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의 큰 공간 속에 다함이 없이 숨어있는 곳이여!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음을 아는 고요한 성품은 지금 말을 듣고 있거늘 어찌 번거롭게 묻는가?
구름은 텅~빈 하늘에 떠있고 물은 병속에 있네.
- 사명유정(四溟惟政, 1544~1610)
일태공간무진장(一太空間無盡藏) 적지무취우무성(寂知無臭又無聲)
지금청설하번문(只今聽說何煩問) 운재청천수재병(雲在靑天水在甁)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의 커다란 공간 속에 있는 다함이 없는 곳이라 하였으나 천부당만부당입니다.
이곳에서 텅~빈 공간이 출현하였으니 이곳은 텅~빈 공간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 텅~빈 가운데서 화수분처럼 이 세상인 온갖 현상이 나타났다 사라기를 반복합니다.
바로 지금 이 현상을 헤아리려는 ‘나’마저도 본래 한 물건도 없는 텅~빈 가운데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음을 아는 고요한 성품이라 이름하지만 역시 천번 만번 부당합니다. 고요함 속
에서 아는 성품은 나타나 있는 이 세상 온갖 현상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시된 이 세상 온갖
현상의 本質이 그대로 이 고요함 속에서 아는 앎의 성품 자체입니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고 알아지는 모든 것이 이 고요한 앎, 다함없는 곳간에서 출몰합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이 자리, 바로 지금 이 소리를 듣고 있는 이 자리,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이것일 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한 생각 일으키는 그것 뿐입니다.
이것이 가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멈추지만, 이것은 가지도 머물지도 앉지도
눕지도 말하지도 침묵하지도 움직이지도 멈추지도 않고 항상 영원히 如如합니다.
당나라 때 이고(李翶)라는 사람이 약산유엄(藥山惟嚴, 751~834) 禪師에게 “道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선사가 손으로 위를 한 번 가리켰다가 다시 아래를 가리켰습니다. 이고가 알아듣지 못하자 선사가 말씀
하시기를,
“구름은 텅~빈 푸른 하늘에 떠있고 물은 병 속에 있네.”라고 하였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
키는 것과 “구름은 텅~빈 푸른 하늘에 떠있고 물은 병 속에 있다.”라는 말 모두 천만 부당한 말입니다.
손가락을 단칼에 잘라 버리고, 말하는 입을 한 주먹에 쳐 버립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의 커다란 허공 속에 있는 다함이 없는 곳간이여! 그 고요함 속에서 아는 앎, 성품은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습니다.
- 몽지 심성일님 /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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