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 정상 아니다

장백산-1 2024. 8. 15. 22:17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정상 아니다

 

 

오태규입력 2024. 8. 15. 19:09
[제79돌 광복절 경축사 분석] '윤석열표 통일 독트린'...'자유의 북진'으로 흡수통일 공식화

[오태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정권의 3대 통일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연설 내용을 거의 통일을 위한 과제 제시로 채웠으니, 이날 경축사를 '윤석열표 통일 독트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은 윤 대통령의 통일 담론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반쪽 행사'로 치러진 광복절의 분열상이었습니다.

 

여론의 눈길은 통일 담론보다 반쪽 행사에 몰려
 
 
 
  윤석
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친일 부역 세력을 옹호하는 김형석이라는 자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것에 반발해,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정부 행사 참석을 거부하고 독자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대다수 야당(개혁신당은 허은아 대표만 참석)도 정부 주최 경축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해방 정국을 빼고는 광복절 행사를 몇 쪽으로 나눠 치른 건 사상 처음이라고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갈라진 남북을 통일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는 독트린을 발표하는 자리가 반으로 나눠 열린 광복절 행사장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마치 내 식구와도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면서 외교 사절까지 초청해 놓고 남의 식구와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파하는 꼴이니, 듣는 저도 매우 민망했습니다.

 

광복절 경축사에는 일본 정책과 북한 정책을 담는 것이 역대 정권의 전통이었습니다. 특히 광복절 경축사는 삼일절 기념사와 함께, 역대 정권이 대일정책을 밝히는 권위 있는 창구 노릇을 해왔습니다.

 

윤 정권도 2022년, 23년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마지못해 이런 전통을 따르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 번째 제79돌 경축사에서는 아예 그런 전통에서 일탈해 북한 정책만 담았습니다. 일본에 대한 언급은 일언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것도 최초의 기록입니다.

 

일본 언급은 사라지고 흡수통일 시사 '자유' 단어는 급증

 

일본의 가혹한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걸 경축하는 날에, 어떤 내용이든 일본에 대한 메시지가 전혀 없다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친일·종일 정권의 강한 흔적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2022년 경축사에서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언급에서, 23년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일본관이 일약 긍정적으로 비약한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인지 모릅니다.

 

이번 경축사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자유' 또는 자유 합성어의 빈도가 이전 연설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자유를 불어 넣어 흡수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자유라는 단어의 남발을 가져온 듯합니다.

 

이번 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무려 36개나 들어 있습니다. 자유를 포함한 합성 단어도 9개나 됩니다. 이 중에서 자유와 통일을 이어 놓은 '자유 통일'이란 말이 무려 8번이나 등장합니다. 남한 체제와 시스템을 기초로 통일하겠다는, 즉 흡수통일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담은 말이라고 봅니다.

 

참고로, 2022년 제77돌 광복절 경축사 때는 자유가 26개, 자유를 포함한 합성어가 4번 나왔습니다. 지난해 제78돌 경축사에는 자유 16개, 자유 합성어 7개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세 가지 통일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세 가지 과제는 각기 국내, 북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것입니다. 미리 결론을 밝히면, 자유와 평화를 앞세우면서 배제와 흡수를 말하고, 통일을 말하면서 대결을 부추기는 게 주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 앞세우며 배제와 흡수, 통일 말하면서 분단 고착 모순
 
 
 
▲ 윤석열 대통령 부부, 제79주년 광복절 만세삼창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
국내 과제를 보
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 등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과제를 보면, "먼저 우리 스스로 자유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강하게 가져야 한다"라면서, '가짜 뉴스'와 '사이비 지식인'을 격렬하게 공격했습니다. 남북통일에 앞서 남한 내 통일이 먼저인데, 되려 남한 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꼴입니다.
 
그가 말하는 가짜 뉴스와 사이비 지식인이 누군지는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그간 정권의 행태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빌미로 비판적인 언론인을 수사·기소하고, 수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일이 잘 말해 줍니다.
 

북한에 관해서는, "북한 주민이 자유 통일을 강력하게 열망하도록"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자는 게 과제의 핵심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말하는 '자유의 북진'을 구체적으로 풀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인권에 관해 국내외에서 조직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다양한 경로로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보 접근권 확대 얘기는, 북한 당국이 맹반발하는 대북 전단 보내기를 포함한 그 이상의 것도 지원하고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뒷부분에 남북 당국 실무자 선의 '대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긴 했지만, 문맥의 흐름이나 비중으로 볼 때 기대도 무게도 없는 구색 맞추기용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자유의 당의정으로 포장한 흡수통일론'으로 받아들일 게 뻔합니다.

 

국제사회 과제로는 "동맹 및 우방국들과 자유의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우리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언뜻 당연한 듯 보이지만, 뜯어보면 이전과 매우 차이가 큽니다. 이전에 한반도 통일과 국제연대를 연결해 말할 때는 미·중·러·일 주변 4개국 또는 미·중과 협력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대신 동맹 및 우방국들이 들어왔습니다. 미국, 일본 중심의 협력을 말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남쪽에만 호의적인 세력과만 국제연대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통일이 아니라 분단을 고착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도, 북한 내부도, 국제사회도 갈라치는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잡자는 것과 같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통일 담론 발표에서 가장 긍정적인 대목을 찾는다면, "헌법이 대통령에게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책무에 의거하여"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통일정책)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토대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고, 방법적으로는 '평화적'인 통일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윤 대통령이 이왕 헌법이 통일에 관해 명령한 책무를 언급했으니, 이날 발표한 통일정책이 과연 대한민국 헌법과 합치하는지 숙고하면서 교정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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