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칙 남전이 고양이를 베다(南泉斬猫남전참묘)
<시중>
넓은 바다를 발로 차서 뒤엎으니 온 세상에 먼지가 날리고, 큰 소리로 흰 구름을 흩어놓으니 허공이 가루처럼 부서진다. 바른 법령을 엄정히 시행해도 오히려 절반만 제시한 것이니, 큰 作用을 온전히 드러내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示眾云。踢翻滄海。大地塵飛。喝散白雲。虛空粉碎。嚴行正令。猶是半提。大用全彰。如何施設。
<본칙>
남전(南泉)이 하루는 동당(東堂)과 서당(西堂)의 대중들이 고양이 때문에 다투는 것을 보고는 마침내 고양이를 들어 보이고 말했다.
“말할 수 있으면 베지 않겠다.”
대중이 말이 없자 남전은 고양이를 베어 두 동강을 내었다.
남전이 다시 앞의 이야기를 들어 조주에게 물었는데, 조주는 곧바로 짚신을 벗어 머리 위에 이고 나가버렸다. 그러자 남전이 말했다.
“그대가 만약 있었다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舉。南泉一日。東西兩堂爭猫兒。南泉見遂提起云。道得即不斬。眾無對。泉斬却猫兒為兩段。 泉復舉前話問趙州。州便脫草鞋。於頭上戴出。泉云。子若在。恰救得猫兒。
<송고>
양당(兩堂)의 스님들이 모두 얽혀 싸우니 왕노사(王老師)가 능히 옳고 그름을 판별하였네. 예리한 칼로 베어 모든 모양을 없애니 영원토록 사람들로 하여금 작가(作家)임을 사랑케 하였네. 이 道가 아직 없어지지 않았으니 뜻을 아는 사람이 가히 장하구나! 산을 뚫어 바다로 통함이여, 오직 대우(大禹)가 으뜸이요, 돌을 다듬어 하늘을 기움이여, 여와(女媧)가 홀로 뛰어나도다! 조주 노인에게는 살림살이가 있어 짚신을 머리에 이었으나 조금 드러났을 뿐이네. 다른 부류로 왔건만 밝게 비춰보니 그저 순금은 모래와 섞이지 않을 뿐이네.
頌云。兩堂雲水盡紛拏。王老師能驗正邪。利刀斬斷俱亡像。千古令人愛作家。此道未喪。 知音可嘉。鑿山透海兮唯尊大禹。鍊石補天兮獨賢女媧。趙州老有生涯。草鞋頭戴較些些。 異中來也還明鑒。只箇真金不混沙。
[사족]
분별의 바다를 차서 뒤집어엎으면 온갖 차별 망상의 세계가 일시에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망상의 구름이 한 순간 사라지게 되면 텅~빈 공간이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경계에 머물러 있다면 아직 마지막 목적지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곳이 마지막 목적지인가? 소슬한 가을밤 속절없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그대도 행여 도둑고양이 같은 의문에 사로잡혀 있다면 내 그대를 위해 옳고 그름을 결딴내 주겠다. 자, 말할 수 있다면 베지 않을 테니 말해 보라. 이것이 무엇인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서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그대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두 동강난다. 아니, 이미 온 세상이 두 동강 나버렸다. 모든 것들이 相對性 가운데 허깨비처럼 의지하여 일어나니 참다운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虛構라면, 저것 역시 虛構인 것이다.
그러나 죽기만 하고 다시 살아나지 못하면 아니 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죽었던 사람이 살아날 수 있는가? 콧구멍으로 숨을 쉬고 입으로 밥을 먹으면 된다. 반드시 머리 위에 짚신을 이고 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우면 덥다 하고 추우면 춥다할 뿐이다. 이것은 이것이고 저것은 저것일 뿐이다. 언제나 그저 그럴 뿐이다.
분별 망상의 장벽을 뚫고 지나가 텅~비고 밝은 자리가 드러났다 할지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순간 막힘없이 作用해야 한다. 이렇게 보고, 이렇게 듣고,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알 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텅~비었으나 묘하게 작용하고, 묘하게 작용하나 텅~비어 있다.
맑은 거울에 비친 세상은 한 덩어리지만 제각각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