회의장 최류탄 투척이나 당내폭력사태 등도 정치적 비판이나 일반 형사사법상의 대응이 필요한 것이지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정당해산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 아님은 정당해산제도의 엄중한 헌법적 취지와 요건을 볼 때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통진당 해산 제소는 명백히 민주주의의 가치상대주의를 위협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적을 제거하려는 정당해산제도에 요구되는 최후성, 보충성의 요건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법치국가의 전제인 관용의 법칙을 무시하고 “참새를 잡으려고 대포를 쏘는 격”으로서 헌법이 국가권력을 발동할 때 준수해야 할 제일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법치주의를 부정한 공권력 남용의 여지가 크다. 

통진당 사태 무관하게 ‘부정선거 획책·은폐’ 의혹 반드시 규명돼야 

지난 대선은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상징되는 선거부정에 의해 그 정당성이 훼손되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다. 부정선거를 획책하거나 이를 은폐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실제적 위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선거부정 의혹을 규명하려는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시점에 부정은폐혐의를 가진 정부가 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운 극약처방을 휘두르는 것은 그 정당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을 제공한 것이다. 헌재는 적법절차에 따라 엄격한 심리를 통해 그 청구의 타당성을 심판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설령 통진당이 해산된다고 하더라도 선거부정에 의한 민주주의의 훼손의혹은 그와 무관하게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과제이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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